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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1 철동
작성
04.01.12 12:16
조회
216

새벽 3시까지 친구들이랑 술 퍼마시고 어떻게 집까지는 들어왔습니다.

옷 갈아입고 이부자리에 눕는 순간 필름이 끊겼는데, 마지막으로 토한 기억은 나는군요. -_-;

족히 한 대야는 된 것 같은데. -_-;;;

자고 일어났더니 머리는 뎅뎅 울리고 속은 불편하고, 참을 수가 없어서 샤워한 다음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해장국...해장국을 먹어야해..."

그러나, 아침 10시밖에 안됐는데 가게들은 상당수 문을 닫고 있고 해장국 파는 집은 안보이고, 무슨 놈의 동네가 이런지 시장통을 다 뒤지고 다녀도 안보이더군요.

찬 공기 마시면 좀 나을까 싶었더니, 망할 한 술 더 뜹니다. 뱃속은 너무 괴롭고 머리 속은 대검으로 후빈 듯이 엄청나게 고통스러웠습니다.

다행히.... 한참을 헤멘 끝에 해장국 메뉴가 걸린 집을 발견!!!

앗싸! 하고 가는데 문이 잠겨있더군요. -_-

할 수 없이 다시 헤메다가 되돌아가는데 아까 지나온 그 집에서 주인 할머님이 셔터를 올리고 계셨습니다.

"저기...아주머니...해장국 됩니까?"

왜 아주머니라고 불렀는지는 나도 모르지만(아무래도 아직까지 좀 취한 것 같음)  아무튼 할머님은 좀 수상쩍다는 표정으로(-_-;) 저를 위 아래로 훑어보셨습니다.

어제 입었던, 꼼장어 양념 자국이 묻은 외투에 청바지, 머리는 대충 감기만 하고 헤어왁스를 바르지 않아 봉두난발에, 마른 몸매로 아침 추위에 잔뜩 움츠린게 제 모습이었습니다. 거기다가 해장국 생각에 간절한 표정까지 더하면..... 지금 생각해보니 엄청 처철하고 불쌍한 모습이군요. -_-; 지나가던 사람들이 한 번씩 쳐다보던게 이해가 갑니다.

"인쟈 문 열었는디...알었어. 들어와. 얼른 해줄께."

다행이었습니다. 저의 처절한 모습 덕분인지는 모르지만...-_-;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안으로 따라들어갔습니다.

"아침밥 안먹었어? 밥먹을래?"

"아...네..."

아직까지 정신이 없는데 그 때야 오죽하겠습니까. 그냥 해장국 생각만 간절해서 입에 나오는대로 대답했죠.

잠시 후 할머님이 반찬 몇 가지하고 백반을 내오셨습니다.

'해장국 시켰는데 왠 밥이람...'

자기가 대답해놓고 뭔 소리를 했는지 정신을 못차리는 중입니다. -_-;

별로 생각은 없지만 일단은 주문을 한거니까 한 술 떴습니다.

목구멍으로 잘 안넘어가더군요.

잠시 후 할머님이 해장국 그릇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아...드디어 해장국....'

수저를 들고 해장국을 바라보는 순간 으잉?

이건 해장국이 아니었습니다. 큼직한 뼈다귀와 거기에 붙은 푸짐한 살점들...이건...이건...뼈다귀 감자탕?

차림표로 시선이 갑니다.

뼈다귀 감자탕....大가 2만원 넘는 것 같고 小가 1만4천원....

나는 분명히 해장국을 시켰는데 왜 감자탕이 나왔을까?

그 때 불현듯 든 생각은...아...나란 인간은 왜 이리 간악할까요.

이 할머니가 내가 아직도 취한 듯 해보이니 덤티기 씌우려고 이러는구나! 하는 사악한 상상이 슬며시 고개를 드는 거였습니다.

다행히 지갑에는 딱 1만 4천원이 들어있으니까 옷 벗고 나갈 일은 없겠지만 -_-;

다시 차림표를 봤습니다.

백반: 1천원

합이 1만 5천원이군요. 옷 벗어야 겠습니다. -_-;;;

아무튼 속이 잔뜩 쓰리고 머리가 아파서 다툴 생각도 나지 않고 그냥 국을 마시기로 했습니다.

'이건....해장국이다...감자탕하고 비슷한 해장국...'

