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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영신마괴
작성
09.03.23 10:42
조회
2,445

작가명 :

작품명 :

출판사 :

전에 이쪽 게시판에 한번 올렸었던 것 같은데, 예에전부터 좋아라하던 단편입니다.

이상균-소설가의 자세(펌)

왕성은 북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서 비교적 성 문에서 가까운 편이었던 문필가들의 길드는 멀다면 왕성에서 가장 먼 편이었다. 펜드렌의 새 작품이 발표된다는 소식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문학에 관심 많은 귀족들과 문필가들로 아침부터 북적거리던 문필가들의 길드는, 점심 나절쯤 견습생도가 가져온 소식이 도착한 이후엔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술렁대고 있었다.

  "정말 대단할 일이죠, 펜드렌경? 알카사스경이 직접 왕림하신다니, 저희 문필가 길드가 생긴 이후 이렇게 경사스러운 일은 처음입니다."

  길드 마스터는 요란을 떨며 키 작은 몸을 발돋움 해서 양 손으로 펜드렌의 양 어깨를 툭툭 쳐보였다. 펜드렌은 혹시 이 난쟁이같은 길드 마스터가 자신을 껴안으려 하는 것은 아닐까 하며 몸을 움찔했으나, 곧 표정을 바꿔 억지로라도 웃어 보였다. 알카사스라면 왕영 마법사이면서 당대 최고의 문필가로, 그리고 혹평으로 이름을 날리는 굉장한 평론가가 아닌가. 그가 작품 발표회에 친히 모습을 드러낸 다는 것만 가지고도 펜드렌은 이미 녹초가 될 정도로 긴장해 있었다.

  '무슨 꿍꿍이일까. 그 꼬장꼬장한 할아범이 내 소설을, 아니 미래소설류를 인정하겠다는 말을 하기 위해 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 오만하기 이를데 없는 할아버지가... 그 할아버지가 오는 것은 이 길드 마스터 얼굴에 금칠을 하는 것일 수는 있겠으나, 내게 도움이 되는 점이라고는 하나도 없구나.'

  펜드렌은 자신이 없었다. 만약 알카사스와 논쟁이라도 붙는다면 처참하게 져서 꼬리를 내리는 것은 자신쪽일 것이다. 연륜의 차이, 경력의 차이를 이야기 할 수 있을 만큼 펜드렌이 어린 나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평소에 알카사스를 비롯한, 미래 소설류를 인정하지 않는 작가들을 '우물 안에서만 살고 있는 고집스런 늙은이들'로 치부하던 자신이었다. 실은 그들이 갖춘 문학적 역량에 터무니없이 미치지 못하는 초라한 모습이라는 것을 만인 앞에 어떻게 내비친단 말인가. 왕영 도서관 한켠을 차지하는 수천권의 장서를 독파한 당대 최고의 문학 가와, 기껏해야 음유시인들의 노래를 귓전으로 들어 넘기며 익힌 문학적 소양으로 글을 쓰는 자신과 어떻게 비교될 것인가. 겉으로는 대등한 문학가이며 대등한

'작가'라고 이야기하고 있었던 펜드렌도 실은 속으로는 커다란 열등감을 안고 있었던 것이다.

  알카사스가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시간은 흘러갔고, 누군가의 외침에 따라 그도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설 수 밖에 없었다.

  "어서 오십시오 알카사스경, 대문필가께서 직접 이 누추한 곳을 찾아와 주셨다니 정말 영광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알카사스는 키가 크고, 마법사답지 않게 장대한 기골을 가지고 있었다. 젊은 시절에는 기사를 지망했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을만 하다고 펜드렌은 생각했다. 길드 안에 마련된 식장을 꽉 메운 사람들과 일일이 시선을 교환한 알카사스는 예의를 갖춰 길드 마스터의 인사에 답한 후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리 기별이라도 했어야 하는 것인데, 연락도 없이 느닷없이 찾아온 늙은이를 반갑게 맞이해 주셔서 오히려 감사합니다. 이렇게 서 있는 것도 폐가 될 터이니, 어서 진행을 하시죠."

