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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학력고사의 추억

작성자
송진용
작성
02.11.06 20:41
조회
1,362

저도 학력고사 보던 때가 생각이 나네요^^

남들은 가방에 참고서며 요약 노트 등을 잔뜩 담아서 낑낑거리며 들고

고사장에 들어갔었죠.

쉬는시간마다 다음 시험 과목의 참고서 꺼내 놓고 한 자라도 더 암기하려고

갖은 용들을 다 쓰더군요.

저는 가관이었죠.

교복 후크 턱 끄르고, 가르마 타서 멋지게 넘긴 장발에, 어디서 주워온 낡은

바바리 코트를 어깨에 걸치고 갖은 폼을 다 잡았더랬습니다.

두 손은 여유 있게 바지 주머니에 찌른 채였죠.

가방? 그딴거 필요 없었죠. 참고서? 요약 노트? 콧방귀만 날렸습니다.

책 한 권 달랑 옆구리에 끼고 고사장에 들어갔죠.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그 책 지금도 제 서가에 고이 모셔져 있습니다.

남들이 모두 미친 놈 보듯 뜨악해서 바라보더군요.

그 넘들이야 뭐라고 하건 말건,

쉬는 시간마다 책상 위에 그 고귀한 짜라투스트라를 턱하니 펼쳐놓고

독서 삼매경....

뜨악, 하고 입들을 딱 벌린 뭇 시선이 볼만했습니다.

저 쉐이 공부 허벌나게 잘 허는갑다.

다들 제 답안지 컨닝하려고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다나가라다나가 턱턱턱 찍어대는 제 솜씨에

뽀글뽀글 거품을 물고 나자빠지더군요.

미친 놈 하나 고사장에 들어왔다고 경찰에 신고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죠.

암튼, 그렇게 시험을 보는 중에, 4교시 끝나고 기어이

제 친구 한 놈은 벽치기 해서 학교 담을 넘어 유유히 사라져 버리더군요.

그놈도 저처럼 가방 안 들고 온 놈이었습니다.

열받았던지, 다음 시간에 다시 두 놈이 안 내보내준다는 수위 아저씨와

대갈빡 터지게 싸우더니 보란 듯이 아저씨 앞에서 굳게 닫힌 교문 철창을 타고

유유히 빠삐용을 때렸던 것이었던 것입니다.

완존히 모교 망신 다 시켰죠.

그래도 전 끝까지 굳굳하게 자리를 지켰어요.

시험 끝나고 교문을 나서는데, 다른 놈들 가족 친지들을 죄다 불러냈는지

얼싸안고 무등 태우고, 난리가 아니더군요.

저는 씩, 웃어 주고 짜라투스트라를 흔들며 유유히 그 전쟁터 속을 헤치고

나갔습니다. 찬 바람이 귓불을 쌔리 때리는 바람에 코트 자락이 깃발처럼

펄럭였죠.

춧-!

침 한 번 뱉어 주고 코트 깃 팍 세운 채 쓸쓸하고 고독한 뒷모습을 보이며

고사장을 떠나는 우리의 또.라.이....

바로 그것이 고3말의 제 모습이었답니다.

대학요?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암튼 지금까지 이렇게 굳굳하게 살아서 이런 글을 쓰고 있잖아요.

그게 중요하지 않나요?


Comment ' 11

  • 작성자
    송진용
    작성일
    02.11.06 20:43
    No. 1

    연재한담에 잠시 올렸었는데요~
    생각해 보니 연재한담 란에는 전혀 성격이 맞지 않는 글이라서
    다시 요리로 옮겼습니다.
    금강 님한테 눈총 받기는 싫거든요.
    에구 무시라 ㅠㅠ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하얀나무
    작성일
    02.11.06 20:55
    No. 2

    우리 아버지는 어땟을까....생각을....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하얀나무
    작성일
    02.11.06 20:58
    No. 3

    음.. 우리 아버지때도 학력 고사가 있었던가?ㅡㅡ;; 42년생이신데...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20 흑저사랑
    작성일
    02.11.06 21:03
    No. 4

    저희 아버지도 42년생이십니다...
    하얀나무님 저희들 아버지 동기군요..헐헐..
    저희 아버님은 백으로 들어갔다는 전설이 있어서...글세요...뭐가뭔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환주루주
    작성일
    02.11.06 21:04
    No. 5

    학력고사 시절엔 지금 이시간대면 한참 법석되고있을 시간인데..
    답부르기 방송에서부터 어려웠다는둥 평이했다는둥의 잔소리를 해대며
    시험 끝나고 여기저기서 파는 예상답안지 사들고 하나하나 맞춰보고
    몇번 적었더라 고민하면서 예상점수 헤아려보고 하늘쳐다보던..

    지금은 점수도 알려주던데 ..
    아 하긴 이 한번의 시험으로 끝이죠..
    학력고사때는 점수를 알 수 없으니 합격자발표가 끝나면 또 시끄러웠죠..
    점수를 공개하라는 항의들..

    첫번째 전기학력고사를 치르고 걷다보니 한남대교 가운데 서서 마냥
    강물보던 제모습이 생각나는군요.

    제동생은 수능1세대더군요.. 참 거친 풍랑을 헤친 학번이라나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하얀나무
    작성일
    02.11.06 21:30
    No. 6

    허억..ㅡㅡ;;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하얀나무
    작성일
    02.11.06 21:31
    No. 7

    엄청난 늦둥이 ...윽..ㅡㅡ;;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40 행호사
    작성일
    02.11.06 22:10
    No. 8

    파란만장 하셨군요^^ 멋지십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운동좀하자
    작성일
    02.11.07 01:27
    No. 9

    오오..서부활극이 연상되는군요. 돌아온 장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일호
    작성일
    03.02.27 08:38
    No. 10

    아직도 길은 머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冥王
    작성일
    06.07.22 23:08
    No. 11

    聖地巡例 中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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