그렇게 생각하며 몇 술 뜨니 불편한 속이 조금 달래지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뼈다귀에 붙은 살점은 도저히 못먹겠더군요. 평소에도 채식을 주로 하고 감자탕은 별로 먹기 싫어하는 편인데, 전날 먹은 술로 위장이 박살난 상태에서 밥과 고기가 넘어갈리 만무합니다. 억지로 수저를 뜨는데 속이 너무나 불편합니다.

"국물 부족해? 더 줄까?"

"네."

골치가 너무 아파오면서 슬며시 돈 걱정도 들더군요.

주방에 들어가신 할머님께 값을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가깝게 들립니다.

"아주머니....아주머니...."

불러도.... 대답없는 이름이여.

진짜로 불안해집니다.  이거 진짜로 덤티기 아니야? 싶고.

그 때 할머님이 나오셨습니다. 새로 끓인 국물을 들고.

"아주머니. 이거....얼마에요?"

"응? 5천원."

엇...그렇다면 이건 진짜로 해장국? 아닌데...분명히 감자탕인데. 갑자기 머리 속이 혼란스러워집니다.

그렇습니다. 그것은 감자탕이었습니다. 술 폭탄으로 머리가 반쯤 날아간 바보 청년의 사고로는 5천원짜리 감자탕이 있을리가 없으니 이건 분명 해장국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었지만 누가 뭐래도 그건 감자탕이었습니다.

오...할머니..ㅜ.ㅜ

감동하며 한 술 더 뜨고 밥을 먹으니 속이 다시 울렁거립니다.

감동을 하던 말던 역시 위장은 해장국을 제외한 그 어떤 음식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확실히 합니다.

배가...아픕니다. -_-;;;

왠지 더 먹었다간 토할 것 같기도 하고. 머리도 아프고.

"하..할머니..저 갈께요.."

"이그.....것두 못 먹는거 보니 어제 술 많이 마셨어?"

"네. 그냥...갈께요."

"아녀. 기다려 봐. 그럼 라면 끓여줄께. 얼큰하게 끓여줄테니 기다려봐."

극구 라면을 끓여주시겠다는데 거절하기도 그렇고 참,

"저기 그럼 화장실이 어디죠?"

"여기 밖으로 나가서 오른쪽으로 돌면 돼."

화장실 문을 열고 보니 휴지가 없더군요.

거기서 라면 생각을 하니 꼬불꼬불한 면발이 생각납니다.

그거 먹으면 정말로 토할 것 같다는 예상이 뇌리를 스칩니다.

역시 집에 가서 싸야 겠습니다. -_-;;

"할머니 저 그냥 갈께요."

"왜? 라면 먹고 가라니까. 빈 속으로 다니면 안좋아."

"아뇨. 괜찮아요. 갈께요."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집에서 가까운 곳에 식당이 보입니다. 해장국 팔더군요. 제길...왜 이걸 못봤지.

친구놈한테 전화해서 어제 몇 병 마셨냐고 물어봤습니다.

한 병 마셨다는군요. 네 명이서 네 병이니까.

음....-_-;

앞으로 술 마시지 말아야 겠습니다. -_-;

예전보다 술이 더 약해졌잖아....하기사 요즘은 가끔씩 혈변도 싸고. -_-;

몸이 극도로 안좋잖아...담배도 피지 말아야지. 제길....ㅜ.ㅜ

드디어 글 다 썼다. 이제 계란국 먹고 자야지. -_-;

ps: 다시 한 번 읽어보니 여태까지의 일련의 대화들은 마치 오갈데 없는 청년실업 노숙자와 이를 불쌍히 여긴 할머님과의 대화같군요. -_-;

나 아직 스물넷의 학생인데....-_-;


Comment ' 3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04.01.12 14:40
    No. 1

    한병.. -_-; 음.
    전 예전에 몇병 마신뒤 필름 끊기고 시체 됐다가 깼을때 머리는 안아프던데;; 대신 속만 엄청...ㅋㅋㅋ
    음. -_-; 철동님의 모습을 보시곤 약간의 동정심에.. -0-;;
    으음. '베려 → 배려' 으음. ㅋㅋㅋ
    힘내세요!! -_-)o!!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0 Runy
    작성일
    04.01.12 15:15
    No. 2

    해장국집이 아르바이트 앞에 있는 관계로 언제나 걱정(?)이 없는+ㅁ+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등로
    작성일
    04.01.12 17:56
    No. 3

    ㅎㅎㅎ 그래도... 좋은 할머님 이네요. 멋진 할머니...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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