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唐代)의 전기(傳奇) 국력과 경제력이 강성했던 당대엔 문학이 대단히 번영 하였으며 이와
동시에 도시가 번영함에 따라 일반시민의 문학적 요구가 급증하고 전기 소설(傳奇小說)이 대량
생산되었다. 전기소설은 문체가 화려하면서도 숨은 뜻이 완곡하여 훗날 단편소설의 선구가
되기도 하였는데,
이 시대의 유명한 작품으로는 《규염객( 髥客)》,《곤륜노(昆侖奴)》,《섭은낭(攝隱娘)》,
《홍선전(紅線傳)》이 있고, 그 외엔《고경기(古鏡記)》,《무쌍전(無雙傳)》, 《침중기(沈中記)》《남가태수전(南柯太守傳)》,《곽소옥전(藿小玉傳)》, 《유의전(柳毅傳)》등이 있다.
호협 이야기가 대량 출연한 것은 당대 중엽 이후 지방세력 인 번진(藩鎭)이 할거하던 혼란한
국면과도 무관하지 않다. 당시 각지의 번진세력들은 서로를 적대시하며 피차 자객을 양성해
상대방을 위협하고 견제했다.
자객은 이권쟁탈의 도구로 이용됨에 따라 사회에는 유협풍이 성행했다. 거기에 신선방술
(神仙方術)의 성행으로 이 협객들에 초현실적인 신비주의 색채가 부여되기에 이르렀다.
사람들은 어지러운 현실에 불만을 느껴 탈출구를 찾지 못하던 차에 강자를 없애고 약자를 도우며 정의를 북돋우는 이들 협객들에게 자신을 의지하고 싶었다. 강폭한 자를 두려워 않는 비범한 협객은 일반사람들 마음속의 영웅이 되어 사랑을 듬뿍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 아래서 호사협객들의 활약을 반영한 전기 이야기는 대량 생산될 수 있었던 것이다.
두광정(杜光庭)의 《규염객전》은 이러한 무협전기 중에서도 중요한 작품이다.
작품의 무대는 수(隋)나라 말년 수양제의 폭정으로 천하가 혼란에 빠지고 전국에서 군웅 들이
할거하던 시기를 묘사하고 있다.
덥수룩한 수염을 지닌 협객 규염객도 웅지를 품고 일어서지만, 이세민(李世民, 당태종)의 인물됨에 탄복하고는, 그와 천하를 다투기를 포기하고 부여국(夫餘國)을 세웠다는 것이 <규염객전>의
줄거리이다.
규염객외에 또다른 주인공, 홍불녀(紅拂女)와 이정(李靖)은 개성이 뚜렷한 협의 인물로 후세에
'풍진삼협(風塵三俠)'으로 일컬어졌다. 또한 이 고사에는 무협소설에 흔히 등장 하는 무술 대결
장면이 빈번하게 그려져 있지 않지만, 생동감 넘치는 묘사로 이후에 등장 하는 무협소설의 기본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곤륜노》와 《섭은랑》 이 두편은 당 문인 배형(裵 )이 지은 문언소설집 《전기(傳奇)》에
기인하고 있다. 전자는 협사 곤륜노가 고된 훈련을 마치고 담벼락을 날아다니며 홀홀 단신으로
권신·귀족의 저택에 잠입하여 주인 최생(崔生)을 위해 그의 연인 홍소기를 빼내 오는 놀라운
이야기를 묘사한 것이며, 후자는 절묘한 기예를 가진 여검협 섭은랑의 형상을 묘사한 것이다.
그녀는 절도사 유창협을 보호하기 위하여 자신의 출중한 무예로 적지에서 보내온 자객 묘수공공아를 살해하였다. 또 다른 소설 《홍선》은 만당 문인 원교(袁郊)가 편찬한 문언 소설집
《감택요(甘澤謠)》에 보인다. 내용은 《섭은랑》과 유사하여, 당대 말기 번진이 할거하는 정치
상황을 배경으로 한 여검객 홍선이 노주절도사 설호에 의해 적지에 보내져 적진을 경계하게 한
이야기를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여러 작품들은 당대 문언무협소설의 창작활동을 이끌어 냈고
후대 무협소설의 기본 형식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우선 그것은 두가지 무협의 유형을 만들어 냈는데, 구체적인 정치사건이 소설의 기본 배경이
되거나, 혹은 실제 역사인물의 활동참여가 이야기 내용인 <역사무협소설>과 인물에서
사건까지 완전히 허구인 <세속무협소설>이 그것이다.
후대의 무협소설의 기본 형식은 모두 이 두 양대 부류에서 변화되어 만들어졌다. 두 번째로
당대의 문언무협소설은 무협인물의 기본범례를 제공하였고 또한 무협소설의 주요한 줄거리와
구조방식을 나타내었다. 《규염객전》을 비롯한 《섭은랑》등의 인물들의 형상이 후세의 무협
소설에서 응용되어 그려졌음은 물론이고, 무공(武功)·언정(言情)·지괴 (志怪)가 무협소설 줄거리
를 구성하는 3대 요소가 되어 당대 무협소설의 규모를 갖추었음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렇듯 당대 무협전기의 출현은 중국 무협소설의 존재와 발전에 충실한 기초가 되었으니,
무협소설의 비조(鼻祖)란 말이 어울린다 하겠다
출처 cinecom21.com
Comment '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