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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린 2015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 베어스 대 삼성 라이온즈 경기. 두산 선발투수 니퍼트가 2차전 MVP상을 받은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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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가 한창이다. 이번 포스트 시즌은 삼성 라이온즈 소속 일부 선수들의 ‘도박파문’으로 인해 위기론까지 대두되었지만 준플레이오프부터 연일 명승부가 펼쳐지는 등 2015년판 가을의 전설이 쓰여 지고 있다.
고무적인 것은 포스트시즌의 특성상 매 경기 영웅이 탄생하며 팬들을 열광케 한다는 사실이다.
이번 포스트시즌 최고의 영웅은 단연 두산 베어스 외국인 선발투수 더스틴 니퍼트(34)다. 그는 올 시즌 부상에 시달리며 정규리그에서 이름값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부상에서 회복하고 몸 상태가 올라오자 포스트시즌에서 무서운 위력을 선보이고 있다.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7이닝 2실점하며 에이스의 귀환을 알린 그는 NC와 플레이오프 1차전 9이닝 무실점 완봉승, 4차전 7이닝 무실점 선발승으로 시리즈 MVP에 올랐다. 여세를 몰아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도 7이닝 무실점 역투로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포스트시즌 4경기에 30이닝을 던지며 2실점밖에 하지 않았다. 포스트시즌 24⅓이닝 무실점 행진으로 역대 포스트시즌 신기록을 세웠다. 시속 150㎞에 육박하는 강속구로 타자들을 힘으로 돌려세우는 것을 비롯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로 상대타선을 농락한다. 구위와 제구는 물론 노련미까지 3박자가 완벽한 선발투수의 모습을 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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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아넨코 표도르(연합) |
MMA 최고의 선발투수를 꼽으라면 원조 세계 최강자 에밀리아넨코 표도르(39,러시아)를 빼놓을 수 없다. 한창 때의 그는 니퍼트가 그렇듯 타격, 그래플링, 전술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한 모습을 선보이며 상대 선수들을 격파했다.
끈질기고 출루율 높은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 볼을 잘보고 커트에 능하며 일발 장타가 무서운 좌타자 미르코 크로캅, 큰 체격에 정교함까지 갖춘 팀 실비아 등 쟁쟁한 타자들을 상대로 선발승을 가져갔다.
안드레이 알롭스키(36,벨라루스)와의 대결에서는 냉철한 수싸움 그리고 특유의 냉정함이 빛났다. 타석에 선 알롭스키는 스트라이크존을 바싹 좁히고 애매하게 들어오는 공들을 커트해내면서 표도르를 어렵게 했다. 그동안 상당수 타자들이 표도르의 포스에 주눅 들던 것과 달리 자신감이 넘치는 자세로 배트를 움켜잡았다. 적어도 초반 분위기는 알롭스키가 가져가는 모양새였다.
노련한 표도르는 알롭스키의 자신감을 역으로 이용했다. 완전히 자신감을 찾은 알롭스키는 프런트 킥으로 표도르를 코너 구석으로 밀어버리고 재빠르게 플라잉 니킥을 시도했다.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하고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최고 선발투수를 상대로 만루홈런을 치는 클러치히터의 모습이 잠깐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표도르의 냉정한 피칭은 홈런을 허용하지 않았다.
알롭스키가 플라잉 니킥을 시도하려고 공중에 뜬 찰나를 놓치지 않고 전광석화 같은 펀치를 턱에 적중시켜버렸다. 레이더가 달린 듯(?) 정확하게 날아간 표도르의 펀치에 적중된 알롭스키는 그대로 링 바닥에 고꾸라진 채 실신하고 말았다. 허를 찌르는 제구력 앞에 알롭스키의 배트가 허공을 헛돌고 삼진을 당한 것이다.
은퇴 후 다시금 MMA무대로 돌아온 표도르는 예전의 막강한 선발투수는 아니다. 젊은 시절 불같았던 강속구도, 어디로 떨어질지 모르는 너클볼도 위력이 많이 떨어졌다. 하지만 늘 팬들을 놀라게 했던 수 싸움의 대가인만큼 노련한 피칭을 기대하는 시선도 많다. 거포들 가득한 현 헤비급 무대에서 노장 선발투수가 어떻게 가치를 증명할지 주목된다.
-문피아 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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