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싸이어
작가: 초
방금전에 강호정담에 싸이어 언제부터 전환기가 찾아오는지 물어봤습니다만 읽는건 둘째치고 가슴이 답답해서 글 한번 써봅니다. 이 작가님 글을 처음본건 제로니스였던가? 그 작품같습니다. 표지에 허연백호?사자였던가 어쨋든 동물이 한마리 있고 남자가 칼차고 있는 표지였던걸로 기억하는데요. 작중묘사와 칼 모양이 달라서 피식했던걸로 기억합니다. 간단한 검색으로 찾아보니 2004년에 제로니스가 나왔는데 거진 10년이 지났습니다. 10년전 느꼈던 그 느낌을 지금도 느끼고 있습니다.
싸이어는 10년전의 제가 대충 흐름만 보고 지나갔다면 지금은 세세한 설정부분까지 생각하기에 더 까다롭게 읽는다...는 것을 감안하고라도 최소 10년차 작가님의 작품이라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오그라드는 묘사부분, 사족으로 집중을 떨어트리는 말들, 불완전한 세계관 등등을 제외하고 라도 작품내 세계관은 완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세, 왕정, 기사 등의 설정을 넣는다고 하면 최소한 세계관에 맞춰서 짜맞추기라도 해야합니다. 실제 역사상 중세가 로마 멸망이후 혼란한 시기 게르만과 로마의 융합으로 이루어졌다면 소설 속 왕정은 무엇때문에 이루어졌을까요? 백성이 근본이니 하는 현대인적인 마인드를 주장하는건 좋습니다만 그 당위성을 부여하는 요소는 전무합니다.
실제의 역사상 흐름을 살펴보자면 로마 멸망후 중세 봉건제->십자군 전쟁 이후 상공업자의 부흥, 상인이 재산권 보호를 위해 왕과 결탁, 상비군, 직영지 도입, 절대왕정->왕과 상인의 대립 왕권신수설과 인본주의의 대립 이러한 과정을 겪어야 등장했던 인본주의가 느닷없이 왕정에서 튀어나옵니다. 인본주의? 백성의 중요성? 한참뒤에야 나옵니다. 그리고 기사? 무시무시한 사라센기병에 대한 대항책으로 직업군인(기사)을 늘리고 말등자의 발명 등 엄청난 돈을 들여서라도 외세에 대한 대항을 위해 기사란게 나타났죠. 이게 흔히 판타지소설에 나오는(소드맛스터한테 으깨지는) 돈 엄청나게 드는 풀플레이트 기병이란겁니다. 그 무장시키는 돈 모으려고 상인들 삥뜯다가 그에 대해 반발한 상인들이 만든게 길드며 한자동맹 등이구요. 상인세력의 결집으로 재산권제도가 확립되었고 그들의 성장과 인본주의의 대두 권리장전 등을 거쳐 시민혁명(여기서 시민은 결국 부르주아, 상인계층이죠)에 이르고 점점 민주주의가 발전해나가죠.
어째 잡소리가 길어졌는데 싸이어란 소설에서는 그런 역사적 흐름이나 당위성 같은걸 찾아볼수 없습니다. 물론 실제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하란 소리가 아닙니다. 최소한 소설속 세계관이 그자체로 완전해야 말이 된다는 거죠. 귀족들이 왜 부패하였는가? 기사는 왜 만들어졌는가? 제국, 왕국은 무엇을 목표로 하는가? 소설속 정치체제는 무엇인가? 왕정인가? 귀족정인가? 제정인가? 어째서 그런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가? 권력의 흐름은 어떻게 변화하는가? 이런 생각은 거의 안느껴지고 위정자의 부패와 백성에 대한 사랑(?)만을 부르짖는 기묘한 왕손(제가 본내용까지는 즉위안했습니다)만이 있을뿐입니다. 복지에 대한 생각을 하고 그런 정책을 펴면서 왕정하에서 무려 민원이란 제도가 존재하는 주인공의 나라, 그런데도 귀족(자기 잇속을 차려서 나라를 팔아먹는 매국노파...계속해서 매국노파란 네이밍으로 등장)이 세력을 잡고있는 황당한 설정, 그냥 이것저것 얕게 아는 내용 짜깁기한것으로 밖에 안보이는 이 소설을 무려 출판 십년차 작가가 썼다는것이 너무나 슬플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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