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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이불 속의 컵라면

작성자
行雲流水 ▦
작성
02.12.13 05:40
조회
730

- 이불 속의 컵라면-

아내가 어이없는 사고로 우리 곁을 떠난 지 4년.

지금도 아내의 자리는 너무 크기만 합니다.

언젠가 출장으로 아이에게 아침도 챙겨 주지 못하고 새벽부터 집을 나섰는데,

몇번이나 전화로 아이의 아침을 챙기느라 제대로 일도 못본 것 같습니다.

그날 저녁 8시,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아이와 간단한 인사를 한 뒤 양복상의를

아무렇게나 벗어 던지고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습니다.

그 순간 "푹! 슈~" 소리를 내며 빨간 양념국과 손가락만한 라면 가락이

침대와 이불에 퍼질러지는게 아니겠습니까?

펄펄 끓는 컵라면이 이불 속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게 무슨 일인가는 뒷전으로 하고 자기방에서 동화책을 일던 아이를 무작정 불러내

장딴지와 엉덩이를 마구 때렸습니다.

"왜 아빠를 속상하게 해! 이불은 누가 빨라고 장난을 쳐, 장난을!"

다른 때 같은면 그런 말을 안 했을 텐데, 긴장해 있었던 탓이었습니다.

계속해서 때리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을 때, 아들녀석의 울음 섞인 몇 마디가

나의 손을 멈추게 했습니다.

가스렌지 불을 함부러 켜서는 안 된다는 아빠의 말이 생각나서 보일러 온도를

목욕으로 누른 뒤 데워진 물을 컵라면에 붓고, 하나는 자기가 먹고 한 개는

출장 다녀온 아빠에게 드리려고 라면이 식을까봐 제 침대 이불 속에 넣어

두었다고 합니다. 그럼 왜 그런 이야기를 안 했냐고 물었더니 출장 다녀온 아빠가

반가운 나머지 깜박 잊어버렸다는 것입니다.

아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이 싫어 화장실로 뛰어들어간 저는

수돗물을 틀어 놓고 울었습니다. 그날 밤 저는 잠든 아이 방문에 오랬동안

머리를 기대고 서 있었습니다.

-------------

<낮은 울타리>라는 책에서 본 글인데,

정말 마음을 찡하게 울리는지라

직접 옮겼습니다.-_-;

마지막 하나는 나중에 올리렵니다.;;

아껴 써먹어야지..ㅠ.ㅠ


Comment ' 10

  • 작성자
    Lv.20 흑저사랑
    작성일
    02.12.13 06:40
    No. 1

    오옷... 미워잉.... 올려주세요..빨랑...^^
    이런것 아껴봐야 소용없슴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行雲流水 ▦
    작성일
    02.12.13 06:42
    No. 2

    올리게 되면 글 3개가 되어버리는 경우인지라..-_-a

    글이 올라가는거 봐서;; 올릴렵니다..-_-;;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20 흑저사랑
    작성일
    02.12.13 06:58
    No. 3

    저도 그래서 지금 참고 있슴다.. 몇칸 더 내려 가야 하는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등로
    작성일
    02.12.13 08:45
    No. 4

    이분들 정말.. 존경시럽습니다..^^
    저라도 글 올릴감유?
    근데 이글 정말 찡하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유리
    작성일
    02.12.13 10:17
    No. 5

    전에 몇번이나 본 글이지만,
    가족의 사랑과 빈자리에 대한 느낌이 볼때마다
    찡하게 만드는 글입니다....

    아이를 위해선 엄마가 필요한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4 혈성은유
    작성일
    02.12.13 10:47
    No. 6

    가족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감명 깊은 글입니다...왠지 텅 빈 듯한 느낌이 전해지는 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6 아자자
    작성일
    02.12.13 10:56
    No. 7

    봤던 글이지만 다시봐도 뭉클하네요..
    흠...마누라 한테 잘해줘야지...ㅡㅡ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너굴
    작성일
    02.12.13 12:27
    No. 8

    제 무릎이 박살나 병원에 입원했을 시절...

    휠체어로 병원을 누비고 있는데, 1층 현괸에친구놈이 있더군요.

    그 옆에는 다리와 팔에 깁스를 하신 그 녀석의 아버지가 계셨구요.

    당시 퇴원을 멀지않아 정말 별짓다하고 다니던 시절이었죠.

    일단 병원에서 만난것이 찜찜하기는 했지만 일단 반가운 맘에

    20여분 간 이야기를 나눴죠. 그리고 헤어질 시간이 되자

    녀석이 갑자기 제게 말하더군요.

    “너 네 어머니한테 잘 해드려라.”

    순간 무엇인가를 느꼈죠. 평소 절대 그런 말을 하던 녀석이

    아니기에. 나중에 퇴원하고 알아보니 교통사고로 녀석의

    어머니께서 돌아가셨더군요. 아버지또한 부상을 입으셔서

    그런 모습을 하고 계셨던것이구요.

    기분더럽더군요. 왜 그녀석이 그런일을 당해야만 하는지...

    한 두어달이 지나 지금은 밝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처음 녀석이

    제게 위의 그말을 할때의 모습을 앚을수가 없죠.

    휴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일호
    작성일
    03.02.28 03:10
    No. 9

    아직도 길은 머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冥王
    작성일
    06.08.04 12:50
    No. 10

    聖地巡例 中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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