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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미주랑
작성
03.11.19 00:16
조회
393

밑에도 보니, 검정고무신님께서 학업에 관련된 글을 올리셨더군요. 이제 고3이 되시는 여러 회원분들께서 올리신, 염려와 걱정이 담긴 글을 몇몇 보았기에, 제가 고3때는 어떻게 보냈는가 하고 떠올려 보며, 몇 자 적었습니다.

그냥, '저런 놈도 있구나' 라고 가볍게 생각하시며, 읽어주시길...

-----------------------------------------------------------------------------

새벽 5시 30분, 기상.

맨 먼저 일어나 TV를 켠다. 채널은 항상 CNN에 맞춰져 있다. 볼륨을 크게 해 놓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영어가 귀에 익숙하게 하는 용도로 하는 것이니까.

씻고, 밥 먹고, 화장실 간다.

아침 6시 10분, 집에서 나온다.

학교까지는 대략 30분이 걸린다. 아버지 차를 타고 갔기에, 차에 타서 영어듣기 모의고사 테이프를 듣는다. 한회에 보통 25분 정도가 걸리는 듣기평가를 거의 하루도 안 빠지고 매일 했다.

고3 3월 달부터, 10월 까지 했으니, 24*8=192, 영어 듣기평가만 거의 192회 정도 했나보다. 나중에는 시중에서 도저히 구할 길이 없어서, 노량진 근처의 학원가에 가서 96, 97년도 듣기평가를 구하기도 했었다.

아침 6시 40분, 학교에 도착.

교실에 들어가면 거의 내가 제일 먼저 와 있었다. 아침 수업은 7시 10분부터 시작. 30분 동안 수학문제를 푼다. 한문제당 5분씩, 12문제를 풀수 있다.

........

.......

......

.....

....

...

..

.

매 시간마다 쉬는 시간은 10분. 수업이 끝나면 처음 5분은 전 시간 복습. 다음 5분은 다음 시간 예습을 했다. 화장실은 점심시간에만 가려고 노력했다.

점심시간은 총 50분으로, 다들 급식실까지 뛰어갔다 뛰어오느라 허둥댔다. 나는 그래서 도시락을 싸왔다. 전교 510명 가운데, 유일하게 도시락을 싸와서, 나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학교의 명물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반대로 도시락을 10분 만에 먹고 나면, 40분이라는 어마어마 한 시간이 내게 돌아왔다. 다른 애들보다 25분 정도를 더 이득 보는 셈이었다. 그 시간엔 철저하게 수학문제만 풀었다. 수학문제는 암기과목과는 달라서, 주위가 산만해도 풀 수 있었기에, 나는 점심시간에는 수학만 풀었다.

오후 4시 10분, 수업이 끝났다.

자습실로 옮겨 공부를 시작했다. 다행히 나는 특별반이라고 담임선생님께서 주번에서 제외해 주셨기 때문에, 크게 늦을 일은 없었다.

오후 4시 20분, 오후 자습 시작.

저녁 먹는 시간은 5시 40분부터였다. 1시간 20분 동안, 전력을 다해 수학문제를 푼다. 자연계에는 언제나 수학이 관건이었기에.......

오후 5시 40분, 저녁 식사 시간.

저녁은 모처럼 아이들과 어울려 학교 앞 분식집이나, 좀 더 나가 비싸고 좋은 곳을 이용했다. 모의고사 보는 날은 반 친구들과 보신탕집에 가서 보신탕을 먹었고, 복날에도 친구들과 삼계탕 집을 가서 삼계탕을 먹는 등, 먹는 데에는 인색하지 않았다.

내가 고3때, 나에게는 이런 좌우명이 있었다.

“고3은 머리로 승부하는 게 아니다. 고3은 체력으로 버티는 게 아니다. 고3은, 밥심으로 버티는 것이다!!”

오후 6시 30분, 저녁 자습 시작.

여태껏, 오늘 하루 종일 푼 수학문제를 점검했다. 틀린 문제는 다시 풀고, 오려서 오답노트를 만들었다. 하루에 족히 모의고사 한회 분량(30문제) 정도 씩 풀었다. 이렇게 꾸준히 만든 오답노트는 10월에 가서는, 200페이지 연습장 4권에 육박했고, 마지막 10월 한 달은 오직 이 오답노트만을 계속 봤다. 그 결과, 고2 마지막 모의고사에서 55점이었던 내 수학 점수(80점 만점)는 고3 마지막 10월 모의고사에서 80점 만점을 나오게 할 수 있었다. 오답노트는, 중요하다!!