  알카사스의 말에 길드 마스터는 자리를 준비해라, 조명을 맞춰라, 사람들을 앉혀라 이리저리 길드원들에게 지시를 내리며 부산을 떨었다. 알카사스의 시선과 펜드랜의 시선이 공중에서 잠시 만났으나, 알카사스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렸다.

  식장 위에 마련된 단상 위에 먼저 올라와 있던 펜드렌이 문득 바라보니, 몇몇 문필가들은 서로 무엇인지 귀엣말을 주고 받으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흔들거나. 혹은 손바닥에 무엇인가 글씨를 쓰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무엇인지 이해할만 했다. 본래 왕영 문필가협회와 문필가 길드의 사이는 그리 좋지 않았다. 최고의 문필가

들만이 등록되어 활동할 수 있는 왕영 문필가 협회에 대한 반감과 동경. 그리고 약간의 열등감이 합쳐져 두 모임의 관계를 어색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아마도 귀엣말을 하는 그들은 입을 다물고 있을 것인가, 아니면 미래소설 류를 비판하여 알카사스의 눈에 들어볼 것인가 하는 것을 가지고 저울질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 상대해야 할 사람은 알카사스 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펜드렌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제 토론회를 겸한 작품 설명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이 모두다 알다시피, 단상 위에 계신 펜드렌경은 지지난해 '제 2전선의 어둠'으로 문단에 오르신 미래문학의 대표 작가이십니다. 이번 발표한 그분의 작품은... "

  사회를 맡은 길드 마스터는 곧 펜드렌을 다음 시대를 이끌어갈 젊은 문학가이며 문학적 소양까지 갖춘 시민문학의 기수라고 치켜세웠다. 길드 마스터의 목소리가 높아질때마다 식장 안에서는 박수소리가 터졌지만, 펜드렌은 바늘 방석에라도 앉은듯한 기분이 되어 있었다.

  "또한 지난번에 발표된 '미티어 피닉스'로 펜드렌경은 미래문학이 이미 기존문학 못지 않은 자리에 올라와 있음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왕국 전역에 무려 1만5천권이 인쇄본으로, 혹은 필사본으로 팔려나갔으니, 이 것은 이미 미래문학이 몇몇 젊은이들이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범 국민적 인정을 받는, 아니 현재 존재하는 기존

문학 자체를 이끌어갈 새로운 문학세계라는 것을 세상에 알린 것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말은 은근히 알카사스를 비롯한 기존문학 옹호자를 긁은 꼴이 되었다. 문필가 길드는 어짜피 책을 팔아서 그들의 세력을 키워나갈 수 밖에 없었고, 그들이 이야기 하는 문학의 기준은 책의 판매량에 있었다. 그런 뜻인 줄 뻔히 알면서도 알카사스는 무표정한 얼굴로 길드 마스터를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길드 마스터 의 장황한 작가와 작품에 대한 설명이 끝나갈 무렵, 박수 속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소."

  한참 박수를 치고 있던 방 안 사람들과, 길드 마스터와. 그리고 펜드렌의 시선까지 그에게 돌아갔다. 자리 중앙쯤 앉아 있었던 푸른 로브의 남자가 일어나 있었다.

  "이렇듯 한결같이 펜드렌과 미래문학을 칭송하는 소리가 높은데 찬 물을 끼얹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으나, 나는 처음부터 이 말을 하고자 하고 왔소."

  펜드렌은 은근히 화가났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 단상에서 주먹을 쥐어 보였다. 그는 바로 전 옆에 있던 문필가와 귓속말을 나누던 그 사람중 하나였던 것이다. 헛기침을 한번 한 그는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나는 레일론드라 하오. 작품을 한 것이 없어 여기 계시는 모든 분들이 제 이름은 모르고 계시리라 생각하오. 문학에 대해 많이 아는 것이 없는 사람이지만, 요 얼마간 문필가 길드와 몇몇 작가들의 작태를 생각하면 정말 한심하지 않다고 할 수가 없소."

  주위가 술렁거렸다. 스스로 찬 물을 끼얹는다고 말하긴 했지만, 저렇게까지 노골적인 말투로 이야기를 시작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이왕 눈에 띄자면 저렇게 말하는 것이 효과적이겠지. 펜드렌은 속으로 그를 실컷 비웃어 주었다.

