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도 보니, 검정고무신님께서 학업에 관련된 글을 올리셨더군요. 이제 고3이 되시는 여러 회원분들께서 올리신, 염려와 걱정이 담긴 글을 몇몇 보았기에, 제가 고3때는 어떻게 보냈는가 하고 떠올려 보며, 몇 자 적었습니다.
그냥, '저런 놈도 있구나' 라고 가볍게 생각하시며, 읽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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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30분, 기상.
맨 먼저 일어나 TV를 켠다. 채널은 항상 CNN에 맞춰져 있다. 볼륨을 크게 해 놓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영어가 귀에 익숙하게 하는 용도로 하는 것이니까.
씻고, 밥 먹고, 화장실 간다.
아침 6시 10분, 집에서 나온다.
학교까지는 대략 30분이 걸린다. 아버지 차를 타고 갔기에, 차에 타서 영어듣기 모의고사 테이프를 듣는다. 한회에 보통 25분 정도가 걸리는 듣기평가를 거의 하루도 안 빠지고 매일 했다.
고3 3월 달부터, 10월 까지 했으니, 24*8=192, 영어 듣기평가만 거의 192회 정도 했나보다. 나중에는 시중에서 도저히 구할 길이 없어서, 노량진 근처의 학원가에 가서 96, 97년도 듣기평가를 구하기도 했었다.
아침 6시 40분, 학교에 도착.
교실에 들어가면 거의 내가 제일 먼저 와 있었다. 아침 수업은 7시 10분부터 시작. 30분 동안 수학문제를 푼다. 한문제당 5분씩, 12문제를 풀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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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시간마다 쉬는 시간은 10분. 수업이 끝나면 처음 5분은 전 시간 복습. 다음 5분은 다음 시간 예습을 했다. 화장실은 점심시간에만 가려고 노력했다.
점심시간은 총 50분으로, 다들 급식실까지 뛰어갔다 뛰어오느라 허둥댔다. 나는 그래서 도시락을 싸왔다. 전교 510명 가운데, 유일하게 도시락을 싸와서, 나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학교의 명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반대로 도시락을 10분 만에 먹고 나면, 40분이라는 어마어마 한 시간이 내게 돌아왔다. 다른 애들보다 25분 정도를 더 이득 보는 셈이었다. 그 시간엔 철저하게 수학문제만 풀었다. 수학문제는 암기과목과는 달라서, 주위가 산만해도 풀 수 있었기에, 나는 점심시간에는 수학만 풀었다.
오후 4시 10분, 수업이 끝났다.
자습실로 옮겨 공부를 시작했다. 다행히 나는 특별반이라고 담임선생님께서 주번에서 제외해 주셨기 때문에, 크게 늦을 일은 없었다.
오후 4시 20분, 오후 자습 시작.
저녁 먹는 시간은 5시 40분부터였다. 1시간 20분 동안, 전력을 다해 수학문제를 푼다. 자연계에는 언제나 수학이 관건이었기에.......
오후 5시 40분, 저녁 식사 시간.
저녁은 모처럼 아이들과 어울려 학교 앞 분식집이나, 좀 더 나가 비싸고 좋은 곳을 이용했다. 모의고사 보는 날은 반 친구들과 보신탕집에 가서 보신탕을 먹었고, 복날에도 친구들과 삼계탕 집을 가서 삼계탕을 먹는 등, 먹는 데에는 인색하지 않았다.
내가 고3때, 나에게는 이런 좌우명이 있었다.
“고3은 머리로 승부하는 게 아니다. 고3은 체력으로 버티는 게 아니다. 고3은, 밥심으로 버티는 것이다!!”
오후 6시 30분, 저녁 자습 시작.
여태껏, 오늘 하루 종일 푼 수학문제를 점검했다. 틀린 문제는 다시 풀고, 오려서 오답노트를 만들었다. 하루에 족히 모의고사 한회 분량(30문제) 정도 씩 풀었다. 이렇게 꾸준히 만든 오답노트는 10월에 가서는, 200페이지 연습장 4권에 육박했고, 마지막 10월 한 달은 오직 이 오답노트만을 계속 봤다. 그 결과, 고2 마지막 모의고사에서 55점이었던 내 수학 점수(80점 만점)는 고3 마지막 10월 모의고사에서 80점 만점을 나오게 할 수 있었다. 오답노트는, 중요하다!!
오후 8시 30분, 중간 쉬는 시간.
20분간 주어지는 쉬는 시간 동안, 나는 밖으로 나와 줄넘기를 했다. 윤리선생님께서 그러셨다. 고시생의 필수품은, 고시서적도 아니고, 강의 테잎도 아니다. 허리에 칭칭 둘러 감겨진 줄넘기다... 라고 말이다.
확실히 고3은 운동할 시간이 부족하다. 그런 면에서 줄넘기는 최적의 운동기구다. 딱 하루에 20분만 투자하면, 1년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오후 8시 50분, 마지막 스퍼트!!
이제 2시간 10분이 남았다. 과탐 문제집을 풀고, 오답노트를 만들면서 개념과 정의를 정리했다. 언어는 특별히 따로 하지 않았다. 나름대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제집도 한권 풀지 않았고, 책도 한권 읽지 않았다.(이래서, 그해 수능은 언어에서 죽쒔다!! -_-;;) 언어는, 문제를 풀든 책을 읽든, 꾸준히 해줘야 한다는 것을, 나는 그 해 수능을 치루고 나서 깨달았다. 흑흑...
오후 11시, 학교에서 나간다.
학교에서 마지막까지 남아, 마지막 켜진 형광등을 내 손으로 끈다는 기분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그 짜릿함, 그 보람, 하루의 피로를 능히 씻어줄 만큼 값진 것이었음에 틀림없다.
오후 11시 30분, 집에 도착.
어머니 차를 타고 집에 도착했다. 씻고, 과일을 먹고(과일은 꼭 먹어주었다. 조화로운 영양상태를 위해서!) 신문을 봤다. 신문은, 고3이라면 누구나 꼭 봐야 하는 것이다!!
자정 12시, 자리에 눕는다.
하루에 무슨 일이 있어도 5시간은 자야 했다. 4당 5락은 본고사 시절에나 통하는 옛말, 수능에서 성공하려면, 최소한 5시간은 자야 한다. 안 그러면, 다음날 이겨낼 수가 없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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