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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30 남채화
작성
03.01.20 23:51
조회
480

일단은 여기다 올립니다. 중간 중간 제가 조금 바꾸었지만 그리 크게 바꾸지는 않았구요..

이걸 가지고 제 2차 릴레이를 해도 괜찮을듯 싶군요..

아 그리고 저랑 하신 그 두분은 덧글로 조금씩 이어 나가시고 다른 분들은 이걸로 릴레이를 하는 것에 대한 의견좀 말해주세요

  무림에 채하령(彩霞靈)이라 불리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다. 그녀는 무림 십대 미녀 중에서도 가장 우위에 꼽힐 정도라 호사가들의 입에서 떠나지 않는 날이 없었다. 오죽하면 양귀비가 울고 갈 정도의 여인이라 하여 소곡귀비(嘯哭貴妃) 채하령이라 불렸겠는가.

  하루는 채하령이 이름 모를 산길을 거닐고 있을 때였다. 이리저리 시선을 두며 걷는 그녀의 눈에 한 나무꾼이 눈에 띄었다.

  송충이 같은 눈썹에 툭 튀어나온 눈두덩 이와 곰보 투성이의 얼굴. 가히 천하제일의 추남이 따로 없었다. 특이한 건 얼굴뿐이 아닌 듯, 그 나무꾼은 도끼대신 이가 다 빠지고 휘어진 철검으로 나무를 찍고 있었다. 그리고 나무는 검이 지나갈 때마다 깊게 깊게 골이 패였다.

  의아심이 생긴 채하령은 살포시 다가가서 나무꾼에게 말했다.

"어찌 당신께서는 도끼가 아닌 그런 철검으로 나무를 하는 것입니까?"  

  나무꾼은 채하령을 위아래 양옆으로 쭈욱 훑어보더니, 지나가는 파리를 보는 듯한 심드렁한 눈빛으로 채하령을 가볍게 무시하였다

  순간 채하령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도 무림십미중 제 일좌를 차지하고 있는 자신에게 한낱 곰보투성이의 나무꾼이 무시를 했으니 기분이 상한 것이다. 채하령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이봐요! 내 말이 안 들리나요?"  

  그런 그녀의 말에 코방귀를 뀐 나무꾼은 가당찮다는 듯이 맞받아 쳤다.

"무림십미? 제 일좌? 허허허. 내 마누라보다 못 생긴게"  

  채하령의 얼굴이 잘 익은 대추처럼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무림십미의 일원 아니 그중 제일이 되고서 언제 이런 대우들을 받은 적이 있었던가? 아니 모든 남자들이 자신을 떠받들기에 여념이 없었고 자신의 미를 칭송하기에 침이 마를 정도였다. 그런데 무시라니.

  채하령은 자신을 무시하는 나무꾼에 태도에 화를 내며 팔보등공의 신법으로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등을 내리쳤다.

"흥! 얼굴도 못생긴 것이 성질도 더럽구나."

  나무꾼은 지척에 다가온 채하령의 손을 보고는 귀찮은 파리를 쫓듯 이가 빠진 철검을 휘둘렀다. 이가 빠진 철검을 막대기 휘두르는 듯한 엉성함으로 가득했지만 순간적으로 등골이 오싹해진 채하령은 몸을 비틀었다. 분명 강맹한 공격이나 예리한 절초 같은 것은 펼쳐지지 않았지만 알 수 없는 본능이 그녀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 것이었다.  

  무림십미라 하여서 단순히 미모만을 다투는 것은 아닌 것, 무림인의 생명은 무공. 제 일좌에 잇는 채하령의 무공이 절정에 이르지는 못하였으나 뭇 일류고수들의 위쪽에 있다고 할만한 실력이었다. 그런데 이 듣도 보도 못한 일검은 무엇인가. 느리지도 빠르지도 강맹하지도 부드럽지도 않은 일검.

채하령으로서는 단 한번도 보지 못한 검도였다  

  진기를 끌어올리며 신법이 기묘함으로 허공에서 나무꾼의 공격을 피한 채하령은 다음 공격을 위해 자세를 가다듬었다.

"컥… 컥…"

  헌데 철검을 휘두르던 나무꾼은 갑자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사…살 살구씨가…"

  나무꾼은 그 말을 남기고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뭐, 뭐야?!"