  "도대체 미래소설이라는 것이 무엇이오? 하늘에는 불을 뿜는 커다란 새가 날아 다니고, 땅에는 발도 달리지 않는데 말보다도 빠른 철덩어리가 뛰어 다닌다니."

  짤막하게 펜드랜이 그의 말을 잘랐다.

  "비행기와 자동차 말씀이로군요."

  "그렇소. 게다가 단추 하나만 누르면 도시 하나가 멸망한다는 둥, 버섯 모양 구름이피어 오르며 사람들을 죽인다는둥. 지난번에 내 놓은 글은 더욱 가관이었소. 도대체 길드에서는 무슨 생각을 하길래 그런 허황된 이야기로만 가득한 소설을 글이라고 내어 놓는 것이오? 미티어 피닉스라고 하니 이름은 기억 나는군. 그 거대한 새의 몸에 인비져빌리티의 마법이 걸려 눈에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눈 깜짝 할 새에 미티어를 수십개 떨어뜨려 나라 하나를 멸망시킨다니? 지금 이 시대에도 미티어 스트라이크를 소환할 수 있는 마법사는 하나도 남지 않았소. 애들 조차도 유치하다고 치부할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이 무슨 미래에 문학을 이끌어갈 문필가이며 대작가란 말이오?"

  "전설에 기초한 것입니다. 우리의 문명이 시작되기 이전에는 실제로 그러한 세계가 있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미티어 피닉스라는 이름은 기존 미래 문학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전설에 존재했던 스텔스 전투기를 묘사하는데 썼던 것입니다."

  펜드렌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레일론드라 이름을 밝힌 문필가는 더욱 비분강개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만 두시오. 어쨌든 나는 그런 조악한 글들을 문학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소. 자극적인 묘사와 어투로 어리석은 독자들을 현혹하는 글 따위를 책으로 만들어 자신들의 속이나 채우는 길드도 인정 못하오."

  그정도의 질문일줄 알았다. 펜드렌은 쓴 웃음을 지으며 단상 위에서 답변했다.   "그럼 기존 문학이 갖고 있는 문학성이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아니, 예술이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생존과는 관계 없는 것을 오직 그것을 위해 하는 것이 인간의 특징중 하나입니다. 예술이라는 것은 작가 자신의 생각을 대화에 의한 직선적인 방법외의 것으로 다른 이에게 알리는 것입니다. 레일론드경, 혹 거울이나 벽을 바라보며 대화를 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펜드렌은 대답을 기다린다는 듯이 말을 끊었다. 식장의 모든 눈들이 자신을 향하자 레일론드는 머뭇거리면서 대답했다.

  "... 미, 미치지 않는 다면 그런 사람이 있겠소?"

  그러니까 고민해보지도 않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비판쪼가리나 나불거리지 말란말이다, 이 입 얇은 녀석아.

  펜드렌은 심호흡을 한 다음 말을 이었다.

  "본질을 보십시오. 벽과 대화할 수 없는 것은 그 곳에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화는 한쪽에 이야기를 하는 입이 있으면, 다른 쪽에는 들어주는 귀가 있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는데 그것을 향유해야 하는 계층이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무식한 독자들 탓입니까?"

  레일론드는 대답하지 못했다. 펜드렌은 한층 목소리를 격앙시켰다.

  "'유치하다'는 것으로 일관하지 마십시오. 문학, 아니 예술의 본질은 그곳에 있지 않습니다."

  무엇인가 우물쭈물거리며 레일론드는 엉거주춤한 상태로 서 있었다. 서 있자니 대답할 말이 없고, 앉자니 완전히 바보가 되어 버릴 꼴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다음 순간 사람들의 눈은 자신에서 멀리 떨어진 왼쪽 귀퉁이로 돌아갔고, 그는 간신히 다른 사람 모르게 자신의 자리에 앉을 기회를 찾을 수 있었다.

  "그럼 그 본질에 대한 질문을 해 봐도 괜찮겠는가?"

