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커가면서 변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요?
그럴 수 밖에 없다면, 가슴이 아픕니다.
좋은 쪽의 성장이 아닌, 세상에 물들고 조금씩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봅니다.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마음도 잘 맞고, 겉으론 티격태격하지만 순수하고, 웃는 게 귀여운 친구가 있었습니다.
해가 지나고 학년이 바뀌고 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어쩔 수 없이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인터넷의 발달로 얼굴을 맞대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는 방법들이 생겨났습니다.
문득, 차라리 아예 연락수단이 없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랬더라면, 소중했던 추억만 간직한 채 헤어졌더라면, 그 친구에 대해 좋은 인상만 가진 채라면, 이렇게 마음이 아프진 않을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함께 모여 사고도 많이 치고 말썽도 부리고, 선생님들 속도 어지간히 썩였지만, 그 땐 아직까지 순수했습니다. 도가 지나친다 싶은 장난도 악의라곤 없었습니다. 세상에 찌들지 않고, 가슴 속 깊이 순수함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소위 날라리라 불리는 아이들과 다른 그 친구의 모습이 좋았습니다. 별로 특별한 건 없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던 그 친구가 좋았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런 것들은 모두 덮어둘 수 있을만큼 괜찮은 친구였습니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변한 걸까요?
아니, 그 친구가 아니라 제가 변한 걸지도 모릅니다. 물론 저도 변했겠지만, 저보단 그 친구가 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마음이 아픕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 친구만은 변하지 않을거라 믿었는데. 어리석은 믿음이었을까요? 그랬을지도 모르겠군요. 사람은 어차피 변하는 것인데, 그 친구도 똑같은 사람인데, 멍청하게 그 친구만은 변하지 않을거라 믿다니.
한마디 해야겠다고, 옛날엔 안 그랬는데 왜 그렇게 변했냐고, 한마디 하고 싶은데 차마 할 수가 없습니다. 차마 그 친구에겐 심한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겐 안 그러면서, 그 친구에겐 한 발 물러나 주고 맙니다. 아무말 못하고 그저 바라만 봅니다. 멍청하게.
저에게 남아있는 그 친구의 모습은, 언제나 그 때 그 모습인데 그 친구는 아닌가 봅니다.
이젠 그 친구에게 말을 걸기가 두렵습니다. 조금씩 변해가는 친구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이젠 친구의 모습이 예전과 다릅니다. 제가 변한 걸까요? 차라리 그랬다면 좋겠습니다. 그 친구만은 언제까지나 그 모습 그대로였으면 좋겠습니다. 차라리 제가 변해서, 변한게 없는 그 친구를 잘못 바라보고 있는 것이였으면 좋겠습니다.
어둠은 괜스레 사람을 감상적으로 만드나 봅니다. 비도 오지 않는데 궁상맞게 이게 뭐하는 짓인지. 고요하니까, 아무것도 없는 어둠이 고요해서, 그래서 괜히 마음이 아파지나 봅니다. 그저 헛소리라 치부하고 넘어가 주십시오. 이런 식으로라도 털어놓지 않고선 견딜 수 없는 한심한 녀석인가 봅니다. 차마 그 친구에겐 하지 못한 말을 이런 식으로 쏟아내는 멍청한 녀석인가 봅니다. 어둠이, 깜깜한 그 속으로 이 글을 품고 사라졌으면 합니다. 영원히, 제 마음 속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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