저는 고룡의 팬입니다. 한마디로 '팬'입니다. 얼마전에 비행기에서 홍콩 아줌마(그러니까 중국인)의 옆에 앉게 되었는데, 계속 고룡 얘기만 했습니다. 그 아줌마가 영어를 잘 못해서(국적이 중국이 아니고 영국이었는데도...) 한자로 古龍, 多情劍客無情劍... 뭐 이런 글 써가면서 이야기 했습니다. 아-쿵푸 어쩌구 하면서 알긴 안다고 하시네요...
대학교 다닐 때, 무슨 소설 읽고 토론하는 교양 수업이 있었는데, 학기 초에 소설 추천하라길래 '고룡의 다정검객무정검(소리비도) 추천합니다.'라고 손을 들고 이야기 했습니다. 이때 강의실이 얼마나 썰렁해졌는지 너무 무안했습니다. 바로 '못들은 것'으로 하고 넘어가는 이 분위기! 수업 정정기간에 바로 바꿨습니다.-자리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남들이 기피하는 과목으로...
아마 우리나라 무협소설 작가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작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그 비장함에 있어서 말입니다. 저에게 가장 애착이 가는 무협 주인공은 부홍설(알고보면 마교 교주의 손자인-변성랑자 읽어보신 분들도 '그랬었나?' 하실 걸요-)이며, 여자 주인공은 방울소녀 정영림입니다.
삼소야의 연십삼은 '검에 모든 것을 바친사람'의 기준이 되었으며, 육소봉의 친구 화만루는 맹인검객의 아이콘이 된 인물이며, 결전전후(육소봉 전기)의 서문취설과 엽고성의 자금성 결전(주성치의 북경특급007에 패러디 되어 나오지요 "설마... 너는 육소봉?"-주성치)이나 유성호접검의 자객이야기 역시 많은 곳에서 사용되어지고 있는 소재입니다.
어쩌면 6,70 년대에 소설을 쓰다 돌아가신 분이라, 지금 무척 세련된 글을 읽고 계신 독자들의 입맛에 다소 맞지 않는 점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지금 보아도 그 비장함은 뼈를 시리게 만듭니다.
예전에 책방이나 천리안에서 ('예인'이라는 곳이 있었습니다. 인터넷 책 많이도 샀습니다.) 고룡을 읽으며, 홀로 담배를 피우던 생각이 납니다~ 고독한 인물들에 담배와 자작이 어우러지면 딱 좋은 소설들...
하핫! 일단 다정검객무정검(소리비도)부터 읽고 시작하시죠.
개인적으로 고룡의 최고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 '절대쌍교'는 약간 덜 고룡적인 작품으로 생각됩니다. 고룡에 빠지셨다면 초류향전기, 육소봉전기와 함께 '이런 분위기의 소설도 있구나~' 하시며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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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때부터 무협은 제 생활이었습니다. 매은님의 정검록을 추천하면서 '이것이 나에게는 무협을 읽는 의미다!'라는 글을 썼었는데, 정말 그렇습니다. 무협 작품들을 읽으며 지난날을 돌이켜보고,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며, 한쪽으로 치우쳐 생각하면 안된다는 것을 깨닫고, 협의와 도를 배웁니다.
남들이 '필독서'라고 주장하는 책들보다 저에게는 무협소설들이 훨씬 귀합니다. 무협을 읽을 때 전혀 시간을 떼운다고 생각하지 않고, 항상 그 안에 담겨진 무엇인가를 자연스럽게 느낌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에게는 그렇습니다. 무협소설이 쓸데없는 시간 떼우기 용이라고 한다면 삼국지 또한 그렇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고룡이 그 중심에 있었습니다.
* [수]설화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5-11-1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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