  입을 연 것은 다름 아닌 알카사스 본인이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표정으로 펜드렌은 몸을 경직시켰다. 알카사스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젊은 작가가 많이 생겨난다는 것은 문필가의 한 사람으로서 기뻐할 일이네. 그러나 그건 '작가'가 생겨났을때의 일이야."

  알카사스는 말을 잠시 끊었고, 레일론드는 마른 침을 삼켰다.

  "확실히 예술은 대화의 다른 모습이라는 자네의 의견에 동의하네. 사실 고급의 문학, 예술적인 문학이라는, 잣대로 잴 수도 없는 기준을 가지고 미래문학이라는 글들을 고려대상 조차 생각조차 하지 않는듯한 방금 전 레일론드경의 말에도 그렇게 반박하고 싶었네. 자네의 말은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맞는 말이었네만...  그렇다면 자네의 글은 어떤가?"

  "... 예?"

  펜드렌은 눈을 크게 떴다.

  "자네의 글도 자네가 말했던 것 처럼 그런가? 나는 말만 하고 행하지 않는 사람 만큼이나, 고민만 하고 변화하지 않는 사람을 경멸한다네. 아무리 비상한 상상력이나 감수성을 발휘한다 하더라도, 어떤 사상이 논리적인 체계를 갖추지 못한다고 하면 그 논리는 가치가 없네. 언어는 인식적일세. 마찬가지로 종이 위에 쓰여진

언어 또한 인식적이지. 작가의 언어는 글 이고, 그 글이 작가의 사상을 대변하고 있다네. 그렇다면, 자네가 말하는 것처럼 자네의 글도 그런가?"

  "무, 무슨 말씀이신지... "

  펜드렌은 식은 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알카사스는 인자한 표정을 짓고 이렇게 말했다.

  "다시 말해보세. 미래소설의 본질은 미래소설이기 이전에 소설이고, 소설이기 전에 글이며, 글이기 이전에 작가라는 것을 생각해보게. 미래소설의 문학적 가치를 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미래소설이라는 것은 겉 껍데기일 뿐이요, 진정 하게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소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 소설 안에서 글이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가, 그 글 안에서 작가는 어떤 사고를 하고 있는가,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가가 아니겠는가?"

  펜드렌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고, 알카사스의 말은 계속되었다.

  "미래소설이라는 것이 갖는 문학적 의미를 논하는 것은 하등 중요한 점이 없다네. 본질을 보지 못하고 허황된 포장만을 읽을 줄 아는 우매한 자들이나 그런 짓을 하는 것이지. 나는 미래소설 작가로서의 자네, 미티어 피닉스의 작가로서의 자네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네, 펜드렌경. 그 이전에 소설가, 그 이전에 펜드렌

경 자신인 자네에게 묻고 있는 것이라네. 자네 역시 미래소설이라는 포장에 가려  문학의 본질을 잃고 있는 것이야. 자네가 무엇을 간과하고 있는지 알겠는가?"

  펜드렌은 헛기침을 하고 간신히 대답했다.

  "... 잘 모르겠습니다."

  "자네는 미티어 피닉스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가를 묻고 있는것이네. 자네가 그렇게 이야기하는 '대화'라면, 자네는 예술가로서 대화의 다른 모습인 문학이라는 방법을 통해 자네의 독자들에게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는가?"

  말문이 막혔다. 나는 왜 미티어 피닉스라는 소설을 썼는가? 지금껏 미티어 피닉스가 기존 문단에 어떻게 보일 것인가, 어떻게 문학과 '비슷하다'라는 평을 받을 것인가만을 생각해오던 그였기에, 이렇게 간단하고 본질적인 질문에도 대답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 그, 그러니까. 인, 인간과... 인간의 잔인함과... 그런... "

  알카사스는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인간과 인간의 잔인함과, 전쟁의 참혹함을 그리기 위해서는 미래문학이라는 방법밖에 다른 길이 없는가?"

