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세휘
작품명 : 전귀
출판사 : 두레
지난 2월 가장 인상깊게 읽었던 작품이 전귀이다. 군대시절의 추억을 기억나게 만든, 매우 인상깊고 기대가 되는 글이었다. 그런데 4개월동안의 깜깜무소식하더니 드디어 3권이 나왔다. 그간 문피아에서 두레관계자한테 쪽지를 보내며 재촉을 했는데 드디어 3권이 나왔다는 사실에 냉큼 대여점으로 달려가 책을 빌렸고 두근두근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책을 읽은 후 나에게 남은 건 작가에 대한 강한 실망감과 허무함 뿐이었다.
어제 나온 책이라 아직 안 읽은 분이 많겠지만 혹 읽으신 분은 느꼈으리라. 3권에서 억지로 끝내버린 것을. 그것도 제대로 결말을 맺지도 않고 그냥 중간에서 툭... 끝내버렸다는 것을...
세상에 그동안 나온 작품이 수천, 수만 종이고 내가 장르소설을 접한지 15년이지만 이렇게 어이없게 결말을 짓는 작품은 보지를 못했다. 심지어 3권짜리 구무협조차 이런 결말을 보지 못한 듯 하다.
작가는 할머니가 돌아가셨고 개인적인 사정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책이 늦게 출판된 것까지는 이해해줄만 하다. 하지만 이렇게 무성의하게 끝을 내어버린 것은 어이없다 못해 화가 나기까지 한다. 작가가 군입대를 한 것도 아니요, 오히려 전역하고 학교를 다닌다고 했다. 비록 취업을 준비중이라고 하지만 그게 책을 이딴 식으로 결론 맺을 정도로 대단한 이유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작가에게 작품을 진행할 수 없는 지극히 개인적 이유가 있다고 해도 작가의 말에서 그의 변명이 납득을 힘들게 한다. 작가는 스스로를 글쟁이라고 했고 앞으로도 작품을 낼 뜻을 비췄다. 어떤 절박한 상황에서 도저히 글을 쓸 수 없다면 다음 작품을 기약하지 말고 글쟁이라고도 말하지 말아야 한다. 작품을 그딴 결말을 지었다면 글쟁이로써 포기해야지 감히 글쟁이를 칭하다니 이는 장르소설의 치욕이며 작가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작품을 쓰며 오래걸릴 수는 있다. 그것은 작가에게 실망을 할 지언정 비판의 대상이 되지를 못한다. 하지만 작품을 그런 식으로 매듭맺어 독자에게 거부감을 줬다면 이미 그는 작가가 아닌 것이다.
3권 프롤로그에 할머니가 어떤 아이에게 대륙 통일제국의 초대황제인 주인공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는 장면이 나온다. 이걸 보아 앞으로 내용이 주인공이 대륙을 통일하는 과정이겠구나,,, 라고 짐작이 갔다. 하지만 이게 웬걸... 3권이 완결이더라. 그렇다면 3권에서 완결을 맺는다면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되든 스피드를 내어 주인공이 대륙통일의 과정을 서술해 놓는 게 매우 당연하지 않은가.
하지만 읽어 보니 그게 아니었다. 차라리 그런 프롤로그를 없애서 독자한테 뒷내용을 기대하게 만들지를 말든가.
3권에서는 대륙통일의 과정은 커녕 부족이 당면한 문제(오아시스가 말라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막 옆에 있는 왕국을 약탈하고 끝부분에 가서 일개 성을 탈취하는 것까지만 나온다. 마지막 서술부분은 더 어이없어서 물 문제를 해결한 것이 끝인듯한 서술을 한다. 직접 본문의 내용을 인용해 보겠다. 마지막 서술문단이다.
"사막 전쟁이 끝나고 한참이 흘러서야 그렇게 블렉스 사막은 예전의 활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 투명하고 맑은, 아무 맛도 나지 않는 차가운 물로 인해." (인용하는 게 안되면 이 부분을 지우겠습니다. 한 문단, 두 문장을 쓰는 것이라 될 것 같아서 적습니다)
프롤로그의 내용에 전혀 못미치는 결말이지 아니한가.
적어도 글쟁이라고 칭하려면 개인적 사정이 있어도 일단 원하는 내용을 충족시킬 때까지 써야하지 않을까. 설령 3권에서 완결을 맺는다고 해도 과정이야 어떻든 의도한 내용으로 끝을 내어야지 독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주인공이 대륙을 통일하는 대략적 과정의 내용)
혹 작가가 이런 변명을 할지 모르겠다. 3권을 거의 다 쓰는 중에 피치못할 사정이 생겨 어쩔 수 없이 중간에 긑내버렸다고... 4,5권이 나올법한 과정중에 3권으로 완결이 나왔으니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난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3권 끝에 작가의 말에서 너무 바뻐 몇개월 또는 1년정도 책을 못낸다고 양해를 구하든가, 아니면 그동안 쓴 3권 내용을 폐기하고 스피드하게 진행해서 완결짓든지 두가지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말하고 싶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큰 법이라고 하였다. 워낙 1,2권을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3권을 보며 정말 크게 실망을 한 듯 하다. 1,2권을 직접 샀었는데 이렇게 돈이 아깝긴 처음이다. 3권을 대여해서 본 돈조차 아깝다. 이런 적은 정말 맹세코 처음이다.
세휘라는 사람이 앞으로 글쟁이를 하려면 독자한테 예의를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이런 식으로 쓸거면 아예 쓰지를 마라고 말하고 싶다. 이런 글은 장르소설의 수준을 떨뜨릴 뿐더러 작가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독자한테 상처를 주는 거라고 덧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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