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은 본인이 직접 겪었던, 한치의 과장이나 거짓말도 섞이지 않..았다고는 말 못하지만-_-;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쓴 실화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3개월 전, 새학기가 된 지 얼마되지 않아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게되었습니다.(참고로 현재 고1입니다.) 4월이면 급우들에 대해 그다지 많은 걸 알만한 시기는 아니지만 어느정도-예를 들어, 누가 시끄럽고 누가 공부를 잘하는지 등-은 대충이나마 알 정도가 됩니다. 어느 학급에나 하나씩 존재하듯 저희 반에도 무척이나 시끄러운 아이가 하나 있었습니다. 이미 학기초부터 여러 선생님들께 눈도장을 확실히 찍어놓은 아이였지요. 비록 그것이 그다지 좋지 못한 쪽일지라도.
수학여행 내내 유독 난리를 치며 시끄럽게 굴었지만 그것은 앞으로 시작될 일에 비하면 장난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2박 3일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수학여행을 마친 뒤 서울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반별로 순서대로 탔기에 그 아이를 비롯한 여러 급우들과 한 비행기를 타게 되었습니다. 수학여행의 밤이 늘 그렇듯 밤새도록 방에 둘러앉아 신나게 논 덕분인지 자리에 앉자마자 수마가 몰려왔습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이어지리라 생각했던 단잠은 비행기가 채 이륙하기도 전에 깨고 말았습니다. 그 폭풍과도 같은 사건과 함께.
[지금부터는 그 사건의 주범의 진술을 토대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문제의 그 아이-지금부터 y양이라 하겠습니다.- 일이 그리 돼려 그런건지 y양의 좌석은 비상문 바로 옆이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피곤한지 대부분 잠이 들었고 심심한 건 참지 못하던 y양은 문득 옆을 바라보았습니다. 그곳엔 이상한 손잡이와 함께 [당기시오] 라는 문구가 씌여있었습니다. 예,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바로 비상문 손잡이였습니다. 난생 처음보는 신기한 손잡이에 y양은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을 느꼈는지, 아니면 자신이 말 잘 듣는 아이라 생각해서 그랬는지 망설임없이 손잡이를 잡고, 당겼습니다-_-; 마침 그 때 비행기는 활주로를 달리며 마악 속도가 붙기 시작했을 즈음 이었고 머지않아 날아오를 기세였습니다. 덜커덩 소리와 함께 비상문이 열렸고 환한 빛과 함께 바람이 몰아쳤습니다. 자기가 한 짓이지만 소스라치게 놀란 y양 다급히 스튜어디스를 불렀습니다.
"언니! 언니!"
다급한 목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봤다가 휘둥그레진 스튜어디스 언니는 황급히 달려왔습니다.
"이건 왜 열었어요!"
"당기라고 써 있었단 말이예요!"
머리를 휘날리며 달려온 스튜어디스 언니는 비상문을 도로 닫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문은 쉽게 닫히지 않았습니다.-나중에 y양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날 첫 비행하는 스튜어디스였다고 합니다.- 결국 스튜어디스 언니는 어깨로 문을 밀며 온몸으로 애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열지 말랬잖아요ㅜ_ㅜ"
누구보다 가까이서 그 장면을 보았던 y양은 그 언니가 거의 울 듯한 표정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어쨌든 조금 거리가 있었던 제가 보기에도 상당히 안되 보였습니다. 금방이라도 이륙할 듯 맹렬히 질주하는 비행기와 닫히지 않는 문.
지금 제가 이렇게 살아서 글을 쓰는 것을 보면 아시다시피 다행히도 문은 무사히 닫혔습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학교에 소문이 쫘악 퍼졌고 그 소문은 여러 사람의 입을 거쳐 결국 그날 그 비행기에 타고 계시지 않던 저희 담임선생님의 귀까지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담임선생님도 무척이나 황당하신 듯 했습니다. 정말 평생에 한 번 할까 말까한 신비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를 빌어 그때의 그 스튜어디스 분께 사과의 말과 감사의 말을 함께 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일하시길 바랍니다.
아, 그리고 혹시 y양을 비롯한 우리 반, 혹은 우리 학교 학생 여러분 중 누군가가 이 글을 보게된다면 굳이 누가 쓴 건지 알려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만약 짐작이 가더라도 영원히 함구해 주시길-_-; 아직 팔팔한 나이에 세상과 작별을 고하고 싶지는 않기에-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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