  순간적으로 상황이 이상하게 된 걸 느낀 채하령은 주춤거리며 나무꾼에게 다가갔다. 나무꾼은 살구씨로 기도가 막히기라도 한 듯 누운 체로 바둥거리다. 이내 엎드러져서 바닥을 박박 긁으며 발광하기 시작했다.

"케케케켁"

  나무꾼의 얼굴이 벌겋게 됐다가 허옇게 됐다가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듯 했다. 채하령은 어이가 없었다. 듣도 보도 못한 괴이한 일검을 날리다가 살구씨에 목이 걸려 쓰러지다니.

  왠지 측은지심도 들고 호기심도 생겼다. 도대체 정체가 무엇이기에. 채하령은 나무꾼의 등에 손을 대고 활공을 해주었다. 곳이어 살구씨는 나무꾼의 살기 어린 눈빛을 봐야 했다.

(중간부분이 약간 유실되어 적당히 때웁니다. 죄송)

  나무꾼은 화가 났는지 얼굴을 최대한 찡그리고는 목구멍을 괴롭히던 살구씨를 마구 밟기 시작했다.

"이놈의 자식이!"

  곳이어 살구씨는 가루가 되었고, 아직 분이 식지 않은 듯 나무꾼은 계속 살구씨에게 폭언을 쏟아 내고 있었다.

그때였다.

"잘하는 짓이다."

  채하령은 순간 섬뜩했다. 기척을 눈치는커녕 목소리가 들려 오고 난 후에도 어디서 들려온 목소리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황소처럼 씩씩대다가 오리처럼 꽥꽥대고 개처럼 짖어대니 이제부터 축생질이나 해라"

  험할만큼 험하고, 장난기 어린 목소리의 주인공은 나뭇가지 위에 걸터 앉아있는 소동이었다. 열 두어살 정도의 나이로 보이는데 얼굴은 제법 잘 이쁘장해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쉽게 분간이 가지 않았다. 눈썹은 송충이 눈썹이기에 어찌 보면 참 이상한 얼굴이기도 했다.

  소동의 말에 나무꾼이 호흡을 마저 가다듬으며

"이놈이 오빠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어!"  

"오빠는 무슨 얼어죽을 오빠야?"

  나무에서 뛰어내린 소동은 송충이 같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채하령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허! 고 아가씨 생긴 거 참 특이하구먼. 안 그렇소, 동생?"

  소동은 아까의 험담은 뒤로 한체 손 역시 뒷짐을 쥐고, 채하령의 주변을 돌면서 말했다.

"이놈아! 내기에도 정도가 있지. 그냥 지금부터 제대로 오라버니라고 불러라!"

"뭐야? 이런……."

  소동은 사시나무 떨듯 떨며 주먹을 말아 쥐었다.

  그런 그들에게 채하령은 묘한 감정을 느꼈다. 왠지 자신이 이 자리에 있어 있으나 마나한 들러리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이토록 자기 자신의 존재감이 미약하게 느껴진 적이 있었던가? 왠지 모를 분노와 알 수 없는 경계심 그리고 이 두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게 그녀의 맘에 일기 시작했다.

'그래도 일단은 친절하게 나가는게 좋겠지.'

  채하령은 나무꾼에게 정식으로 소개를 했다. 자신의 마누라는 여자가 자신보다 이쁘다니 일단 자신이 무림십미라는 건 빼버렸다.

"아깐 죄송하게 됐습니다. 저는 채가의 장녀 무…아니 금란검 채하령이라고 해요. 대협께서는 존성대명이 어찌 되시는지요."

  향긋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약간 숙인체 나긋나긋한 목소리. 아마 채하령을 아는 사람이 이 광경을 본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말도 안돼! 빙심화 채화령이!-

  라고 말이다. 빙심화는 그의 콧대 높으며 가끔씩 상대하기 싫은 사람에게 노골적으로 살기를 뿜어대는 버릇에서 기인한 채화령의 별호였다.

"시끄러워 못생긴 건 입다물고 저리 가있어!"

  소동은 채화령에게 소리치고는 나무꾼을 바라보며 팔소매를 걷기 시작했다.

"좋아! 오늘 이 자리에서 확실히 결판을 내자고. 다시는 그런 소리 못하게! 대기소환(大氣召喚)! 홍예(紅霓)!"

