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소원합니다.
언젠가 노무현 대통령의 비리를 당당히 질타할 수 있는 날, 내가 그 광장의 한가운데 서 있기를 바랍니다.
구시대의 부정과 부패가 다 사라지고, 이제 노무현 대통령에게 묻은 마지막 얼룩들마저 지워버릴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일제치하로부터 이어져 내려와 현재에 이르기까지, 징그러울 정도로 철썩 달라붙어 있는 그 모든 더러움의 뿌리들을 뭉텅뭉텅 잘라내고, 마침내 거의 다 치워버린 뒤에, 뒷정리라도 하는 심정으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죄를 묻기를 바랍니다.
기어이, 그 바보 같은 사람을 역사의 뒤안길로 떠나보낸 뒤, 눈물 한 방울쯤 흘리면서, 아-이것으로 대한민국은 깨끗해졌다!, 라고 소리 높여 외치는 그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예. 그는 더럽습니다.
그도 거짓말을 하고, 검은 돈을 받았고, 권력을 부당하게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지금의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과연 얼마나 깨끗합니까?
똥 덩어리가 둥둥 떠다니는 연못에서 헤엄치는 오리는 과연 얼마나 깨끗해질 수 있을까요?
저는 진정으로 바랍니다.
언젠가 연못 가득한 똥 덩어리를 다 걷어낼 수 있기를.
그 연못에서 헤엄치던 오리들도 다 건져낼 수 있기를.
그리하여 마침내 검은 악취만이 뭉클거리던 연못이 푸르게 투명해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저는 바랍니다.
멀찍이 서서 돌만 던지는 정도로 연못은 깨끗해지지 않습니다.
냄새가 고약하다고 고개를 돌려도 연못은 여전히 악취를 뿜어댑니다.
어느 날 그 더러운 연못 속에서, 온갖 똥 덩어리를 주렁주렁 매단 어느 오리 한 마리가 '난 깨끗하고 싶어' 라고 외치며 똥 덩어리들을 치워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똥 덩어리들은 너무 크고 많고 뿌리 깊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비웃습니다.
그래봤자 너도 더러워.
또 어떤 사람들은 기겁을 합니다.
지금까지 그 똥물을 먹고 살아왔는데, 갑자기 깨끗한 물을 먹으면 배탈이 난단 말이야!
......
저는 바랍니다.
어느 먼 훗날, 그 오리 한 마리만 건져내면 연못이 깨끗해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우리 모두가 우뚝 서서 '이제 너만 없으면 연못은 깨끗해질 수 있어' 라고 선언할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저는 간절히...간절히 바랍니다.
혹시 그 오리를 대신해서 똥 덩어리 가득한 연못 속으로 뛰어들 수 있는 분들이 계신가요? 멀리서 욕하고 외면하는 대신 똥 덩어리를 끌어안고 연못 밖으로 내던질 분이 계신가요?
비겁하게도 저는 그럴 용기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 연못 속의 오리에게 응원이나 보낼 따름입니다. 더럽지만, 냄새도 나지만, 그럼에도 저는 응원을 보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예. 아직은 모릅니다.
그 오리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어쩌면 연못 가득한 똥 덩어리들을 다 집어삼키고, 그 자신이 연못의 제왕이 되려는 건지도 모릅니다. 트림 한 번만 하면 주변의 모든 것들이 노랗게 죽어 버리는 상상을 하는 건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적어도 지금, 그 오리의 몸부림은 견고하게 굳어있던 똥 덩어리들을 부수고, 쪼갭니다. 연못 밖의 우리가 걷어낼 수 있을 만큼 작은 조각으로 흩어냅니다.
제가 그 오리를 향해 박수를 치는 건, 오리를 위해서가 아닙니다. 이 연못의 물을 마시고 살아가야 하는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나의 아이들을 위해서입니다.
언젠가 연못 가득한 똥 덩어리들이 다 없어지고, 그 오리 한 마리만 외롭게 헤엄치고게 되는 날, 그 날이 오면, 저는 기꺼이 그 오리를 향해서 서슬 퍼런 창을 던질 것입니다.
눈물 한 방울은 흘려주겠지만, 창을 던지는 내 손은 단호할 것입니다.
단호할 것입니다...
# 감정이 격앙돼서 문맥이 흐트러지고, 같은 말도 되풀이됩니다.
다시 한 번 말씀 드리거니와, 세상은 조금씩 조금씩 변합니다. 백 개의 똥 덩어리들이 아흔 아홉 개로 줄고, 다시 아흔 여덟 개로 줄고...마침내 마지막 하나만 남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모든 똥 덩어리들이 사라지는 일은 없는 것입니다.
만약 치워야만 한다면, 여러분들은 오리를 먼저 치우시겠습니까, 아니면 똥 덩어리들을 먼저 치우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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