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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오늘도 객잔은 평화롭습니다.

작성자
Personacon 대마왕k
작성
22.03.16 21:36
조회
142

, 오늘 저녁에 그거 넣냐?”


언제나 그렇듯 등 뒤에서 물어오는 말.


하지만 나 역시 언제나 그렇듯 시큰둥할 뿐이다.


“...넣을 거야.”


잔뜩 넣을 거야?”


잔뜩 넣을 거야.”


넣는 김에 팍팍 넣어라?”


...썩을 놈.


그 마음은 알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바빠 죽겠는데 오늘따라 집요하다.


하기야 아무리 우리들이라도 천년영지가 그리 쉬이 구할 수 있는 재료는 아니지.


물론 백년설삼, 천년빙잠, 만년공청석유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온 우리지만, 어쨌든 그 땐 뭣도 모르고 먹어댄 거고.


아무튼 청년 시절 강호 주유할 때, 놈에게 한 번 목숨을 구제받은 것은 사실.


...이 정도 부탁은 들어줘야지.


잘 부탁해.”


찡긋 눈짓하고 뒷뜰로 사라지는 놈.


확실히 놈은 잘 생기긴 했다.


그리고 본인은 그 어떤 여자라도 녹일 수 있는 미소라고 자부하지만,


그럼 뭘 해.


...가장 중요한 게 문제인 걸.


중요한 게 뭐냐고? 크흠흠.


...남자라만 다 달고 있는 그거 말이다.


? 아직 젊은데 벌써부터 문제가 있냐고?


아니야, 녀석은 젊지 않아. 보기만 그럴 뿐.


무정도(無情刀) 남궁유.


예전은 물론, 지금도 천하제일 사대고수의 일원.


수십 년간 무림을 주유하고 지금은 전설이 된 인물.


...그렇게 안 보인다고?


혹시 반로환동 들어봤어?


그래. 무공이 극치에 오르면 머리털도 검어지고 빠진 이도 다시 나는..., 그런 경지지.


덕분에 놈도, 그리고 나도 겉보기엔 젊은이야.


다만 놈은 살짝 공력이 부족했던 탓에...


딱 하나만 반로환동에 실패했을 뿐.


...그래. 그거 말이다. 그거. 하필 그것만 노인네 시절 그대로라고.


덕분에 정력에 좋다는 건 다 쳐먹어대고 있지만,


결과는 지난 5년간 보시다시피.


무정도가 무정력도가 된지 오래지.


...천하제일도답게 장작 패는 데도 지존이고, 같은 남자니까 좀 동정도 된다지만... 개뿔!


양파 100개 다 썰었어.”


어느덧 쿵, 바구니를 내 옆에 내려놓는 여자.


어어, 고마워.”


누구나 돌아볼 법한 미모의 젊은 처자. 하지만 난 돌아볼 수 가 없어.


그보다도, ...잠깐?


내가 썰어놓으란 건 청경채였는데?”


멀뚱멀뚱 쳐다보는 거 보니, ...또냐!


연화신검 채연화. 남궁유의 부인,


물론 이년도 반로환동. 100살은 쳐먹었다.


역시 천하제일 사대고수의 일원이기도 하고.


...하지만 가끔 도지는 치매만은 반로환동으로도 안 되더라.


그래도 천하제일검답게 야채 써는 데는 따라올 자가 없고,


특히 그 연화검법 덕에 다 자동적으로 꽃장식이 되니 보기도 좋고...


그래도 틀린 건 틀린 거다. 나는 재촉했다. 바쁘단 말이다.


“...청경채다.”


“...아휴, 알았어.”


궁시렁대는 년을 쫓아 보내지만, 순간 내 엉덩이가 꼬집혔다.


망할 년. 아무리 남편에 문제가 있다지만 심심하면 추파야.


그러지 말랬지?”


나는 이년보다는 밖을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여기 단무지 추가!”


네가 갖다먹어, 쌍놈아!”


여기 얼마에요?”


“18문이여.18놈아!”


...언제 들어도 걸쭉한 욕쟁이 할매... 가 아니고 겉보기엔 미인 아가씨.


우리 객잔 점소이 겸 계산 담당.


추혼지 장유수.


물론 이년도 반로환동. 그리고 천하제일 사대고수의 일원.


지공 천하제일답게 돈 세는 데는 우리 중 최고.


그리고 일단은 내 마누라. 그러니 다른 여자랑 노닥거리기나 했다가는...


마누라면 마누라지 일단은 뭐냐고? 그건 사정이 좀 있어.


. 바로 이 객잔 주방장이자 역시 천하제일 사대고수의 일원. 초절한 기공으로 천하를 주유했으며 또한 저 바보들과 같이 반로환동한...


하지만 나는 다른 녀석들과 좀 달라. 뭐가 다르냐면...


전생자 들어봤어? 전생자.


...소설 좀 읽어봤구만. 금방 알아듣네.


아무튼 이 엿같은 무림세계에 뚝 떨어져, 하필이면 또 천하제일 사대고수의 반로환동의 그 순간 이 몸에 빙의된,


전생과 현생의 기억과 무공을 모두 간직한...


, 그런 거라고.


그리고 전직은 너도 눈치챘을법하지만,


중화요리사. 그것도 전국구 유명인이었다고?


중국요리라면 그 유명한 백원종 뺨따구 칠만한, 그런 사람이었다 이거야. 중국 유학도 갖다오고, 주방장 수십 년 생활에 내 가게도 몇이나 있던,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그런 사람이었단 말이지.


