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인기를 얻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시길래 호기심이 나서 SF 단편집을 쭉 읽어봤습니다. 디스토피아 소재의 이야기를 좋아하는지라 어느 정도 기대감도 있었고요.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흥미롭지 않았습니다. 뭐 이거야 연재한담란에 이미 말씀드린 감상이지만, 그 이유를 밝히지 않으면 괜히 이유없는 비난으로 보일 거 같아서 비평에 글을 남기게 됐습니다.
일단 흥미롭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인물이 너무 시시했어요.
미래사회의 디스토피아를 다루는 이야기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디스토피아에 살고 있는 인물들의 모습을 집중 조명해준다는 것이죠. 그 인물들이 디스토피아에 대항하든 자포자기하든,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고통과 고뇌를 굉장히 생생하게 전달해줍니다. 아니면 그 인물이 디스토피아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독자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 불가능한 가치 판단을 하든가요.
실제로 조지 오웰의 1984는 모든 사람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빅 브라더’란 썩을 것을 구상해낸 것만이 전부가 아니에요. 주인공과 히로인이 빅 브라더 앞에 굴복하고 희망을 버리는 심정을 통해 빅 브라더의 오싹함을 살려냈잖아요.
근데 니그라토님의 SF 단편집에는 디스토피아적인 상황에 처한 인물들의 고민이 별로 부각되지 않아보이더군요. 그저 SF 지식을 가미해 ‘미래에 이런 문제가 부각됐다’는 설명이 주루루룩 나오고, 자극적인 장면으로 이야기가 끝나더군요.
물론 인물들의 고민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스르륵 넘기는 독자도 간파할 만큼 잘 인물들의 고민을 비중있고 명확하게 다뤘다는 생각은 안 들더군요. 오히려 작가 본인의 생각을 대변하기 위해서, 혹은 서술만 있으면 밋밋하니 대사로 설명해줄 인형을 세워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흥미가 없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자가복제라는 인상이 들어서 몇 편만 읽으면 나머지가 땡기지 않더군요.
디스토피아의 종류는 계속 변하긴 해요. 하지만 디스토피아에 눈에 띄는 반응을 보이는 인물이 없어보이는 건 마찬가지고, SF적인 설명을 늘어놓다 허겁지겁 끝나는 인상 또한 마찬가지고요. 주루룩 설명조로 세계관 설명하고 자극적인 장면으로 끝내는 방식을 반복해서 쓰시더군요.
솔직히 말해서 1999년에 입상하셨다는 것과 2009년에 입상하셨다는 것, 솔직히 전 별로 시차 차이 안 두고 쓴 단편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10년 차이나더군요. 스타일 변화도 크지 않았고 묘사도 획기적으로 변했다는 생각도 안 들었고.
뭐, 어차피 비평은 굉장히 주관이 개입되는 활동인지라 제 생각이 남들과 같을 리도 없고, 남들에게도 강요하고 싶진 않습니다. 단지 독자 중 한 명으로서 솔직담백하게 ‘인간적인 고뇌나 갈등도 안 보이고, 매 번 단편마다 소재만 달라질 뿐 스타일이 같다 보니 한 두 편 읽고 흥미를 잃더라’는 감상을 털어놓고 싶었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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