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10일 한국공법학회(회장 박수혁 서울시립대 교수)에 소속된 각 대학의 헌법 전공 교수 42명을 상대로 긴급 전화설문조사를 한 결과, 두 야당의 탄핵소추안이 헌법상 탄핵사유에 해당되느냐는 물음에 대해 응답자의 69.0%인 29명이 ‘탄핵사유가 안 된다’고 응답했다. 이에 반해 ‘탄핵사유가 된다’고 답한 교수는 8명으로 19.0%였으며, 5명(12.0%)의 교수는 답변을 거부하거나 유보했다.
탄핵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답한 전광석 연세대 교수는 “선거법 제9조의 공무원에 대통령이 포함되는지에 대해 부정적이며, 중앙선관위의 결정이 올바르다 하더라도 그 정도의 위법을 탄핵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황성기 한림대 교수는 “세 가지 탄핵사유 가운데 측근비리와 경제파탄을 뺀 선거법 위반은 법 조문상 (탄핵사유에) 해당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두 당의 탄핵소추안 발의가 헌법상 탄핵제도의 입법 취지에 비춰 적절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73.8%에 해당하는 31명의 교수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권형준 한양대 교수는 “대통령이 직무와 관련해 중대하게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된 경우 자리에서 쫓아내기 위해 탄핵소추를 하는 것인데, 이번 소추는 취지에 비추어 너무 사안이 경미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입법 취지에 ‘적절하다’는 응답자는 5명(12.0%)으로 나타났다. 변해철 한국외대 교수는 “대통령이 정치적 성격을 띤 공무원이긴 하지만 정당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에 개입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자신이 헌법재판관일 경우 탄핵심판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라는 물음에는 압도적 다수인 83.3%가 ‘기각하겠다’고 답했다. 기각하겠다는 교수들은 대부분 그 사유로 “탄핵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사안이 너무 경미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자신이 헌법재판관이라면 노 대통령을 파면 결정하겠다는 응답자는 김명규 단국대 명예교수 1명뿐이었다. 탄핵 사유가 된다고 판단한 이시우 서울여대 교수나 황성기 한림대 교수 등의 경우 “법리적으로 탄핵 심판에 부칠 수는 있으나, 심각한 사안이 아니어서 탄핵 결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나머지 6명(14.3%)의 교수들은 답변을 거부하거나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답변을 유보한 성낙인 서울대 교수는 “국민적 정당성을 가진 두 기관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으로, 양쪽 다 자신들의 정치적 주장의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해 법적 논리를 끌어대고 있다”며 “매우 정치적인 판단이 필요해 순수한 법적 판단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재권 김순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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