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비밀폭력조직, 검계(劍契)...
오늘 서점에 갔다가 덥석 사온 책이 있습니다. [조선의 뒷골목 풍경]이란 책인데 대충 훑어보다가 '검계'라는 대목에서 끌리더군요. 한마디로 깡패집단이고, 좋게말하면 강호집단인 셈인데, 살인 강도 강간에 습진(진법 훈련)까지 하며 사회적으로 문제가 돼자 몇 차례에 걸쳐 대대적인 토색이 있었을 정도라고...
검계....이름도 그럴듯하게 멋지던데요.
복색도 특이합니다. 무협 소설에서 가끔 나오는 [구멍 뚫린 삿갓]을 검계의 왈자들이 쓰고 다녔다네요. 비단 옷을 입고, 겉에는 헌옷을 덧입고, 항상 검을 차고 다니며, 검계 은신처로 들어가려면 웃옷을 벗어서 몸에 검을 찬 흔적이 있는 자만이 들어갈 수 있었답니다.
검계라는 존재보다 한술 더 떠서 흥미로운 존재가 있는데, 포도대장 장붕익이라는 자입니다.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자해를 일삼을 정도로 잔혹하기 그지없는 검계의 왈자들조차 장 사또(장붕익) 이름만 들으면 안색이 시퍼래질 정도입니다.
그냥 점잖게 체포하는 수준은 아닌 것 같고, 걸리는 족족 죽여버린 모양입니다. 아마 혈앵무의 사대명포인 철한이나 독검 상소같은 인물 아니었을까 싶은데....-_-;;;
검계원 표철주는 한때 날렸지만 지금은 일흔이 다 된 노인.
이규상이 표철주를 만났을 때 그의 미간에는 여전히 젊은 날의 사납고 불평스런 기색이 있었다. 이규상이 표철주에게 물었다.
"너는 마치 미친 사람같구나. 평생에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는가?"
표철주가 한참 귀를 기울이며 주름진 입술을 달달 떨더니 몸을 뒤집고 쇠삽을 세우며 말했다.
"장 사또가 죽었는가, 죽지 않았는가?"
또 크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죽지 않은 것은 장 사또를 지하에서 만나기 싫어서지."
또 검계 사람들의 일을 상세히 전해주며 이런 말을 하였다.
"적잖은 호한들을 장 사또가 죄다 죽여버렸지."
얼마나 잔인하게 소탕했으면 이정도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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