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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니그라토
작성
09.05.11 00:27
조회
3,467

작가명 : 이영도

작품명 : 에솔릴의 드래곤

출판사 : 네이버

스포일러가 가득합니다.

-----

이영도는 '드래곤 라자'에서부터 폭력을 희화화시키는 폭력적인 작태를 반복해왔다.

샌슨과 후치 사이의 폭력은 매우 웃기게 표현되고 있다.

각설하고 '에소릴의 드래곤'에서 강자의 도덕이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 보자.

더스번은 성녀로 지목된 소녀를 성소에서 강간했다고 거짓말을 침으로서, 이 소녀를 종교로부터 풀어준다. 물론 소녀는 종교에 얽메여 살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묘사된다. 그 사실에 분개해 더스번은 소녀를 종교로부터 해방시켰다.

이것으로 좋은 일일까.

소녀가 종교에 걸려들게 된 건, 소녀의 아버지가 가난해서 소녀를 팔았기 때문이었다. 이로 미루어 소녀에겐 재산 한 푼도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 그녀를 그대로 세상 밖에, 선택의 자유의 이름으로 내던지는 것은 폭력이다. 더스번은 소녀에게 세상의 무서움을 가르치지 않았고, 하다못해 돈 한 푼 주지 않았다.

오늘날의 지배계급은 아무 것도 갖지 않은 사람들에게 돈이라는 유일한 선택을 강요하면서 아무 것도 제공하지 않은 채 이른바 '자유 경쟁'에 내몰고 있다. 사람들의 역량이 다른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작중의 더스번 또한 그런 짓을 했다.

이런 시각은 사슴인간과 늑대인간의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더스번은 사슴인간을 매도했다. 그러나 사슴인간이 늑대인간을 따라가기를 거부한 것은, 통제할 수 없는 보름달의 시간에 자신은 태생적 약자가 되기 때문이다. 태생적 약자에 대한 경멸이 더스번의 태도에서 드러난다. 더스번은 그 능력을 갖추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겠지만, 그 노력은 태어나면서부터 좋은 근성을 길러주고 제때 필요한 걸 줄 수 있었던 부모라는 태생적 한계에 기원한 것이다. 인간의 성격은 생후 11개월 이전에 80%가 결정된다. 강한 경쟁력이라는 토양은 가족간의 경쟁과 협동에서 기원하는 경우가 많은 바 이를 가졌다면 더스번은 더욱 유리했을 것이다. 더스번이 그 능력을 갖추기 위해 많은 도움을 받았을 것임은 명백하다. 더스번 또한 아무 것도 없는 갓난아기였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지배 계급은 태생적 한계조차 자신의 능력으로 여긴다. 태생적 한계는 당연히 지배 계급에 가깝게 태어날수록 유리하다. 늑대인간은 늑대인간으로 태어났기에 사슴인간을 잡아먹을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에 늑대인간은 월장석을 선택해서 자신을 언제든 늑대인간으로 변신시킬 수 있도록 만든다. 사슴인간과의 사랑이 아니라 강함을 선택한 것이다. 인간성이 아니라 차가운 물질을 선택한 것이다. 이는 앞으로의 지배계급이 무엇을 할지를 보여준다. 지금까지 국가가 국민을 책임진 건, 국가 지도자들이 착해서가 아니라 그래야 이윤을 뽑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자본주의는 기업조차 책임지지 않으면서 이윤만 뽑고 있다.

늑대인간과 더스번의 결합. 더스번이라는 가면을 쓰고, 늑대인간이라는 추악한 질서를 드러낸 것이다.

이영도는 한없이 폭력적이고 냉혹한 글을 썼다.


Comment ' 15

  • 작성자
    Lv.1 한줌의소금
    작성일
    09.05.11 01:24
    No. 1

    학생이 김첨지의 인력거를 탔던 건, 그만큼 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이다. 학생이라는 점으로 미루어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학생을 상대로 바가지를, 집에서 병든 아내가 기다리고 있기에 설렁탕을 사가야 한다는 이유로 엉터리 요금을 요구한 것은 천인공노할 인면수심의 짓이다. 김첨지는 학생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하지 않았고, 하다못해 설렁탕 한수저 나눠주지도 않았다.
    이것은 무지의 소비자를 우롱하는 대기업의 횡포와도 같다.
    김첨지는 한없이 냉혹하다.
    -
    제 감상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서하루
    작성일
    09.05.11 03:04
    No. 2

    한줌의소금님 좀 적절하신 듯...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리하이트
    작성일
    09.05.11 03:07
    No. 3

    이렇게 평소에 주장하시던 지배계급과 자본주의 어쩌고로 몰아가시는 실력은 토론마당에서 여러번 봤지만 가히 안드로메다급이네요 이 세상은 흑,백만 있는 것이아닌데 모든 것을 흑과 백으로 나누시며 언제나 100% 맞지 않는 이론을 100%라고 주장하는 듯이 몰고가시는 실력 대단하십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양탕
    작성일
    09.05.11 04:24
    No. 4

    니그라토/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를 보면서 인상깊은 씬이 있었습니다. 술 자리에서 태정의 여자친구가 사진을 찍으려 하자, "그것도 일종의 폭력이에요"라며 거부하는 승영. 니그라토님께서 자본주의의 폭력성을 지적한 것은 무척 날카롭고 동의하고 있는 바이지만, 그것이 이영도의 그것과 연결되기에는 그 간극이 꽤 크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앞서 용서받지 못한 자를 예로 든 것은 폭력(=power)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대한 방식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앞서 승영처럼 평범한 일상의 태도도 폭력이라 정의한다면, 이는 세상 만물의 행위에는 폭력이 깃든 것으로 받아들여지게 되며, 뚜렷한 비판의 대상을 선정할 수 없기에 비판의 칼날은 무뎌지게 되고, 이는 허무주의로 빠져들기 마련입니다.

