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효(孝)가 점점 사라져가는 요즘, 건축가를 꿈꾸 고 한 여자를 만나 사랑을 나누던 평범한 20대 청년이 있었다.
하지만 어느날 밤 그의 인생을 '비범'하게 바꿔놓은 사건이 일어난다. 동대문시 장에서 도매상을 하던 어머니가 가게에서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진 것. 어머니는 병 원을 세 번이나 옮긴 끝에 가까스로 수술을 받았지만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의식 없이 병상에만 누워있다.
'어머니는 소풍 중'(김영사刊)은 직업과 연애도 포기한 채 식물인간 상태에 놓 인 어머니를 돌보고있는 아들의 사랑일기다. 책의 저자이자 주인공인 그의 이름은 황교진(34).
친구들이 직장을 얻고 결혼을 하는 동안 어느새 30대 중반으로 접어든 저자가 한 일은 오직 어머니 간호였다. 어머니의 유일한 의사이자 간호사인 저자는 어머니 에게 드릴 음식의 영양과 열량을 꼼꼼히 따지는 영양사가 되기도 하고, 매일 어머니 의 관절과 근육을 풀어주는 안마사가 되기도 한다. 두 달에 한 번은 어머니 전속 이 발사로도 변한다.
저자의 간호 덕분에 어머니는 의사도 놀랄 정도로 건강한 혈색을 유지하고 있고, 7년 넘게 누워 있는 동안 한번도 욕창에 걸린 적이 없다. 살아있는 것도 기적이나 다름없는데 사고 이후 한동안 끊겼던 생리도 다시 시작했다.
저자는 어머니를 간호하려면 체력이 좋아야 한다며 어머니 곁에서 틈틈이 운동 을 했고 지금은 팔굽혀펴기 200번도 거뜬히 해낸다. 저자가 다니고 있는 교회 사람 들이 그를 '울트라맨'이라고 부를 정도.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휴식도 없이 어머니를 돌볼 수 있느냐"고 물 으면 저자는 짧게 대답한다. "사랑하니까"라고. "어머니가 어린 시절 나를 먹이고 입혔듯이 지금은 반대로 내가 어머니를 돌보는 것뿐"이라고.
지난해 말 집이 경매에 넘어갈지도 모르는 어려운 상황을 맞으면서 저자는 힘든 결정 끝에 어머니를 한 요양원에 맡겼고, 요즘도 어머니를 돌볼 도구를 배낭에 가득 담은 채 지하철로 왕복 3시간이 걸리는 요양원에 매일 찾아가 어머니를 간호한다. ' 소풍'간 어머니가 언젠가는 돌아올 거라고 기대하면서.
저자는 책이 나온 뒤에도 자신의 홈페이지(http://ultrakyojin.net)를 통해 일 기쓰기를 계속하고있다. 214쪽. 8천900원.
감동입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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