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의 변화를 보며 한편으론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로
참 발빠르다는 생각도 들고.... 절박한것일까요? 아니면 정말
인정하고 새출발 하자는걸까요? 궁금해지네요
이 기사밑에 어떤분이 리플에서 인적청산이 반드시
이루어져야한다 라고 강조하시는데 동감하는바네요.
여하튼 좋은 변화임은 분명한것 같읍니다.
제2 창간 10년 … 중앙일보 이렇게 달라집니다
보도와 분석 구분 … 내용 개혁 시동
중앙일보가 제2 창간을 선언하고 개혁을 시도한 지 만 10년이다. 그간 3섹션, 가로쓰기, 전문기자제 도입, 가판 폐지 등 한국 신문의 형태 변화를 획기적으로 주도해 왔다고 우리는 자부한다. 지난해 사회면을 전면으로, 오피니언면을 후면에 배치함으로써 신문 형태에서 일제의 잔재를 일소했다. 그러나 이제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닌 내용이다. 우리는 제2 창간 10년을 맞아 형식 개혁을 완료하고 내용 개혁에 진력하고자 한다.
*** 언론 기능 소홀했던 과오 반성
우리가 외형적 개혁을 시도한 이래 대부분의 신문이 유사한 모양을 하고 있다. 물론 내용상 차별도 있지만 대체로 대통령 권력 옹호냐 반대냐 하는 2분법적 단순 차별에 그치고 있다. 중앙일보가 '열린 생각 열린 신문'을 표방한 것도 이런 양극적 단순 차별에서 벗어나 이념.지역.세대 간 갈등을 뛰어넘어 한국의 세계화에 기여하는 일류 언론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또 한번의 새 출발 선언을 위해 중앙일보 구성원들은 39년의 비교적 짧은 신문 연륜에도 불구하고 언론으로서 제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 여러 과오를 자인하고 독자 여러분께 늦게나마 사죄코자 한다.
독재 권력에 약했다. 비굴하기도 했다. 광주민주화운동 진상 보도에 철저하지 못했고 강자 편에 서서 오만했으며 약자와 소외계층의 고통을 외면했던 과거도 있었다. 대기업 관련사로 출발해 운신의 폭이 좁았던 때도 있었다. 전쟁과 분단으로 생겨났던 이념.지역.계층 갈등에 화합.조정 능력이 미흡했던 점도 시인하고 반성한다. 이제 허물을 씻어내고 거듭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또 하나의 권력기관으로서 우리 신문이 때로는 정파적 이해에 끼어들고 정확하지 못한 기사로 펜을 칼처럼 휘둘러 무고한 인권을 해치고 개인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긴 점은 없었는지 몸을 낮춰 자숙하면서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런 반성의 토대 위에서 우리는 오늘부터 신문 기사 글쓰기 방식부터 바꾸려 한다. 보도와 분석을 분리한다. 신문 기사는 크게 보도.기획 기사와 사설.의견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지금껏 보도인지 주장인지 감정마저 뒤섞인 논평식 보도 기사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신문 기사의 객관성.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는 보도와 분석과 의견을 엄격히 구별하겠다는 것이다. 중앙의 1, 2, 3면은 이런 원칙에 입각한 보도 기사로 가득 찰 것이다.
신문의 얼굴은 1면이다. 이제 우리는 중앙일보의 독자적 얼굴을 갖고자 한다. 1면 팀을 따로 구성해 차별화된 지면을 선보이겠다. 정확한 글 쓰기와 정교한 디자인은 활자 매체인 신문의 생명이다. 정확하면서도 단아한 글 쓰기를 위해 작가 김주영씨를 '라이팅 코치'로 영입했다. 김주영씨는 소설 '객주'로 문명을 떨쳤고 최근 '홍어' '멸치' 연작으로 글 쓰기의 전형이 무엇인가를 모범적으로 제시한 작가다. 그는 중요 기사를 다듬고 손질해 독자에게 전달할 것이다.
*** 사실·주장 버무린 글쓰기 그만
선 하나, 사진 한점의 배치에 따라 지면 구도가 달라지는 신문의 편집 디자인은 고도의 기술을 요한다.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커미셔너를 맡은 바 있고 시각디자인에 독보적 경지를 확보한 박경미씨가 '디자인 코치'를 맡아 지면을 더욱 돋보이게 할 것이다.
언론의 존재는 권력 비판 기능에 있다. 보도의 객관성.공정성 확보가 권력 비판 기능 약화를 결코 뜻하지 않는다. 불편부당과 시시비비는 우리의 고유 업무다. 다만 그 비판이 정파적 이해나 이념적 편가르기, 지역적.계층적 갈등을 부추기는 쪽이라면 단연 거부한다.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정치적 분열을 봉합하면서 글로벌 기준에 맞춰 세계 속의 한국을 약진시키는 방향으로 우리는 주장을 계속하고 논평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오피니언면은 모든 견해를 망라하고 여러 주장이 수용되는 공론장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오래 전 정부 예산 1%를 대북 지원에 쓰자는 제안을 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핵 문제가 제기된 이래 이 제안은 유보됐다. 이제 우리는 다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 화해 협력 증진을 위해 우리 역할이 무엇인지를 독자 여러분께 소상히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다.
*** 권력 비판 소명 늘 염두에
소외계층, 불우한 이웃에 우리는 관심을 갖고 일찍이 자원봉사 붐을 선도해 왔고 '아름다운 가게'운동을 통해 나눔의 문화를 확산시켜 왔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어떻게 하면 가난의 대물림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 그 해결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지속적 연구를 통해 기획 기사와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다.
오보.인권 침해와의 싸움은 언론의 숙명이다. 또 총선과 탄핵정국에서 복잡한 법 해석 논쟁도 예상된다. 무고한 시민의 인권침해 사례가 없도록 내부 점검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강종호 변호사를 사내 변호사로 채용했다. 그는 기존의 법률자문위원단(위원장 강원일 변호사)과 공조해 기사로 인한 인권 유린과 부당한 피해가 없도록 세심한 배려를 할 것이다.
우리의 개혁은 단순한 선언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일상의 지면으로 독자 여러분과 끊임없이 교감하면서 새로운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줄 것이다. 독자 제현의 아낌없는 질책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중앙일보 편집인 권영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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