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2004-08-20 11:53]
비열한 모략꾼인가 시대가 낳은 명장인가
KBS `불멸의…`서 조명…일부 "이순신 평가절하" 우려
`이순신에게 부하 뒤에서 눈물 흘리는 나약한 면이 있었다.` `용맹함에서는 오히려 원균이 이순신을 압도했다.` 다음달 4일 첫방송하는 KBS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극본 윤영수 윤선주ㆍ연출 이성주 한준서)은 재해석한 이순신과 원균의 일대기를 담을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는 물론 시청자들 사이에서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인물논쟁 재점화?=이순신과 원균에 대한 재평가는 학계에서 새로운 일은 아니다. 소장파 학자들을 중심으로 박정희 정권이 막을 내린 80년대부터 진행돼 왔다. 박정희 정권의 지배 이데올로기의 하나로 무인 이순신이 성웅화됐고 그 와중에 원균은 지나치게 폄하되는 등 왜곡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구국의 영웅` 이순신을 지나치게 깎아내리는 것이라고 반박해 왔다.
순천향대 이순신연구소의 손풍삼 소장은 "이순신과 원균에 대한 재평가 문제는 아직 학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고 전했다. TV라는 매체의 파급력을 감안할 때 사극이 방영되면서 인물논쟁이 재점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떻게 그려지나=`불멸의 이순신`은 이순신의 반(反)영웅화, 인간화 시도를 담아 화제를 모았던 김탁환 교수(한남대 문예창작학과)의 `불멸`과 김훈의 `칼의 노래` 등 소설을 공동 원작으로 하고 있다.
이성주 PD는 논란을 의식한 듯 "`조선왕조실록`과 `난중일기`가 주 원작"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김 교수가 드라마 작가들과 합숙하며 캐릭터 구축에 상당히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균 역의 최재성은 "기존에 비열한 모략꾼으로 그려졌던 원균과는 상당히 다를 것이다. 그래서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순신 역의 김명민은 촬영장에서까지 소설 `칼의 노래`를 끼고 산다고 밝혔다. 이순신과 원균의 캐릭터 상당부분을 `불멸`과 `칼의 노래`에 기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우려와 환영 교차=소설가 송우혜는 지난 4월 이순신 관련 세미나에서 `불멸`과 `칼의 노래`를 공동 원작으로 한 KBS 사극 `불멸의 이순신`이 이순신을 폄훼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교수는 "이순신을 폄훼하는 것이 아니라 원균도 명장이었음을 강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순신과 원균의 가문들도 드라마 방영을 앞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원균의 가문인 원주원씨 종친회는 상당한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제작진에 원균 관련 자료를 보내는 한편 원균 역의 최재성을 오는 30일 종친회 제례에 초청했다. 이들은 조상인 원균이 실제 이상으로 폄하됐다고 보고 있다. 이순신 장군의 가문인 덕수이씨 종친회도 드라마 방영을 환영하면서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손풍삼 소장은 "드라마가 시작되면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드라마를 주의 깊게 모니터하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권로미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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