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때에는 기형도의 시를 읽습니다.
나보다 더 우울하다고 투덜거리는 사람을 보며 위안을 받지요.
심난할 때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습니다.
세상도 인생도 산뜻해지거든요.
화가 날 때에는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를 봅니다.
단발머리 여자애한테 홀딱 빠져버렸거든요.
그런데,
머리속에서 개 한 마리가 멍~하고 짖을 때에는
뭐를 하면 좋을까요?
음..고양이라도 한 마리 잡아먹을까나..
멍~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우울할 때에는 기형도의 시를 읽습니다.
나보다 더 우울하다고 투덜거리는 사람을 보며 위안을 받지요.
심난할 때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습니다.
세상도 인생도 산뜻해지거든요.
화가 날 때에는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를 봅니다.
단발머리 여자애한테 홀딱 빠져버렸거든요.
그런데,
머리속에서 개 한 마리가 멍~하고 짖을 때에는
뭐를 하면 좋을까요?
음..고양이라도 한 마리 잡아먹을까나..
멍~
괭이를 잡아 묵으시면 더욱 난리나지요.
어제는
거대한 폭풍이 있었다고 했다.
나는 상상 속에
거대한 태풍의 나무를 생각했다.
둥글고 강철같은 이파리.
구름 사이로 누군가 서 있었다.
그것은 바로 너였다.
너는 어둡고 세찬 바람 속에서
작고 가느다란 양초를 들고 서 있었다.
분명히 불꽃은 심지에서 타고 있었는데
너는
자꾸만 성냥을 그어대고 있었다.
이것봐, 성냥을 아낄 줄 알아야한다,
나는 중얼거렸다.
너는 그것을 듣지 못했다.
어둡다. 대낮이다.
이봐, 힘을 아껴봐.
난 벌써 잉크가 떨어지고 있다.
기형도/편지15
기형도 유고산문집\'짧은 여행의 기록\'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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