오후 8시 30분, 중간 쉬는 시간.

20분간 주어지는 쉬는 시간 동안, 나는 밖으로 나와 줄넘기를 했다. 윤리선생님께서 그러셨다. 고시생의 필수품은, 고시서적도 아니고, 강의 테잎도 아니다. 허리에 칭칭 둘러 감겨진 줄넘기다... 라고 말이다.

확실히 고3은 운동할 시간이 부족하다. 그런 면에서 줄넘기는 최적의 운동기구다. 딱 하루에 20분만 투자하면, 1년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오후 8시 50분, 마지막 스퍼트!!

이제 2시간 10분이 남았다. 과탐 문제집을 풀고, 오답노트를 만들면서 개념과 정의를 정리했다. 언어는 특별히 따로 하지 않았다. 나름대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제집도 한권 풀지 않았고, 책도 한권 읽지 않았다.(이래서, 그해 수능은 언어에서 죽쒔다!! -_-;;) 언어는, 문제를 풀든 책을 읽든, 꾸준히 해줘야 한다는 것을, 나는 그 해 수능을 치루고 나서 깨달았다. 흑흑...

오후 11시, 학교에서 나간다.

학교에서 마지막까지 남아, 마지막 켜진 형광등을 내 손으로 끈다는 기분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그 짜릿함, 그 보람, 하루의 피로를 능히 씻어줄 만큼 값진 것이었음에 틀림없다.

오후 11시 30분, 집에 도착.

어머니 차를 타고 집에 도착했다. 씻고, 과일을 먹고(과일은 꼭 먹어주었다. 조화로운 영양상태를 위해서!) 신문을 봤다. 신문은, 고3이라면 누구나 꼭 봐야 하는 것이다!!

자정 12시, 자리에 눕는다.

하루에 무슨 일이 있어도 5시간은 자야 했다. 4당 5락은 본고사 시절에나 통하는 옛말, 수능에서 성공하려면, 최소한 5시간은 자야 한다. 안 그러면, 다음날 이겨낼 수가 없다.

그럼, 이만.......


Comment ' 8

  • 작성자
    Lv.40 큰곰
    작성일
    03.11.19 00:32
    No. 1

    엄청나다고 밖에는 할 수가 없군요^^. 고3때 5-6시간씩 꼬박꼬박 자고서도 쉬는시간이나 점심시간에 틈틈이 자야만 했었던 저에 비하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강달봉
    작성일
    03.11.19 00:42
    No. 2

    미주랑님 모범생이셨군요. 저도 잠은 12시에 눕는데 저랑은 영 다른~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검정고무신
    작성일
    03.11.19 00:54
    No. 3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으음.

    ...오늘부터 당장 미주랑님의 생활계획을 본받아야겠습니다!
    (일단 몇가지는 패스~ -_-;)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99 꿈돼지
    작성일
    03.11.19 01:18
    No. 4

