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15 千金笑묵혼
작성
03.08.23 11:26
조회
820

임어당(林語堂)은 그의 <다론(茶論)>에서 이렇게 말한다.

『차의 성질 중에는 우리들을 한가하고 고요한 인생의 명상에로  이끄는 힘이 있다. 어린애들이 울고 있는 곳에서 차를 마신다거나  시시덕거리기를 좋아하는 여자들이나 정치를 논하는 무리들과  더불어 차를 마신다는 것은 비오는 날이나 흐린 날에 차를 마시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차의 성질 자체가 맑고 향기로운 것이므로 비오거나 흐린 날에는

제맛이 나지 않을 뿐더러 그 분위기가 적합하지 않다.

차는 고도로 승화된 미의식(美意識)의 세계다.

그러므로 먼저 그 분위기와 조건이 가려져야 한다.

흔히 다도(茶道)의 정신으로 화경청적(和敬淸寂)을 들고 있다.

화평하고 예절있고 맑고 고요한 분위기여야 한다는 것.

따라서 차맛을 진짜로 알게 되면 『화경청적』의 덕이 곧 그

사람의 인품으로까지 배이게 될 것이다.

Attached Image

차를 즐겨 드는 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바지만 함께 마시는

사람의 수가 적어야 차 맛을 제대로 알 수 있다.

객(客)이 많으면 시끄러워지고 차의 은은한 매력이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초의선사(艸衣禪師.1786∼1866)도 그의 <동다송(東茶頌)>에서

밝히고 있다.

『차를 마시는 법은 객이 많으면 수선스럽고 수선스러우면  아늑한 정취가 없어진다. 홀로 마시면 신묘하고, 둘이서 마시면  좋고, 서넛이 마시면 유쾌하고, 대여섯이 마시면 덤덤하고,  칠팔인이 마시면 나눠먹이와 같다』

나는 남에게 무얼 주고 나서 후회한 적이 별로 없는데(그렇게 기억이 되는데), 재작년 늦가을 어느날 아는 친지들에 섞여 내 암자를 찾아온 한때의 나그네들에게 다로에 숯불까지 피워 차를 달여 주고 나서 며칠을 두고 짠하게 생각한 일이 있다.

한두 사람을 제하고는 차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무례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나눠먹이와 같다는 표현으로는 미진할 만큼 주고 나서도 못내 짠한 생각이었다.

그들은 차를 마시기 전에 코로 씽씽 냄새를 맡는가 하면, 입맛을 쩝쩝 다시지 않나, 꿀꺽꿀꺽 소리내어 마시지 않나, 후후 불면서 마시는 사람도 있었다.

그날 찾아온 나그네들에게 내놓을 거라고는 차밖에 없었으므로 차를 달인 것이지만, 화경청적이 없는 그런 자리에 차를 내놓은 것부터가 주인의 불찰임을 못내 후회했었다.

일본인들처럼 차보다도 오히려 그 격식을 위한 것 같은 번거롭고 까다로운 범절(凡節)을 차릴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차를 마시는 데 있어서 최소한 기본적인 예절쯤은 갖추어야 하지 않겠는가.나는 홀로 거처하기 때문에 혼자서 차를 마실 때가 많다. 혼자서 드는 차를 신묘(神)하다고 했지만, 그 심경은 말이나 글로 표현할 길이 없다. 선(禪)의 삼매(三昧)에서 느낄수 있는 선열(禪悅), 바로 그것에나 견줄 수 있을 것이다.

Attached Image

육우(陸雨)는 <다경>에서 말한다.

『깊은 밤 산중의 한간 집에 앉아 샘물로 차를 달인다.

불이 물을 데우기 시작하면 다로(茶爐)에서 솔바람소리가 들린다.

이윽고 찻잔에 차를 따른다.

부드럽게 활활 타오르는 불빛이 둘레의 어둠을 비추고 있다.

이런 때의 기쁨은 도저히 속인들과 나눌 수 없다』

靜坐處茶半香初

妙用時水流花開

이 글은 추사(秋史)가 즐겨 읊던 다시(茶詩)다.

서투른 솜씨로 옮기면 다음과 이렇다.

조용히 앉아서

반쯤 차를 달이니 향기가 비로소 들리고

일어서 움직이면

물이 흐르고 꽃이 피더라.

(아마 이 시의 경우는 잎으로 된 녹차가 아니고 다로에 넣어서

달인 단다(單茶)나 전다(錢茶)의 경우를 말한 듯 싶다.)

그럼 여러분 즐거운 하루 되시길...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12716 웜 바이러스.. ㅠ.ㅠ +1 Lv.1 연가 03.08.23 381
12715 난닝구 무스메..그외 기타 주절주절 왜 고무림 무스메는 ... +5 Lv.15 千金笑묵혼 03.08.23 318
12714 한줄......... +4 Lv.52 군림동네 03.08.23 285
12713 공포영화.. Lv.39 파천러브 03.08.23 200
12712 퀴즈 같지 않는 귀즈.. +6 Lv.39 파천러브 03.08.23 204
12711 [펌]잃어버린 입맛을 돋궈주는 요리100선 조리방법!! +4 Lv.18 永世第一尊 03.08.23 205
12710 인민탐정 김정일(펌) +4 Lv.15 千金笑묵혼 03.08.23 338
12709 둔저배 조강지처 격투기 대전 #1 +9 ▦둔저 03.08.23 548
12708 옥탑방고양이 뮤비 -박효신의 동경으로.....(펌) +1 Lv.15 千金笑묵혼 03.08.23 225
12707 음훼훼, 오늘 밤은 산타와, 포영매를 읽어야쥐~ +8 令狐家主 03.08.23 244
12706 무협이...멀어져...가는 것... 같습니다... +6 Lv.1 풍향風香 03.08.23 452
12705 아빠의 만원.. +5 가리어지고 03.08.23 339
12704 [가담(可談)] 역시 가영이는 요괴소녀…? +8 가영이 03.08.23 325
12703 으아아악!! 이런 멍청한 놈... !! +1 Lv.1 소우(昭雨) 03.08.23 188
12702 송담[宋談]밥에 뭘 놓은거지.... +8 Lv.23 어린쥐 03.08.23 229
12701 [가담(可談)] 가영이는 문어발 +12 가영이 03.08.23 381
12700 아~ 혈비도 무랑.. +3 Lv.1 행운 03.08.23 504
12699 [유머] 이런날이 왔으면... +5 柳韓 03.08.23 351
12698 집중력태스트 +10 柳韓 03.08.23 311
12697 싸이코 기질 시험. +13 柳韓 03.08.23 336
12696 컴퓨터 새로 사게 됐습니다. -_-;; +5 令狐家主 03.08.23 464
12695 음... 안녕하세요...?? +3 유천 03.08.23 299
12694 ㅋㅋㅋ......다모 옥의티.... +8 Lv.52 군림동네 03.08.23 553
12693 [펌]여자의 진실 30가지 +7 Lv.1 望想 03.08.23 751
12692 [펌]어머니... 당신의 월급은?? +7 Lv.18 永世第一尊 03.08.23 572
12691 [펌]남자의 진실 30가지 +11 Lv.1 望想 03.08.23 477
12690 젠장... KTF 에버 컵 스타리그 결승... +4 Lv.18 검마 03.08.23 487
12689 [질문] 고무림 아버지 어머니들이여~~ +2 Lv.56 치우천왕 03.08.23 410
12688 자자, 두번다시 오지 않을 대망의 프로젝트! +8 ▦둔저 03.08.23 601
12687 비와 당신의 이야기 +1 난쏘공 03.08.23 367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