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는 대다수의 장르문학이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말에는 동의 하는 편입니다. 쉽고 널리퍼진 클리셰를 가리지 않고 집어넣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며 작가의 필력이 낮아 깔아둔 복선과 복잡한 이야기를 정리하지 못했기에 나타나는 일입니다.
대표적 문제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죠.
온갖 복선을 정리하기 힘드니 뜬금없이 창조신이나 그에 준하는 초월자가 등장하고 해설하고 종결짓는 내용들이 그런 개연성 없는 전개의 대표적 사건들입니다.
혹은 캐릭터의 감정이 뜬금 없이 바뀌는 것이죠.
몇번 만났다고 사랑에 빠지는 여자, 원수라고 해놓고는 볼 빨개지는 여자나 갑자기 화해하고 동료가 되거나 하는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들의 감정묘사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일부 독자분께서는 미묘한 자신만의 세계관이나 설정을 작가에게 강요하시는 것 같아요. 그때 제일 많이 등장하는 소리가 개연성없다와 고구마 백개먹은 답답한 전개라는 말인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시거나 일반적으로 퍼진 설정을 두고 개연성을 추적하시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봅니다. 무작정 무협이면 경지나 내공량으로 계급나눠주는 것이 일반론이 되는데 사실 이는 독자 편의상 알기쉬운 잣대를 제공하는 것일뿐 일반론적 무협의 잣대눈 되지 못합니다.
까놓고 말해 그런 지적을 하시는 분의 말을 따르는것이 더 개연성 없습니다. 작가는 애초에 그런점을 고려치 않았을테니까요. 갑작스런 설정개입인거죠.
답답한 전개라며 비난하시는 분도 저는 조금 이해가 안갑니다. 단 몇편에 시원하게 해결나는 이야기는 말그대로 막장물이거나 초딩위주의 시청자를 노린 특촬물용 전개입니다.
아내의 유혹같은 드라마도 중독성 높다는 점은 인정합니다만 모든 작품이 이와 같으면 글 전체 수준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장기적 안목으로 복선을 깔기도 힘들며 악역 포지션에 있는 캐릭터가 위엄없고 한없이 비굴해집니다. 어제 짠 악행이 오늘 깨지니까요. 그래서 일본 전대물의 악역은 점차 개그캐릭터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 장르 소설계의 악역도 그렇죠.
폭염의 용제와 권왕전생을 재미있게 봤는데요. 이 두작품의 악역은 구성이 유사하면서도 캐릭터성이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권왕전생은 적의 격퇴가 굉장히 빠르고 호쾌합니다. 전개도 따라서 빠르고요. 그러나 마지막 악역이 포스있다고는 죽어도 말못할 작품입니다. 배경은 화려했으나 막상 하는 짓은 실수 일색인 캐릭터입니다.
역으로 폭염의 용제의 경우 전개가 시원했다고는 죽어도 말할 수 없는 작품이라고 봅니다. 악역의 완성은 빠르지 않았고 실수를 거쳐 완성되어가는 동안 점차 악역은 포스를 키웠죠. 답답한 전개끝에 완성된 악역은 드디어 당당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전투전개상 아무리 강력한 묘사를 해줘도 주인공이 악역에 의해 방해받는 묘사가 적다면 결코 얻을 수 없는 효과입니다. 권왕전생에는 없는 강력한 악역묘사가 그래서 가능한 겁니다. 저는 권왕전생도 있어야 할 작품이라고 봅니다만 폭염의 용제도 사라져서는 안되는 작품이라고 봅니다.
많은 분들이 독자 입맛에 맞는 글을 쓰고자 노력하시며 그러기 위해서 대대적으로 댓글상 비판을 흡수하고 계신줄로 압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잣대를 들이대고 비판하신다음 협박하듯 (이 사건은 이래야 해, 경제는 이러니까 화폐는 이만큼이 되어야 해 등등) 하차하겠다고 말씀하시는 글은 비판조차 되지 못하는 배설이 아닌지요.
읽기 싫어 하차하실 수 있다고 봅니다.
돈까지 지출하며 읽어온 글이 답답하고 개연성 없게 느껴져 하차할때 기분은 이해가 갑니다. 저는 아직 글을 쓰지도 않아 작가분의 마음을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만 짐작해보건데 작가님들에게 그런 말은 정신을 흔들어 놓는 말이고 전개를 부수는 말 같습니다.
비판을 하심에 있어서 좀 더 완곡한 표현과 노력을 기울이심은 어떠합니까. 과거에 비해 전문적 편집의 영향이 덜해지고 있는 장르소설계에서 독자의 말은 편집장의 한마디 보다 위력적입니다. 완곡한 표현과 배려로 작가의 창작을 지원함이 어떠합니까.
Comment '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