    잘 기억 안나지만 재미로 써보는 나의 고3 수험기
    -_-;;
    고3시작하고 첫한달 딱공부햇다.
    암기과목이랑 언어영역은 자신이 어느정도 있었지만
    영수는 중학교때 포기수준
    고3이 되서 이럴수는 없다고 한달 공부했다.
    그때 일반수학의 정석 함수편까지인가 햇고(일반수학정석 1/3쯤 한듯)
    성문기본영어 1/5인가 했다.(성문기본영어는 3권인가 있었는데
    모두다 맨앞만정도까지만 줄쳐있고 뒤는 새하얗다.)
    -_- 한달하고 포기했다. 어느 세월에 다 공부하냐고
    (아마 미주랑님식으로 공부햇다면 1년에는 다못햇어도 재수햇음
    원하는 곳 가지 않았을까..)
    그 이후론 논 기억밖에 없다.
    나의 하루일과
    5시쯤 기상
    5시반 등교(집이 멀어서 평촌-->서울 학교까지 1시간 좀 덜걸린다. -_-;;
    쿨럭 난 이렇게 먼 집에서 고등3년을 보내게 하시고 동생이
    운나쁘게 먼데 되니까 바로 고1입학하기도 전에 바로 이사가셨다.
    고등학교공부하는데 먼데 살면 체력떨어져서 공부하기 힘들다고
    쿨럭 나는 무쇠체력이란 말인가? -0-;; 물론 공부안해서 상관은 없다만..
    그 그래도.... 너무 하잖아요 ㅜ.ㅜ)
    학교교실에 도착 그래도 일찍 출.근.(사회인이라 출근이란 말이 먼저나오네.. 등교로 정정)해서 0교시자습시간 까지 잠
    0교시 시작. 자고 싶지만 감시의 눈이 심하므로 대부분 연습장에
    낙서공부 -_-
    수업시간 쭉., 영수는 최대한 자고 보통 졸리면 점심시간까지
    잠 (점심시간에 밥먹으러 일어나고 저녁에 밥먹으러 일어나고
    자시 야자시간에 자서 학교에서 딱 30분 깨있는적도 있음..
    아무리 공부를 안해도 여러가지로 힘든 고3 -_-;;)
    그래도 암기과목은 왠만하면 수업들으려고 노력
    오후에는 보통 깨잇음.. 수업들음..
    저녁은 대충 먹고

    야자시간에는 드디어 무협 탐독의 시간 시작
    무협을 열심히 읽기 시작
    아마 10시인가 야자 끝나던거 같음
    11시쯤 집근처 독서실 도착해서 2시까지 거기서 무협봄
    -_-
    2시에 집에 들어와서 잠
    정규수면시간은 3시간
    나머지 시간은 학교에서 낮잠으로 보충
    (전형적으로 비효율적인 습관)
    하여튼 집에선 내가 고3때 공부 열심히 한줄 알고 있음
    집에서 5시반에 나가서 2시에 들어오니 그 시간에 공부한줄
    알고 있지 -_-;;
    나름대로 수능도 그럭저럭 봤음
    그래서 나 고3때 무지 공부 열심히 한줄 알고 있음
    -0-;;

    하여튼 내 고3생활이었음
    지금 다시 하라면 저리 안할텐데
    지금 다시 해도 영수때문에 문제일듯..
    다시 공부하면 언어랑 사탐과탐은 거의 100점 맞을꺼 같음
    영어 수학은 글쎄 -_- 2년 공부열심히 하면 잘볼수 잇을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진신두
    작성일
    03.11.19 01:24
    No. 5

    막상 시험 때가 되면 신경성 위경련으로 시험 못보고 항상 병원차에 실려가던 옛친구와 비슷한 생활을 하셨군요.
    요새는 출마한다고 이곳저곳 기웃거린다고 하니 큰일입니다. -.-

    학비와 기타 잡비를 벌기 위해 과외를 약 8년 정도 했었지요.
    동네 봉투집 형제, 쌀집 남매, 연탄집 아들 등 꽤나 많이 자랐겠군요.
    50등 바깥에 있다가 다들 최소 30등 안에 들고 그중 절반 정도는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제가 한일이라고는 별 것 없습니다.
    그저 과외 시간 두시간여 학생들의 답답한 마음 풀어주려 했고 하루에 30분 제대로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주었지요.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합니다.
    하루에 30분씩 꾸준히 집중하기만 해도 성적이 오른다는 것을 보장합니다.

    몇몇 간판 대학이나 사회 권력층의 호화스런 생활에 얽매이지 마시고 자신의 길을 생각해 보세요.
    계속 준비하고 그려온 미래를 가고 있다면 금전은 자연스럽게 충당이 됩니다.
    부럽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삶이 실제 풍요하고 행복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더 높은 곳을 보고 계속 아쉬워하고 있을 테니까요.
    우리네 삶에 가치를 두는 것은 바로 자신의 몫입니다.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9 파천러브
    작성일
    03.11.19 02:13
    No. 6

    역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민경훈
    작성일
    03.11.19 10:13
    No. 7

    와~ 철인 미주랑님
    그 자세로 생활하시면 무슨일 하셔도 '사회적 성공'을 거두시기에 부족함이 없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동의서생
    작성일
    03.11.19 19:49
    No. 8

    저랑 매우 비슷하네요
    수험생 생활이 그게 그건가 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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