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쉬는날, 또 잠으로 시작해 잠으로 끝날하루를 방지코자 바람도쐴겸 동대문으
로 향했습니다. 12월 인데도 가끔 훈풍이 느껴질만큼 어설픈 날씨에 평일임에도 거
리엔 지나가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점퍼주머니에 손을 쑤셔넣고 길을 걷다보면, 동
그마니 모인 사람들이 흩어질세라 걸걸한 달변으로 상품을 소개하는 아저씨가 보이
고, 꽃을 파는사람, 온갖 잡동사니를 산처럼 쌓아놓고 천하태평 의자에 버티고만 있
는 노점상도 있습니다.(물론, 손님이다 싶으면 거미처럼 쪼르록 달려오겠지만요.)이
런 동대문거리의 풍경이 저는 좋습니다. 그래서 휴일이다 싶으면, 갈때가 없으면 발
길은 자연히 번화한 광화문에서부터 화려한 종로를거쳐 북적대고 사람많은 동대문까
지 이어지는가 봅니다. 그 중, 오늘은 세세한 기억을 더듬어 언젠가 생일때인가 아
버지가 아들놈의 앙탈에 못이겨 장난감 총을 사주셨던 그 곳, 동대문 문구로에 들렀
습니다. 저는 장성해서 머리가 굵었지만, 여전히 그곳은 좁은 골목을 사이에두고 양
쪽으로 작은 문구점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옛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비록, 낡고 문
자가 패인 간판을 달았지만, 구매변화가 어느층보다 빠른 어린이들의 구미에맞는 온
갖 화려한 장난감과 문구들이 들어차 있었고, 그 중에 한켠에는 열두어살 아이의 혼
을 쏙 빼놓았던 장난감총들도 오랫만이라 반갑다는 듯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군대를 다녀왔더니 유독 모형K-2가 눈에 띄네요. 갑자기 제식과 총검술도 생각납니
다. 쩝, 열두살짜리는 벌써 삐져서 마음 한구석으로 줄달음질쳐 갔군요. 이제는 색
색의 카드와 장식물들로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문구로를 나서며 이런 생각이 듭니
다. 이곳에 들르는 많은 사람들이 하늘을 찌를듯이 서있는 몇몇의 고층상가로 몰려
들지만, 저 말고도 다른 많은 사람들은 지금의 동대문바닥을 좋아하고, 쇼핑카트를
끄는것 보다는 에누리한 옷가지를 비닐봉지에 담아가며, 식당코너에서 전표를들고
차롈 기다리는 것보단, 빨개진볼을 녹이며 어묵국물을 즐기는 사람들이 더 많을거라
고 말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 큰 건물들도 한낱 구획을 나눠주는 편리한
이정표가 되는 거겠지요. 앞으로 청계천구역이 재개발되면서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온고지신의 덕을살려 옛것과 새것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이름난곳으로 승화되길 바
라는 마음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그 많던 사람도 반딧불이처럼 스러지거나
터전을 옮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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