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동(微動)
임오년(壬午年) 10월 17일 자시(子時) 정(正)
오늘 어째 조용하다. 자정을 넘어선 이 때 아직까지 바늘빼기(?)도 안 보이다니 어제 빨아먹은 피가 아직 소화가 안 되었나 보다. 하긴 에프킬라를 그렇게 뿌려댔으니 내 피도 모기약이 되었음은 불문가지(不問可知)가 아닐까? 피의 모기약 성분효과가 모기가 없어질 그날까지 계속되면 좋으련만....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전자모기향을 피운채 말이다. 방심하기엔 아직 내 수양이 부족하다.
그러나, 기대했던 내가 바보였다.
전전반측(轉轉反側)! 이리 누웠다 저리 누웠다 2회 반복이 끝날 쯤 어디선가 들려오는 장난감 경비행기 소리!
에프킬라의 무리한 사용으로 더이상 그것을 사용할 수 없게 된 나는 그냥 이불을 이마까지 덮었다. 머리만 내놓은채 잠을 청했다.
'빨아먹을테면 먹어라! 그런데 좀 고생 좀 해야 쓰겄다. 난 숯이 많거든. 벌목해본 경험이 있으려나 모르겠다! 아무튼 건투를 빈다'
한편, 모기는,
'비겁한 놈, 정정당당히 승부하지 않고 이불속으로 피하다니. 흥! 어디 두고보자 . 니가 자는내내 이불속에만 가만히 있는지... 어디 한 군데 삐져 나왔다하면 그 땐 내침을 발라주마..'
2. 연공(聯攻)
임오년 10월18일 미시(未時)
아침에는 상쾌했다. 가려운 곳이 없는 걸 보니 나의 승리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른한 오후, 학교 컴퓨터실에서 타자중이었다.
그때 모니터 위를 왔다리 갔다리 하는 모기 한마리!
이놈이 나를 따라왔을 리는 없을 테고 인맥, 아니 충맥(蟲脈)을 동원한 모양이다.
무서운 놈이다. 겉만 모기지 생각하는건 완전 인간아닌가?
그러나, 실력은 별로였다. 나의 평범한 칼손(刀手) 한 수에 나가떨어졌다. 형체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이지러진채로...
집에 있는 모기놈! 속 좀 쓰리겠다.
임오년 이하 동문.. 유시(酉時) 초
지하철을 타고 가는 중이었다. 출입문앞에 서있는데 또다시 어디선가 모기 한 마리가 알짱거렸다. 전 역에서 사람들 승하차할 때 몰래 꼽싸리로 들어온듯 하다. 이놈도 집에 있는 놈의 사주를 받았을 것이라 강력히 주장하며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역에 지하철이 정지해서 문을 열때쯤에 맞춰서....
밖으로 달아났다. 운이 좋은 놈이다. 나의 자비에 감사하며 개과천선하기를 바란다.
자고로 친구를 잘 사귀라 했거늘....
3. 근공(勤攻)
임오년 이하 서문(?)... 유시말
오래간만에 저녁으로 라면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이젠 지긋지긋한 날개짓소리...
오늘은 일찍이 나선 듯하다. 그것도 밥먹을 때를 노리는 약은수를 쓰기로 작정했나보다.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던데. 이놈이 자기를 미개한 곤충취급한다고 나를 개보다 못한 짐승취급을 하려나 보다. 곤충을 곤충이라 하지 그럼 인간이라하리?
아무튼, 국물을 마시고 있는데 머리위에서 깝죽되길래 젓가락질을 한번 해 주었다.
실패였다. 기대는 안 했으면서도 속이 쓰렸다. 그래서 이번에 그놈이 생전 보지 못한 복호권(伏虎拳)을 시전했다.
놀란 듯하다. 맞지 않은 건 확실하고 식탁밑으로 떨어지는 것까지 확인했는데 이후 조용했다. 어디서 몰래 가슴을 쓰려내리고 있는 걸까? 아니면 국물속으로...?
국물에 밥을 만 상태인데 버릴 수도 없고, 쌀 버리면 죄 받는다는데...
그냥 먹었다. 껄끄름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오늘 밤이 되면 실상이 밝혀지겠지...그러나 자꾸 '에이리언3'이 생각나는 이유는 뭐 때문일까?
조만간 내 뱃속을 뚫고 왕모기가 나올려고 하고 나는 가족들 보는 앞에서 용암이 아닌 화장실 대야에 머리를 쳐박기 시작하고.. 끔찍하다!
TO BE CONTINUE..?(그놈이 살아있는 한)
Commen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