...재료 타박 좀 줬다고 돌진해버린, 그 망할 푸드트럭 기사새끼만 아니었다면 여기 있을 이유가 없는데...


그래도 이 세계도 적응하니 나름 살 만은 해.


소금과 간장이 전부인 중세시대 맛음치들이, 제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짜장 짬뽕 탕슉에 신세계를 느끼지 못할 리가.


덕분에 장사는 아주 아주 성업중이고, 특히 작년인가 어떤 산에서 정사대전 일보직전까지 갔을 때,


우리 객잔에서 짬짜면 1만 그릇 뿌려서, 정파 사파 마교 혈교 싸그리 침묵시키고 천년 만에 무림에 평화 무드 만든 것은 좋은 추억이지.


아무튼 내가 전생자란 건 비밀이고, 그리고 일단은 마누라이긴 하지만 또 남의 여자고...


이런저런 핑계로 합방 안 한지 5년 째.


덕분에 마누라 욕쟁이 기질은 장족의 발전 중이지.


빨랑 안 쓸어?!”


저 보라고. 애먼 점원한테 화풀이여.


하기야 꼭 애먼 것도 아니지.


마누라 고함에 눈물 찍 빼는 저 중늙은이.


5년 전에는 화산판지 황산판지 번듯한 문파 장문인이었다지만,


대놓고 문파 들먹이며 무전취식하려던 놈이 잘못이지 뭐.


그 자리에서 죽느냐, 아니면 10년간 여기서 일하느냐,


니가 선택한 길이다.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이십사수매화검법, 그거. 검법으로는 별론데 빗자루질에는 쓸만하기도 하고.


, 천하제일 사대고수. 그 때도 전설이었고 지금도 전설인 우리들이...


왜 하필 이곳에서 객잔하며 냄비 돌리고 있냐고?


그건 말이지... 아이, 깜짝이야.


다녀왔슴다.”


야이, 내가 주방 창문으로 들어오지 말랬지?”


이 쪽이 더 빠른 거 어떡해요.”


네 경공에 차이도 없을 거잖아?!”


아오, 몰라요. 아무튼 바쁘니까 다음 요리나 내놔요. 주문 잔뜩 밀렸단 말이에요.”


어쩔 수 없이 배달할 것을 눈짓하는 나.


요리를 집어 들면서도 녀석은 감탄을 금하지 못한다.


그럴 수밖에. 지금 우리 주변에는 몇 개나 되는 식칼들이 날아다니고 있거든.


좀 살벌하지만 어쩔 수 없기도 해.


고기 써는 데는 이기어검술.


불붙이는 데는 삼매진화.


주방으로 요리 옮기는 데는 허공섭물이 제일 효율적이거든.


몸은 하난데 주문은 많으니 언제 다듬고 붙이고 옮기느냐고.


다녀오겠슴다.”


내 제자고, 직접 가르쳤지만 참 좋은 경공이다.


반경 백리에 이 각 안에 배달 가능한 이는 우리 사대고수 중에도 없거든.


, 다른 무술 소질은 전혀 없고 덕분에 험한 무림에서 딸배하긴 쉽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저 놈을 따라잡아 두드릴 수 있는 이 역시 사대고수 중에도 없다. 그러니 괜찮은 거고...


아무튼 왜 객잔을 하고 있느냐...


사실 우리들이 보기엔 이래도 늙은이라는 것은 이미 밝혔고, 그동안 다니면서 볼 꼴 못 볼꼴 다 보고 갖은 기연과 통수도 수없이 겪었어.


각자가 무림지존을 칭할 정도로 강해졌고 무수한 영광과 승리로 점철된 우리들의 강호행이었지만, 그만큼 죽고 죽이고 참 삭막했단 말이지.


그런데 모처럼 연이 닿아 이렇게 반로환동했고 새로운 인생이기도 한 셈이니,


이번 삶은 무림에 좀 도움 되는 일, 평화의 길을 걸어보자.


그렇게 합이 맞았던 거지.


그리고 여기엔 내 전생의 음식 솜씨와, 뇌리 속 수많은 중화요리들이 도움이 되었던 거고.


말했지만 여긴 성업중이야. 정파 사파 마교 혈교 녹림 가리지 않고 찾아와 짜장 짬뽕 탕슉을 먹고 있지.


이런 판국이면, 이 객잔에서 정사대전이 몇 번이고 일어났을지도 모르지만...


아쉽게도, 아니 다행스럽게도 주인이 우리들이다.


시방, 지금 탕수를 고기에 부어버린겨?”


닥쳐라, 찍먹, 이 사파 놈아!”


부먹이 정파거든? 근본도 없는 놈아?!”


...소란인가.


. 어검술로 날아간 내 중식도가 식탁 정 중앙에 꽂힌다.


얌전히 먹어라.”


.”


오늘도 무림은 내 덕에 평화롭구나.


그리고 거기.”


딴 식탁에 눈짓하니 모두가 눈을 내리깔기 바쁘다.


주문은 정했냐?”


조금 전에요. 그러니까,... 짬뽕 셋에 짜장 여섯에 탕수가...”


통일해라.”


“...?”


통일하라고.”


“...짜장 열그릇요.”


“알았다.”


거 봐. 오늘도 무림의 통합은 굳건하잖아.


정파 사파 마교 혈교 모두 모여 입가에 짜장 묻혀가며 먹는,


평화롭고 조화로운 이 광경은 바로 우리가 만든 거라고.


뿌듯하다, 뿌듯해.




...같은 느낌의 퓨전짬뽕무협소설 어디 없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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