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잼나는데 퍼올줄 몰라서리...
'중국 인터넷 스타' 푸롱언니
[해외언론은 지금] 박현숙 / 중국 사회과학원 박사과정·중국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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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새로운 '스타'가 탄생했다. 그녀를 모르면 심지어 '간첩'이라는 의심까지 받을 정도다. 이 새로운 스타는 올해 28살의 '푸룽제제’(芙蓉姐姐, 푸롱언니)'다.
▲ 중국의 한 사이트에 실린 푸롱제제 관련 기사.
그녀는 지난 몇년 동안 주로 칭화대 등 중국 최고의 명문대학 BBS 게시판을 주요 활동무대로 삼았다. 거의 매일 자신의 일상생활을 낱낱이 '고백'하는 일기를 써 올리는가 하면 몸매곡선을 자랑이라도 하듯 S자로 포즈를 취한 온갖 기이한 자태의 사진들을 마구 올려놓았다. 그렇다고 무슨 나체사진이거나 야한 모습을 담은 것은 아니다. 또 그렇다고 미모가 뛰어나다거나 몸매가 남보다 더 잘 빠진 것도 결코 아니다. 그저 길거리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보통의 중국 아가씨와 다를 게 없다. 몸매곡선을 자랑(?)한답시고 일부러 S자로 포즈를 취한 그녀의 사진들은 오히려 천박하고 역겹기까지 하다. 그런데 이런 그녀의 사진들과 일기들은 인터넷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급기야 중국 누리꾼들 사이의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평범한 여성이 인터넷 최고 스타로
인터넷에서 그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자 주요 일간지와 잡지, 방송국 등에서도 그녀를 한번 만나기 위해 혈안이 될 정도다. 관련 기자들 사이에서는 웬만한 대스타들보다 푸롱제제를 취재하기가 더 힘들다는 푸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몇주 동안 중국내 웬만한 언론에서는 모두 그녀의 이야기를 대서특필했다. CCTV를 비롯해서 주요 언론사는 말할 것도 없고 온갖 신문과 잡지, 인터넷등에서 '푸롱제제 현상'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그녀가 왜 중국인들의 새로운 우상이 되었는가를 분석하기에 여념이 없다.
외모나 직업, 학벌 등 아무 것도 내세울 게 없는 한 평범한(?) 중국 농촌처녀, 푸롱제제가 정말로 어쩌다 이렇게 하루아침에 대스타가 돼 버린 것일까?
보통사람의 눈으로 보면 푸롱제제는 그 나이에 아직도 철이 덜난 조금은 가소롭기까지 한 아가씨다. 지방의 이름없는 대학을 나와서 오직 성공하겠다는 일념으로 혈혈단신 베이징으로 올라온 뒤 칭화대와 베이징대 부근을 배회하며 3년 이상을 중국 최고 명문대 대학원 입시에만 매달렸다고 한다. 끝내는 그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말이다. 칭화대 등 명문대 인터넷 게시판에만 글을 올리는가 하면 대학내 학생들 행사나 춤 파티에 종종 나타나 마치 한국의 '떨녀'와 같은 명성을 남기고 사라지는 등 칭화대 주변에서는 지난 몇 년 동안 그녀에 관한 기이한 소문이 파다했다. 그녀가 인터넷에 글이나 사진을 올리는 날에는 그 조회수가 가히 폭발적이었다. 푸롱제제 팬클럽까지 생겼을 정도다.
중국 주요 언론들은 지난 몇주동안 이 '푸롱제제 현상'에 적잖이 당혹한 듯 하다. 최근 몇 년동안 무쯔메이(인터넷에 자신의 자유분방한 성생활을 일기형식으로 '보고'해 큰 파문을 몰고온 장본인)류처럼 자신의 성생활이나 나체 사진 등을 인터넷에 올려 이른바 '유명인'이 된 사람은 많지만 푸롱제제처럼 그다지 선정적이지도 않고 오히려 자기도취에 빠져 유치한 글과 사진들을 올리는 등 한마디로 정신 못 차리는 한 '웃기는' 아가씨가 대중들의 우상이 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그녀의 일기나 사진들을 보면서 "진짜 웃기는 짬뽕이네"라는 식으로 그녀에 대한 묘한 우월감을 느끼는 듯했다.
엘리트 지상주의에 대한 통쾌한 비웃음?
푸롱제제가 '뜬'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하나도 내세울 게 없는 사람이, 그것도 여자가 인터넷에 공개적으로 자신이 가장 잘났다는 듯 온갖 '주접'을 다 떨며 나르시즘에 빠지는걸 보면서 중국인들은 기이한 대리만족을 느낀 것 같다. 자기를 드러내지 않고 있는 듯 없는 듯 숨기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알고 있는 중국인들에게 푸롱제제의 '주접'은 가히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원맨쇼'를 방불케 하는 그녀의 행각은 중국인들의 억눌린 자기과시 욕망을 일깨웠을 뿐만 아니라, 엘리트만 잘난 체 할 수 있고 유명할 수 있다는 통념을 무너뜨렸다.
55Kg은 족히 넘어보이는 몸매를 45Kg도 안나간다고 '우기고', 가슴도 겉보기보다는 실제로는 두배 정도 더 '빵빵'하다며 보란 듯이 S자 포즈에 요염한 자태를 취하고 있는 우리의 푸롱제제는 엘리트 지상주의를 향해 치닫고 있는 중국사회에 대한 통쾌한 '비웃음'일지도 모르겠다.
박현숙 / 중국 사회과학원 박사과정·중국 정치
입력 : 2005년 07월 12일 08:16:54 / 수정 : 2005년 07월 12일 13:3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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