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라 요즈음은 산행을 자주한다. 며칠전 내눈에 포착된 잘빠진 아카시아 나무 가지만 없었어라도 나는 원만히 이 새로생긴 취미를 즐기고 있었을 것이다. 마침 몸도 찌뿌드하고 아랫배가 갈수록 탄력이 넘쳐나는것 같아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던 나는 머릿속을 섬광처럼 가로지르는 기발한 생각을 즉시 실행에 옮기는 과감성을 발휘했다. 얼마후 닥쳐올 파멸의 시간을 예견치 못한체...그 기발한 생각이란 다름아닌 멋들어지게 휘어진 그 나뭇가지를 잘라서 나의 보도, 즉 심신수련용 목도를 맹그는 것이었다. 잽싸게 재료(가지치기로 이미 잘라져 있었던)를 집으로 잘라 가지고와 껍질을 깍고 카터칼로 조잡한 솜씨로나마 목도의 형상을 이루어갔다. 마지막 사포질을 마무리하자 하잘것 없던 나뭇가지는 내 손에서 '패왕도'로 다시 태어났다.우하하~목도를 이리저리 휘둘러보고, 도둑아 와봐라 한 칼에 때려잡아주마~ 이런 상상의 나래를 한없이 펼치던 그때는 정말 행복했었다. 문득 심산수련(뒷산이? 똥밭인데...)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집을나와 ,애처롭게 나를 쳐다보던 우리집 순둥이도 데리고 나와 심산에 올랐더랬었다. 한참을 산길을 거닐다가 오랬만의 외출에 발광하던 축생을 나무에 묶어놓고 나는 한갓진 곳에서 패왕도를 휘둘러댔다. 부웅~, 부웅~
공기를 가르는 웅장한 도세, 마음속으로만 수없이 되뇌이던 필살도법을 떨쳐내고 나자 10년 묵은 체증이 단숨에 떨어지는것 같았다. 문득 돌아본 축생의 호기심에 찬눈도 그 순간엔 나를향한 경외로 밖에 보이지 않을만큼 나는 만족해있었다. 아니 미쳐있었다. 나는 천천히 녀석에게 다가갔다.
나:흐흐 미물인 네놈도 나의 필살도법에 반한 모양이군. 좋아 이제부터 나는 무상도객 ㅇㅇㅇ 이고 너는 내 신수인...황..그래 금모신구다 우하하~!
금모신구(순둥이):?
또 한참을 망상에 빠져 패왕도를 휘두르다가 나는 금모신구에게 도를 겨누었다. 그야말로 만부막적의 기수식! 이 순간 놈은 수천 강호인의 정혈을 뽑아먹은 마수로 돌변했다. 나는 몇번이고 녀석에게 도를 내려치려다 거두었지만 노회한 금모신구는 이미 주인의 살기를 읽는 경지에 도달해 있었기 때문에 그저 몇번의 눈 깜빡임으로 주인의 희롱에 대처했다. 그것이 나의 이성을 망각시켜 보다 거칠은 동작을 행하게 했다. 오냐 이놈아 네놈이 안쫄고 배기나 보자꾸나. 저 멀리에서 파멸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것도 모른체 사람과 개의 갈등은 깊어져만 갔다. 몇십번을 내려쳤을까? 마침내 드러누워 하품까지 해대는 금모신구의 작태에 경악을 금치 못하던 나는 옆에 사람이 지나가는 것도 몰랐나보다. 그리고, 그리고! 저만치 가던 그 중년의 부부가 들으라는 듯 내밷은 말은.....
男:복날도 지났는데 한길가에서 개를 다 잡네. 원 저런 사람이 다있나?
女:그러게요. 어휴~
나는 석화되었다.
무적의 패왕도는 빛을잃고 주인의 발치에 떨어졌다.
금모신구는 암껏도 모르구 눈알만 뒤룩뒤룩 굴리다가 괜히 쪼갰다.
한참후에야 집으로 돌아온 나는 이후 바깥출입을 삼가할수 밖에 없었다...
누가 누구를 탓하랴. 한없는 망상에 빠져있던 내 불찰인것을...
하지만,
내가 제작한건 타구봉이 아니라
심.신.수.련.용 목도였다. 제~바아아아아아알 믿어어줘요요옹~~~~ㅠㅠ크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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