    저 또한 같은 실수를 대학 초년생 시절 반복했었기에 몇자 남기게 되었습니다. 우선 폭력 혹은 불평등에 관심이 있다면 사회적 폭력, 문화적 폭력, 경제적 폭력 등으로 구분해서 그 차이를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추가하면 power라는 말도 했지만, 폭력보다는 권력이라는 개념으로 확장시켜 보는 것은 어떨까요.

    한편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자신의 세계관으로 텍스트를 읽어내려는 시도를 이곳에서 발견해서 무척 반갑습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Personacon 지드
    작성일
    09.05.11 10:14
    No. 5

    공감하긴 어렵지만 재미있는 시각이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 한영
    작성일
    09.05.11 10:56
    No. 6

    자기만의 세계가 많이 확고하신분이신듯..
    저런식으로 읽는것도 가능하구나...
    재밌는 분이신네요.
    단지 걱정인건 저분은 아마 이글을 읽는 사람들의 수준이 떨어져서 자신의 우월한 글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착각하지 않을까...좀 우려가 됩니다.
    가끔은 여유를 가지는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6 비공
    작성일
    09.05.11 13:16
    No. 7

    뉴라이트에서 주장하는 개인의 자유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비판을 대입한 것 같은 이야기네요.
    재미있었습니다.
    나는 왜 에솔릴의 드래곤을 읽고 드래곤 졸라 센줄 알았는데 지고 실망이야 하는 생각만 했는지 하하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0 백린(白麟)
    작성일
    09.05.11 14:00
    No. 8

    월장석을 선택한 건 조빈을 버리고 더스번을 따르기로 결정했다는 표상입니다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0 비발쌍부
    작성일
    09.05.11 14:34
    No. 9

    하나의 글에 대한 해석은 작가가 해명을 하지 않는 한 보는 사람 즉 글을 소비하는 소비자의 몫입니다. 똑같은 새우깡이라도 맛있게 느끼는 사람이 있고 짜게 느끼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이 분이 글을 보는 시각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를 뿐이지 틀린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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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경천
    작성일
    09.05.11 20:23
    No. 10

    글은 작가가 쓴 이후에도 독자의 해석에 의해 재창조되긴 하지만 이것은 너무 과하군요. 이런식으로 해석하실꺼면 굳이 책을 읽으실필요가없을듯 -ㅅ-;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55 깡통협객
    작성일
    09.05.11 20:58
    No. 11

    예전에 이런 글을 읽은 적 있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텍스트화 시켜 독자들에게 배달한다.]

    그 배달된 작품은 그때부터 작가가 아닌 독자의 것이 됩니다.
    독자는 그 작품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죠.가치관이든 사상이든 자신만의 안경을 쓰고 보고 그 작품을 소화합니다. 니그라토님이 자신이 본 니그라토의 "에소릴의 드래곤"의 감상문을 쓰신거죠. 또 다른분들은 그에 대한 자신만의 "에소릴의 드래곤"이 있겠죠. 아무튼 니그라토님의 에소릴의 드래곤에 대한 견해, 신선하고 재밌네요.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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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1 조폭병아리
    작성일
    09.05.11 21:24
    No. 12

    월장석을 선택한건 월장석이 있으면
    야수화 되어도 이성을 어느정도 갖출 수 있도록 훈련을 할 수 있거든요.
    훈련 다하고 사슴인간 먹으러 오겠다. 뭐 이런걸로 봤어요.
    어차피 사슴인간은 공주가 구해줄테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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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66 서래귀검
    작성일
    09.05.12 00:39
    No. 13

    재미있는 해석이네요 ㅎㅎ 물론 공감은 안가지만..이런 식으로 읽을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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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09.05.12 10:39
    No. 14

    생각해보니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좋은 의견이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 사스콰치
    작성일
    09.05.12 13:25
    No. 15

    흥미롭게 잘 봤습니다. 오랜만에 좋음/나쁨이 아니라 정말 찬성/반대 에 어울릴만한 비평이었던 것 같네요.
    아 그런데 그 성녀 말입니다만, 제가 이해하기에는 이미 팔려서 돈을 받고 성녀가 된 다음에 그런 일을 겪은 거라 돈은 돈대로 받은 거 아니었나요? 자신의 의지로 욕보여진것도 아니고, 위로를 받고 성녀 자리를 반납했다고 나와 있는데 돈을 다시 돌려줬다거나 한 것도 아닌 거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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