  소동이 오른손을 들어올리며 소리치자 눈부신 붉은 빛과 함께 반월형의 칼이 나타났다.

"이놈이 감히 오라버니한테! 좋다! 결판을 내자!"  

  단순한데다 꽤나 다혈질인 듯 나무꾼도 다시 철검을 주워들었다.

  다소곳하게 인사를 하다 벌쭘하게 된 채하령으로서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처신하여야 할지 갈등이 일었다.

  이대로라면 싸움이 날 기세인데 이 들을 말려야 할지 아니면 이 자세 그대로 굳혀 있던지 해야 했다.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는가?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한 일촉측발의 상황.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하지만 머리를 굴려 보기도 전에 홍예라 불리는 붉은 검은 허공을 갈랐고, 나무꾼의 검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특징없는 일식을 뿜어 대고 있었다.

  반월형의 칼은 허공을 자유 자제로 맴돌며 나무꾼을 압박하였고 나무꾼의 검은 정말이지 아무렇게나 뻗어 나갔다. 설사 붉은 검과 나무꾼의 검이 서로 격돌하지 않아도 보이지 않는 기운에 튕겨나가고, 다시 공격하기를 거듭했다.

  말리기는커녕 구경하기도 바쁜 채하령에게 또 누군가가 말을 걸어 왔다.

"소란스럽죠?"

  채하령은 이번엔 체념하며 고개를 돌렸다.

'또 누가 있었군'

  고개 돌린 곳에는 한명의 여인이 있었다. 낡은듯한 백의를 걸친 여인. 갸름한 얼굴형에 잡티하나 없는 고운 얼굴.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동정호와도 같은 두 눈. 오똑한 코. 약간의 푸른 기운이 돌아 병약해 보이는 입술. 채화령이 잘 가꾸어진 미인이라면, 이 여인은 꽃밭의 한 구석에서 조용히 피어난 자연스러운 미인 이였다.

  게다가 방금전의 그 소년인지 소녀인지와 닮은. 다만 어딘지 모르게 범접할수 없는 성스러운 기운이 흐르는 듯 했다.

"늘 저렇게 싸운답니다. 한쪽은 지아비이고 한쪽은 동생인데도 말이죠."

"참으로 시끄러운 사람들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아가씨?"

  부드럽고 편안한 목소리에 채하령은 뒤를 돌아보았다.

'또 뒤에서 나타났군 뒤에서. 왜이렇게 다들 뒤에서 나타나길 좋아하는 거야'

  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그곳에는 긴 검은 색 머리카락으로 얼굴의 반을 가린 여인이 서있었다.

"누구 신지……."  

  뒷말을 얼버무리는 채하령에게 백의 여인은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제 남편과 동생은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거든요"  

"저쪽은 제 하인인 야화(夜花)라고 해요. 제 이름은 하선고라고 하지요. 금란검 채소저라고 하셨죠? 저 둘은 시작했다 하면 반나절은 싸우니 일단 저를 따라 오세요."

  아까의 모습만으로는 그저 아름다운 소저인가 했더니 듣고 보니 목소리도 아름다웠고 그다지 말을 길게 한 것도 아닌데 채화령은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며 하선고를 따라 갔다.

  하선고의 뒤를 따르며 채화령은 문득 한가지 궁금한 것이 생겼다. 나무꾼의 정체 같은것에는 이미 관심을 잃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너무 엄청날 것 같아서 일지감치 포기해 버린 것이다.

'내가 그 나무꾼한테 내가 무림십미중 하나라고 말했던가?'

*   *   *

  그것이 훗날 천선여협이라 불린 채화령이 무림의 아득한 전설인 팔선곡과의 인연을 맺게 된 계기였다고 한다.

*   *   *

아랫것은 간단한 설정입니다.

팔선(八仙)

종리권(鐘離權)

철괴리(鐵拐李) : 아까의 그 나무꾼

장과로(張果老)

여동빈(呂洞賓)

하선고(何仙姑) : 나무꾼의 부인.

남채화(藍采和) : 아까 그 송충이 눈썹 소녀(이전의 남채화가 일찍 이번 남채화에게 인계하고 죽음)

한상자(韓湘子)

조국구(曺國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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