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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촉풍
작성
03.08.03 22:36
조회
413

전에도 이런 류의 글을 한번 쓴적이 있지만...

바로 방금전 마찰을 계기로 다시 한번 쓰잘데기없는 글을 끄적이게 됐습니다.

저희 집 근처 대여점은 주인 아줌마가 소탈스럽고, 친분이 있어 이따금씩 우리집 에어컨 돌리는 대신 그곳 에어컨을 풀로 돌리며 전기세를 축냅니다. (이따금씩이 아니라 거의 매일이군요.) 여하튼 오늘도 돈 내라는 소리 무시하며 아수라 1편을(사기 전에 읽어보고 사는게 습관이 베여서 말이지요.) 읽고 있는데 왠 개 울음소리와 함께 어떤 처녀분이 들어오시더군요. 그분도 주인 아줌마와 나름대로 친한 것 같던데 좁은 대여점에 개를 그렇게 풀어놓으면... 책 읽고 있는 사람 발에 침을 뚝뚝 흘리는데 제가 뭘 어떻게 하겠습니까. 발을 살짝 털었더니 조그만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짖어데는 모습이란.

그래도 엄청 비싸보이는 개더군요. 사실 개 상대로 화낼만큼 인격이 비뚤어졌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그 처녀분께서 '왜 개를 밀쳐내고 그래요.'... 센터(순전히 운으로 합격한)에서 글에 대해 배우다 보면 가끔 논쟁의 룰이나 화술에 대해 강의를 하기도 합니다. 논쟁에서는 상대를 파악하는게 가장 중요하다고도 볼 수 있는데 적절한 논리로 대처할 수 있는 타입과 목소리를 크게 내야 대처할 수 있는 타입이 있습니다.

우스개 소리지만 '오렌지' 같은 분은 후자의 타입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목소리 크게 내는 것 보다는 실생활에 전혀 쓸모없는 비생산적인 자료로 서서히 말리는 것밖에 재주가 없어서 그 처녀분께 뭐라 하지도 않았지요. 그저 얼마나 귀한 개면 저렇게 아낄까? 라는 생각에 '한마리 키우는데 얼마정도 들어요?'라고 물어보니 강아지 때 샀는데 80만원 정도 들었고, 지금까지 키우는데 총 몇백만원은 들었다고 하더군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가 고아 수출률 1위라는 사실이 떠올랐지요. 선진국은 사실 고아원이 없는데 우리나라는 경제 수준으로 선진국을 따라가겠다고 발버둥치면서도 고아원이 너무 많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수출률 1위입니다. 고아 수출은 이미 우리나라 무역산업의 주요 수입원이 된지 오래입니다. 이 얼마나 치욕스럽고 비 인간적인 일입니까. 고아원을 없애는 것은 아직 바라기 어렵다 해도 적어도 수출은 하지 말아야 할 것 아닙니까. 고아가 수출되는 이유는 국내에서 입양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보육원 시설은 그나마 괜찮은데 비해 영아나 유아를 보살필 장소가 너무 부족합니다. 그래서 영아나 유아때 수출되는 것입니다. 그 아이들이 적어도 6~7세가 될때까지 아니, 유치원 들어가기 전까지만 키워놔도 그 아이들은 수출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수입의 주요 '품목'으로 다른 '제품'들 처럼 수출되지 않는단 말이지요. 좋은 부모 만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그곳에서 힘들게 살아갑니다. 우리가 방송으로 보는 부모 찾으로 오는 그나마 성공한 입양아들은 그야말로 극소수입니다. 영아인 아이들을 5세까지 키우는데 드는 비용은 교육비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개 한마리 키우는 것보다 오히려 싸게 먹힙니다. 그리고 5세 이후의 아이들이 우리의 생각과 달리 오히려 국내 입양률이 높아집니다. 민족의 수치 입니다. 저는 애완동물 키우는거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들도 생명이고 가족이 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당신의 강아지 한마리가 '수출제품'인 한 아이를 우리 민족의 '국민'으로 바꿔 놓을 수도 있다는 것만. 최소한 그 정도만 알아만 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으로 이 비생산적인 글을 적었습니다.


Comment ' 4

  • 작성자
    Lv.23 바둑
    작성일
    03.08.03 22:40
    No. 1

    부끄러운 일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가죽구렁이
    작성일
    03.08.03 23:20
    No. 2

    흠 부끄러운 일이지만, 할수 없는 일이죠. 제 친구놈 개가 저보다
    더 잘먹는 다는 사실에 분개한 적도 있죠. 그놈은 우유나 고기 아니면
    가끔 사료도 먹죠. 안먹습니다. 먹다 남긴 밥 당연히 먹을리 없죠.
    그렇게 까지 개를 키워야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렇더군요.
    개를 너무 버릇없이 키우는 사람들도 있는데, 저 같은 경우 쬐그만
    놈이 옆에서 안짱거리면 모르는척하면서. 발로 지긋이 밟아줍니다.
    그러다가 주인과 싸운적도 있죠. 결국엔 그개가 제 발목을 물어서
    제가 그걸로 고소한다고 하니깐 조용해 지더군요..
    작은 개들은 물어도 상처도 크게 안나더군요. 병원가서 주사한대 맞고
    약 바르고 말았지만, 다시 그런일이 생겨도 또 지긋이 밟아줄겁니다.
    동물학대라고 하시면, 인권이 개권보다 우위에 있다는 말밖에 할말이
    없습니다. 좀 잔인한 말인지는 몰라도. 개 백마리를 때려죽인다고
    사형 시킬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개는 키우기 나름입니다. 제가 예전에 군복무시절 부대안에 있던
    개들은 제가 하도 때려놔서 저만 보면 슬슬 도망가곤 했답니다.
    요즘도 주변에 버릇없는 개들을 보면, 아~~ 참고 살아야 겠지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촉풍
    작성일
    03.08.03 23:28
    No. 3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러나 가죽구렁이님. 할 수 없는 일은 아닙니다. 우리의 조그만 성의와 관심이 나라와 민족을 바꿉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유천
    작성일
    03.08.04 00:05
    No. 4

    흠... 제가 다니던 학교에 한국인 입양아가 두 명 있었습니다. 뭐라 그럴까... 잘 사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고 해야하나요... 같은 한국 사람인듯 하면서도 아닌 것 같은 기분.... 기분 더럽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정체성의 혼란이나... 뭐 본인이 크게 신경쓰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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