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의림천하
저 자 : 일몽
출판사 : 파피루스
거두절미하고, 제가 보기엔 이 책에 나오는 설정의 상당수가 작위적이고 억지스러운 데다가, 매우 헐렁하기까지 합니다. 한마디로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책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일례로 주인공이 무림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보자면, 치매걸린 약혼녀 사망 -> 충격으로 돈 많이 버는 성형외과의로 전업 -> 주인공도 치매 -> 교통사고로 사망 -> 무림진입. 파란만장한 주인공의 삶이 한 챕터도 아니고, 채 스무 페이지가 되지도 않아 끝나버립니다. 스피디한 전개? 뭐 좋습니다. 요새 트렌드이기도 하니까요. 문제는 속도를 과도하게 추구한 나머지 글 자체가 너무 허술해져 버렸다는 점이겠죠. 벼룩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운 격이랄까요.
이계진입과정 등이야 차치하더라도, 뜬금없이 같이 넘어온 수술가방과, 거기에 새겨진 이름의 유래에서 보이는 억지성(눈 떠보니 무림으로 넘어왔고, 우연히 약혼자에게 선물받은 수술가방이 같이 넘어오고, 어쩌다보니 그 가방에 존경하는 중국의 위인의 이름을 한자로 수를 놓았었다?-중국의 위인이라고 하길래 검색해 봤더니 그런 이름을 가진 위인은 모르겠고 홍콩 액션배우는 있더군요. 주인공은 이후 가방에 수 놓아진 이름을 자신의 본명으로 삼고 과거의 삶과 무림에서의 삶을 구분 짓습니다.), 예고도 없고 설명도 없는 시간 건너뛰기의 반복(석달 후, 1년 뒤...), 어처구니없는 인물관계 설정 등등 나열하자면 한도 끝도 없으니 이만 줄이겠습니다.
제가 본 의림천하는, 복선이 아니라 급조하여 갖다 붙이기, 속도감을 가장한 날림으로 가득찬 글이아니었나 싶습니다.
Comment '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