  이제 식장안은 정말 레일론드의 말 처럼 '찬 물을 끼얹은것 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미래문학을 쓴 다음 그 안에 억지로 무슨 생각인가 하는 듯이 철학적 질문따위를 집어 넣으려 하지 말게. 방금도 말했듯이 자네는 본질을 간과하고 있어. 앞뒤가 바뀌어 있는 것일세. 자네가 미래소설을 쓴다면, 자네는 미래소설이 아닌 소설도 쓸 수 있어야 하네. '미래문학 작가'라니, 정말 웃기지도 않는 소리지. 작가는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은가에 대해 고민한 다음, 글을 쓰기 시작해야 하는 거라네. 고민 없이 글을 써서 미래문학이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그것은 정말 불쌍한 일이되는 거라네."

  펜드렌은 고개를 숙여 버렸다.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 문학적 가치가 없다는 소리는 듣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글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재미있게',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끌고가 버렸을 뿐이다. 그런 쉬운 글에 고민이 있을리가 없었다. 그리고도 문학적으로 평가받고 싶으니, 적당히 어디선가 들은듯한 철학적인 단어

들을 가져다 붙이며 '문학적인양'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하지."

  문필가 길드 안에는 오후의 햇살이 하얗게 비추어 들어오고 있었다.

  "지금 우리가 나눈 대화를 생각해 보게나. 이것을 미래소설로 쓸 수 있겠는가? 자네가 만든 세상과 비슷한 세상을 생각해 본다면, 뭐 적당히 벽돌로 만들어진 수십층짜리 건물에서, 늙은 문학가와 그 세상에 없을 법한 이야기를 소설로 쓰는 젊은 소설가와 대화를 나누었다고 하세. 그것을 소설로 쓴다면, 그건 미래 소설인가? 지금 우리가 나누고 있는 대화 자체가 소설이 된다면 그건 그 차갑고 높은 벽돌집 안에서 이루어지는 대화, 그 미래소설과는 무엇이 다른가? 그렇다면 왜 자네는 그 이야기를 '미래소설'로 썼는가?"

장르소설의 대중성과 장르소설의 문학성. 조금은 고민해볼만한 화두지요? 양탕님의 글에 무조건적으로 반대를 찍으시는 것은 아마도 이전의 일련의 글들에 대해 가지셨던 반감때문인 듯 합니다. 그러나 그 글 자체만 놓고 생각해보면 타당한 면이 있습니다. 우리의 장르소설들은 주인공이 초인이 아니면 말할 수 없는 어떤 것을 말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그저 재미있게 쓰기위해, 편하게 쓰기위해 초인이란 소재를 이용하고 있을 뿐입니까?  


Comment ' 107

  • 작성자
    Lv.92 Nanami
    작성일
    09.03.24 04:06
    No. 101

    양탕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만하여 이야기를 시작하였으면 합니다.
    저의 글역시 양탕님은 알고 있고 이해하고 계시겠죠.
    그럼 왜 차이성이 발생하느냐에 대해서는 저는 다른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스타일'도 좋고 '에세이'도 좋습니다.
    다만 이런게 논쟁이 뜨겁고 열기가 식지 않는것은 결국 쌍방이 만족 할 만한 결론에 도출하지 못 하였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이렇듯 댓글을 다는 저의 행동도 그 것에 댓글에 다는 양탕님의 행동역시 둘다 만족 할 만한 결론에 도출하지 못 하였고 그것은 '제가 이야기 하는 다른 관점' 에서 문제를 보고 이야기 하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글을 기제하시는 것에 있어 열과 성의를 다했고 그것이 다른이에 의해서 부정당한다면 기준이 좋을 수는 없겠지요.
    그런데 사실 읽어보면 부정당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이야기 입니다.
    애초에 주제와 상반되는 이야기를 하거나 샛길로 빠진 이야기가 다수이죠.
    그런데 양탕님의 이야기 하시는 '관점'은 대부분 일관적입니다.
    다른사람은 '다른이야기' 이기 때문에 '다른관점'에서 시작하였는데 양탕님은 자신의 기재한 글때문인지 같은 이야기를 자꾸 반복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저는 자신의 관점에 대한 댓글을 파악하고 그 것에 집중하여 이야기 하는 것이 좋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그리고 애초에 그렇게 하지 못하겠다면 주제의 통일이나 토론의 논점을 좁힐 이유가 존재한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애기가 잘 정리가 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2 Nanami
    작성일
    09.03.24 04:10
    No. 102

    윗 글에 오타 기준-->기분으로 정정합니다.

