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밤중
숲 속 한 가운데 부엉이 울음소리들이 이리저리 울려퍼졌다. 왼쪽에서, 오른쪽에서, 머리 위에서, 뒤에서. 부엉이 소리에 홀려 길을 헤매기 시작하면 그 순간 숲 속은 미궁이 된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앞에서 나던 부엉이 소리는 그들의 뒤통수를 간지럽혔다.
데렌샤는 뒤를 돌아보고 싶었다. 걸음이 조금 늦춰지자 칼레닌이 어깨를 감싸며 등을 밀었다. 데렌샤는 정신을 차리며 멘더의 뒤를 따랐다. 그녀는 한참동안 제자리 걸음을 하는 느낌을 받았다.
어둠속에서 나타나는 나무들은 모두가 수백 수천의 쌍둥이들이다. 쌍둥이들은 쉬지 않고 그들을 스쳐지나갔다. 어떤 나무는 앙상한 뼈를 팔처럼 늘어트리고 있었다. 가느다란 가지가 그녀의 목덜미를 쓰다듬었을 땐, 데렌샤는 칼을 뽑고 가지를 쳐내고 싶었다.
소소함
"쇤네야말로 공주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려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저는 말을 탈줄 압니다. 하지만 공주님께서는,"
노드건을 말을 하다 말고 아차 싶었다. 그는 놀라며 말했다.
"승마를 하실 수 있습니까?"
땅에서 다리를 떼고 이동할 때, 고급 마차 외에는 허락치 않을 것 같은 소녀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나를 어떻게 보는거냐. 이래뵈도 아카데미에서 승마술만큼은 만점을 받았던 몸이다."
노드건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조심스레 말했다.
"승마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잠깐 달리는 것만으로도 다리가 풀리고 엉덩이에 물집이 잡힙니다. 허리를 다칠 수도 있습니다. 잠깐 배우신 것과 실제로 타고 다니는 것과는 다릅니다. 초보자는,"
에리젤은 두 손을 허리에 얹었다. 그녀는 아랫사람을 내려다 보듯이 노드건을 올려다보았다. 앙칼진 표정이었다. 노드건은 그녀를 장난감 뺏긴 고양이같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말했다.
"내 걱정은 하지 말거라. 너 보다는 잘 탈테니까."
노드건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백번 말하는 것보다 한번 행하는 것이 낫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달달함
에리젤은 웃었다. 디아나는 그녀가 매우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행동은 무의식 중에 이루어졌다. 디아나는 에리젤의 볼에 입을 맞췄다. 그러자 에리젤이 당황하여 뒤로 물러났다. 에리젤은 디아나의 입술이 닿은 자리를 손으로 만졌다. 에리젤이 말했다.
"이, 이게 무슨 짓이냐?"
디아나는 자기도 모르게 손으로 입을 가렸다.
"응? 응? 그, 그냥 고마워서 그랬어. 기분 나빴으면 미안..."
에리젤은 볼을 문지르며 말했다.
"아 아니다. 나는 약혼자가 있는 몸이다. 그래서 놀랐던 것 뿐이다."
디아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약혼자? 상관 없지 않아? 여자끼리인데."
에리젤은 얼굴을 붉혔다.
"어찌하여 상관 없느냐. 나는, 나는,"
그녀는 말을 잇지 못했다. 디아나는 그녀가 말을 더듬는 것을 보고 웃었다.
오열
노드건은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손녀뻘은 될법한 소녀가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다말고 갑자기 울고 있었다. 그는 그녀의 심리를 이해하기에 앞서 가슴이 철렁거림을 느꼈다. 노드건은 말을 더듬었다.
"고, 공주마마? 어째서 우십니까. 쇤네와 목오족의 원한은 공주마마와는,"
에리젤은 소리쳤다.
"관계 있다! 내가! 내 몸에 흐르는 피가! 태초부터 너희들에게 살육를 강요시킨 것 아니더냐! 내가 무사태평이었다. 무어가 두 종족의 관계를 개선시킨다는 게냐. 뭘 믿고 쉬이 해결하겠다고 생각했더란 말이냐. 결국,"
에리젤은 자신만의 문제에 부딪혀 다른 이를 살필 겨를에 없었다. 가장 불행한 사람은 나다. 그녀는 은연중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페이의 손길도 거부하고 혼자 힘으로 걸어왔다.
물집이 가득한 발바닥을 보았을 때 그녀가 자기도 모르게 떠올린 생각은 '역시 나는 가장 불행해.'였다. 웨다랑 페이가 자리를 비울 때마다 울적해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나무에서 떨어져내렸을 때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할대로 비관하다가 악에 받쳐 일어났다.
그랬기에 에리젤은 절대로 입 밖에 내지 않았던,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애써 외면해왔던 말을 꺼내고 말았다.
"페이가 누이를 잃고 저리 방황한 것이! 그 방황에 휘말려 살인을 저지른 것이! 전부 내 책임이 아니면 뭐라 해야 한단 말이냐! 어찌하여 나는, 나느은!"
에리젤은 그 자리에 선 채로 꺼이꺼이 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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