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함축적인 언어로 모든 걸 담아내고 싶다..
아니면 작은 씨알처럼 모든 잠재력을 갖는 무궁무진함이
담겨져 있는 시를..
나의 첫사랑은 아름답지 않았다..
그때도 지금처럼 애틋함보다는 살얼음을 걷는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그러나 단지 그 때가 그리운 것은 그녀가 아니라
그때의 나 자신이다.
의욕에 차있었고, 성취감도 맛보았고,
뜨거운 열정이 숨쉬고 있었다..
서른즈음에..
냉소의 처세로 세련됨을 가장하고,
설득보다는 타협에 익숙해져 버렸다.
사랑이라는 뜨거움보다 정(情)이라는 단어에
쉽게 안주해 버린다.
서른즈음에........
시작보다는 끝이라는 단어에 집착한다..
새로움은 내게 더이상 새로운게 아니다...
어머니의 자궁에서 꺼내어진 이후
가끔 난 그곳으로 회귀하고 싶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 따스함이 그립고,
날 감싸주던 어머니의 모성에 의지하고싶다.
서른즈음에...
삶은 더이상 외롭지않다..
죽음이 있으니까...
나의 의지에 상관없이 존재함에
서글프지만 죽음도 의지와 무관하다는
가르침에 무력감을 느낀다..
자살은 사회학적으로 통계의 자료로 쓰이지만
개인에겐 의지의 산물이다..
그러나 세상의 온갖 추한모습을 보리라..
그속엔 나의 추함도 끼어 있으리라..
서른즈음에....
허무가 사치임을 알지만 덜쳐버리기엔
너무나 달콤한 유혹이다.
허무의 덫에 걸려 꼼짝 못하게 될 때
또다시 누군가에게 손을 내미는 염치없는
짓을 저지르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여지없이 난 손을 내밀것이다.
그 예측가능함이 날 더욱 짓누른다..
서른즈음에.............
시를 쓰고싶다..
잠시 연출된 허상일지라도,
직관에 의지한 현상에 집착하고 싶다.
아무런 판단이 없는 그 현상을 무의식속에서
백지위에 휘갈겨 쓰고싶다..
또는 가장 응축된 의식의 산물을 표출하고 싶다..
자연스럽게 농축된 사고가 드러나는 단어들의 배합을...
시인의 마음을 갖고싶다..
그렇다면 또다른 마음을 기꺼이 내주리라...
서른즈음에...
아주 슬픈 밤을 기대한다..
그 슬픈 밤을 지샐 수 있다면
따스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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