    처음부터 비슷해보이지만 다른이야기를 서로 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부분적으로 옳은 해석도 많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해서 다른해석을 열과성의를 다해서 부정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완전무시의 생각없고 무 성의적인 댓글이 아니라면 말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푸른노을
    작성일
    09.03.24 04:13
    No. 103

    음 앙탕님이 적어놓은 선입관이라는 이야기를 보고 다시 몇번 곰곰히 글을 봤습니다. givemecake님이 적어주신 부분이 새롭게 보이는군요. 앙탕님의 4번 주장에 현실성을 대입해놓고 다시한번 보앗습니다. 이것도 역시 말이 되는군요. 단 직접 적어주신 뜻이 옳겠지요. 아무래도 이전 봉건제와 관료제 부분에서 현실성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보다보니 미리 짐작해서 판단내린듯 합니다.

    givemecake님과 앙탕님께 죄송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푸른노을
    작성일
    09.03.24 05:06
    No. 104

    음 자기반성 + 변명 댓글입니다. 마무리 글이지요.;;;

    아참 givemecake님 이것은 집고 넘어가야겠군요.
    84번글에 대한 답변을 하자면 제가쓴 현실성이란 개연성을 포함한 단어입니다.

    앙탕님의 글 중 4번글에서 '문학을 문학이게끔 하는 특성은 누군가 말한 바와 같이 세계와 존재에 대한 성찰이다.'의 '성찰'에 중점을 둔 해석과 '쉽게 말하면 우리와 비슷한 인간을 주인공으로 삼으며, 상식적인 수준에서 실제 존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되는 배경을 무대삼아 작가의 세계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는 것이다.'에 중점을 두는가에 따라 해석이 바뀔 여지가 있습니다.

    또한 이전 앙탕님의 글에서 초인을 세계의 일부로 이야기하는것은 변증불가능한것을 말하는 것이므로 애초에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보았지요. 초인 자체가 세계의 일부가 되는것조차 못하는데 초인이 이 주체가 되거나 안되거나 논외이고 초인을 제외한 부분이 현실성(개연성)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문학이라 이야기할 수 있다. 라고 미리 짐작한듯 합니다. 그런 점들이 뒤섞여서 댓글을 계속한듯 하네요.

    아무튼 크게 실수한듯 합니다 반성중;;;

    끝까지 지켜보신 문퍼와님도 주무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 風魔師
    작성일
    09.03.24 23:40
    No. 105

    거참..문화의 모든장르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논쟁의 축소판이네요
    음악이든..미술이든..영화든..연극이든..'순수'와 '상업'의 오래된
    논쟁인데..굉장히 지엽적인 부분에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네요..

    작가주의..라는건 좀 구태의연한 주제이긴 합니다만...
    저 역시 어떻게 구분해야 한다고 선을 그을 자신은 없습니다..
    다만..'차이가 없다' 라고 말할수 없다는 입장이네요

    같은 대중음악이라도..송창식의 노래와 소녀시대의 노래는
    다른선상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과...그래봐야 거기서 거기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과의 평행선이 아닌가 싶군요

    이 논의...계속해봐야 결론 안나올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 風魔師
    작성일
    09.03.24 23:44
    No. 106

    단순히 구분한다면..'소비되고 잊혀지는것' 과 '남는것'으로
    구분할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10년이 지나도 읽혀지는 만화와
    잊혀지는 만화..여전히 리메이크되는 곡들과..그렇지 않는 곡들..
    수백년이 지나도 재연되는 연극과...그렇지 않는 연극들...

    타임킬링용으로 소비되는 무협과...그렇지 않은 무협들...

    뭐 전체적인 논의의 흐름과는 '전~혀' 논점이 다른 얘기입니다만..
    (알고 있다구요..) 전 대체로 저런 관점에서 문화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순수와 상업의 경계 말고 말이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거서간
    작성일
    09.03.25 21:46
    No. 107

    모두 잘 봤습니다. 찬성과 반대밖에 없는 게 아쉽군요. 추천 꾹 눌로 주고 싶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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