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영루 "불량만두와 무관함 밝혀져 다행"
[문화일보 2004-06-12 11:46]
(::日서 수입중단 통보··· 결백 입증까지 마음고생::) 한 건실한 청년이 있었다. 대학 시절부터 공사판 잡부와 떡 공장 공원, 중국집 배달원, 중소제조업체 생산직 등을 전전하며 몸으 로 부딪혀 세상을 깨친 청년이었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이 청년 은 그동안 벌어놓은 돈과 경험으로 작은 제조공장을 인수해 중소 기업을 시작했다. 이름없는 지방대 학벌에 든든한 배경도 없었지 만 청년은 성실하게 일했다. 하지만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겨우 일구어 놓은 회사가 점차 기 울기 시작했다.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결심하고 광주의 한 저수지 앞에 선 순간, 그에게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아빠, 힘 내”라는 어린 아들의 전화였다. 순간 그는 정신을 번쩍 차리고 발길을 멈췄다. 그리고 맨손으로 다시 시작하자고 마음을 다잡았 다. 불량만두 파동으로 ‘유명세(?)’를 탄 취영루의 박성수(40·사 진) 사장이 살아온 얘기다. 11일 식약청의 ‘취영루는 혐의가 없 다’는 최종 발표가 있은 후 인터넷을 통해 박 사장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져 네티즌들 사이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애꿎 게 피해를 입은 업체는 다시 살려주자’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 7일 불량만두 사건이 터진 후 유통업계에서는 “한 젊은 사장이 눈물로 결백함을 호소하고 다닌다”는 소식이 전해졌었다 . 간간이 “그 사람이 그럴 사람이 아닌데...”라며 안타까워 하 는 소리도 들려왔다.
“정말 결백했습니다. 취영루가 으뜸식품과 거래한 내역은 2001 년경 직원 구내식당 반찬용으로 단무지 93만4800원어치를 산 것 이 전부입니다. 그것도 불량 무말랭이가 아니고 정상적인 단무지 였습니다.” 하지만 불같이 화가 난 국민들에게 그의 항변이 제대로 들릴 리 만무했다. 박 사장은 포기하지 않고 “우리 제품에서 불량 무말 랭이가 나오면 회사문을 닫고 만배로 보상하겠습니다.” 라는 내 용의 신문 광고를 통해 다시 읍소했다.
“납품한 물건이 모조리 반품되면서 하루 2억원씩 적자가 나는 데 정신을 못차리겠더군요. 맨발로 뛰어다니면서 새벽 6시까지 식약청 조사관들을 붙잡고 결백을 밝히려고 애썼습니다.” 취영 루는 지난 2000년 박 사장이 인수한 업체로 연간 매출액 400억원 대의 건실한 중소기업이다. 지난해 취영루는 1년간의 준비기간과 수십억원의 설비 투자를 마치고 대기업도 따기 어렵다는 HACCP(식 품위해요소 중점관리기준) 인증을 받았고 올해는 일본 수출을, 내년에는 코스닥 등록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불량만두 파동이 터지면서 경찰청의 부정확한 조사와 식 약청의 성급한 발표로 인해 ‘불량만두 제조업체’로 이름이 알 려지면서 일본에서 ‘수입 취소’ 통보를 받는 등 회복할 수 없 는 ‘중상’을 입었다. 지난 나흘간의 소회를 묻자 박 사장은 “ 무고가 밝혀진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위로 전화를 주신 분들께 깊 이 감사한다”며 “앞으로 국가 기관과 식품업계, 소비자들이 모 두 잘 협조해서 이런 사건이 다시 터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 라고 말했다.
노윤정기자 prufr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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