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일식이가 간다를 쓴 이후입니다.
인터넷상에서 저와 제가 쓴 글에 대한 근거 없는 이야기가 떠돈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일식이가 간다를 쓴 이후는 일베하는 일베충이라는.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그동안 굳이 이렇게 나서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보니 제가 그동안 잘못생각했다고 느껴졌습니다.
제가 일베를 하는 일베충이라고 그러면서 주로 드는 논거가 아래와 같습니다.
1. 이름을 말할 수 없는 머리가 벗겨진 통장에 29만 원을 가지신 분을 주인공이 핥고 빨면서 미화한다. 그래서 일베충이다.
2. 크레용X이 책 속에 나왔다. 그래서 일베충이다.
3. 멍청도, 멍청디안이라는 표현을 써서 지역감정을 조장했다. 그래서 일베충이다.
4. 홍어를 써서 전라도를 비하했다. 그래서 일베충이다.
그런데 글을 쓴 저로서는 저 주장들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저런 의도로 일식이가 간다를 쓰지 않았거든요.
도대체, 독자들이 어떻게 읽었길래 저렇게 생각을 하고 저런 말이 퍼졌는지 이해가 가지 않네요.
1. 미화?? 대체, 어느 부분이 미화하는 지 구체적으로 적시를 하면서 그랬으면 합니다.
주인공이 눈이 새빨개가지고 이용해 먹고 차버리려고 그러는 게 미화인가요? 그러다가 이름을 말할 수 없는 머리가 벗겨진 통장에 29만 원을 가진 분을 모티브로 한 작중 등장인물이 개과천선을 하는 것도 미화인가요?
2. 크레용X을 모티브로 한 걸 그룹이 책 속에 나와서 일베?
당시 글 쓸 때 전국적으로 화제가 된 아이돌 걸 그룹이 크레용X이었습니다.
그래서 재미있겠다 싶어서 소재로 사용했습니다.
그게 일베하는 증거입니까?
그 걸 그룹이 논란이 되었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습니다.
상식적으로 판단해 보죠.
논란이 되는 줄 알고 있다면 그 걸 그룹을 써서 사서 욕을 먹을 멍청할 바보가 어디 있습니까?
3. 바른 말, 고운 말 좋습니다.
그런데요.
다른 분들은 몰라도 저 같은 경우는 그렇습니다.
대사를 치거나 지문을 쓸 때 재미를 위해 가능한 착착 입에 달라붙는 단어를 쓰자.
멍청도는 충청도 출신들이 자조적으로 흔히 쓰는 표현으로 수십년이 넘었습니다.
글의 주인공은 서울에서 태어난 충청도가 고향인 사람이고요.
주인공이 가슴을 치며 한탄 할 때, “우리 충청도 사람들은 이래서 안 돼!”와 “우리 멍청도 사람들은 이래서 안 돼!” 이러는 것 중 둘 중의 어떤 표현이 더 현실을 반영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두 번째가 더 현실을 반영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저부터가 충청도가 고향이라 두 번째 표현을 많이 씁니다.
물론, 예의와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서는 저러면 큰일 나겠지요...^^;;
4. 홍어라는 단어를 써서 전라도를 비하하는 일베충이라고 그러는데 제가 홍어라는 단어를 써서 전라도를 비하한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진짜, 궁금해 찾아봤습니다.
혹시라도 실수로 잘 못 써서 의도치 않게 전라도를 비하했나 하고서요.
찾고 나서 진짜 허탈하더군요.
홍어가 나오는 게 뭐였느냐면, “만만한 게 홍어X"이라는 문구였습니다.
저 표현이 대체, 언제부터 전라도를 비하하는 게 된 겁니까?
‘만만한 게 홍어X”라는 문구에 홍어가 나와서 일베를 하는 전라도를 비하하는 일베충이라고 그러는데 그렇다면 시장에서 “홍어 무침주세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일베충입니까?
“홍어 무침주세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저처럼 ‘홍어’를 말했으니 말입니다.
하도 일베충이니 뭐니 하는 말이 나돌길래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나름 곰곰이 생각해 보고 제일 먼저 토렌트 사이트를 뒤졌습니다.
다들 기억하시겠지만, 당시에는 유료연재가 없었기에 장르소설을 읽으려면 대여점에서 900원을 내고 빌려 보거나 아니면 이북 대여 아니면 토렌트를 비롯한 불법공유를 통해 읽었으니 말이죠.
돈을 내고 보는 유료 독자들은 아무리 재미없더라도 그래도 돈 낸 게 아까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글을 썼을까 생각을 할 테니 섣부르게 결단을 내리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역시나, 제 생각이 맞았더군요.
컴퓨터 하드 날려 먹고교체하면서 당시 캡쳐 해 놨던거 수 많은 원본은 없어지고 사본만 딱 세 장 남았습니다.
돈 쓰지 않고 그냥 토렌트로 다운 받아 보니 대부분이 아무 깊은 생각없이 홍어가 나온다고 일베충, 크레용X이 나온다고 일베충 그냥, 무조건 일베충입니다.
진짜, 몸이 부들부들 떨리더군요.
작가의 의도를 파악한 사람은 당연히 별로 없죠.
저때 화가 무척 나기도 했지만 피식 웃었습니다.
어떻게 같은 글을 읽었는데 저렇게 대충 읽었을까 하고.
아무튼, 이 글로 충분한 해명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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