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강무
작품명 : 마도시대 마장기
출판사 : 영상노트
시작하기에 앞서서, 제가 읽은 범위는 최신간이 아닌 8~9권까지의 범위임을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또한 앞서 많은 감상글들이 존재하기에, 이 글이 앞의 수많은, 그리고 일관되게 긍정적인 감상글들에 대한 반발로서 시작되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일단 소설의 큰 구조를 보면, 전생에 외계인(?)이고 영생을 살고 뛰어난 능력을 가진 바이발할이 자신의 우주선을 되찾아 돌아갈 방법을 찾을때까지 그 능력과 우주선의 기술을 이용해 자신의 주변을 발전, 정복한다는 내용입니다. 작가님이 인지도도 있으시고 전작도 많으시기에 크게 이야기가 어긋나거나 필력에 무리가 없으며, 요즘 자주 오르내리는 오탈자나 출판 과정(편집등의)의 문제에 있어서도 흠이 자주 보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지뢰작이니 졸작이니 하는 범위에 있어서는 자유롭고, 오히려 평이한 소재와 구도임에도 재미를 살린 작가의 능력이 엿보입니다.
하지만 소설 전체가 개인적 측면의 대리만족적 성격이 강하고 특히 국가적(역사 소설같이 한국이 강해지는 류의) 대리만족이 두드러지며, 기원과 정체성를 알수없는 민주공화정 세상 건설이 분별없이 끼어듭니다. 전체 내용에서 이 대리만족들을 제하고 나면 이야기 거리가 거의 없을 정도이니, 글의 주제가 고향찾기가 아닌 이상국가 건설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국가적 대리만족을 이해 못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이는 지도를 그려보시면 확연합니다. 일단 주인공이 속한 나라와 반도국가의 지리적 특성, 그리고 북쪽 영지를 퍼주는 남쪽 국가들(통일 한국). '원숭이들'로 지칭되며 전통적인 적국인 남동쪽의 섬 왕국(일본). 그리고 열대과일이 주로나고 매우 비중없는 남서쪽의 군도(인도네시아? 혹은 동남아 군도). 역시 전통적인 적국이며 기술력은 부족하나 인해전술로 밀어붙이는 서쪽 제국1(중국), 그리고 드넓은 동토를 보유하며 매우 추운 제국2(러시아). 두 제국 사이의 완충지대인 초원과 유목민 부족 세력(몽고), 마지막으로 바다건너 가장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제국3(미국). 현대의 지도를 그대로 빼다 박았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소설의 성격이기에, 흔한 구조라는 것만 빼면 지적은 될지언정 비판받을만한 내용은 아닙니다.
자, 여기까지가 좋은 이야기 입니다.
일단 이 소설의 범주를 정하자면 깽판소설입니다. 어떠한 비판이나 비난을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저 객관적으로 분류하자면 이에 속한다는 뜻입니다. 소드마스터에 8서클 마스터? 인가 하는 개인적인 측면보다는 주인공에게 대적할만한 상대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개인, 기술, 세력, 재력 어느것하나 적절하게 주인공에게 태클을 걸 수 있는 상대가 없습니다. 초반에는 세력(특히 무력이)이 조금 부족했으나 작가님의 적절한 '등장안시키기 신공'으로 무마되었습니다. 더군다나 재력에 있어서 우주선을 이용, 항성간 이동까지 하며 우주자원을 퍼나르고 우주에 대량 플랜트를 건설한 주인공의 생산력은 이미 3~4권 수준에서 전 대륙의 마장기 생산수준의 합을 넘어섰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때문에 세계관이 주인공을 감당하지 못하며, 주인공이 등장한지 얼마 지나지않아 세계가 뒤흔들리고 경계가 무너지는 전형적인 깽판소설의 구도가 보입니다. 하지만 어쨋든 소설 분위기가 대리만족 소설이고 현 판타지 소설의 추세가 이러니 이부분은 일단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둘째로, 이번에는 작가님에게 문제가 있습니다. 제가 강무님의 다른 소설은 보지 못했으나,(보았어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수도 있지만) 이 소설만 읽어도 강무님이 숫자에 얼마나 약하신지를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마장기의 생산가격과 국가 예산, 마장기 보유댓수의 관계라거나 전체 인구와 행정인구, 군사인구의 비율이라거나 금전, 거리, 인구 등등 숫자가 개입되는 거의 모든 부분에서 파탄이 드러납니다. 구체적으로 마장기와 관련된 부분만 말씀드리면, 레디메이드 장기의 거래가격이 기종에 따라 1~2만 골드 내외이고,(병사급 기종도 몇천) 왕국의 1년 예산은 고작 몇만 골드입니다. 그런 마장기를 각 영지마다 몇개씩은 보유중입니다. 왕국 전체 마장기가 수백기가 넘어 주인공의 개인 마장기까지 합하면 천기가 넘습니다. 비록 마장기 생산이 수백년이 넘었다는 설정과 왠만하면 파괴되지 않고 노획, 재활용한다는 설정이 있지만, 한가지가 빠졌습니다. 바로 유지비지요. 한번 전쟁에 한 기당 몇개의 여벌 외갑과 여벌검을 소비하는데, 이 또한 가격이 각 1~2천 골드입니다. 그런 마장기들이 수백기가 맞붙으니, 한번의 전쟁에서 수십만 골드는 훌쩍, 수십년분 예산이 훌쩍 날아갑니다. 이처럼 숫자에 관해서는 전방면에서 '찔러만 보면 뭐든 나오는' 수준으로 취약성을 보입니다. 때문에 본 소설에서 숫자에 대해 태클을 걸기 시작하면 재미잇게 읽을 수 없습니다.
셋째로, 이 소설에는 복선이 거의 전무합니다. 아니, 있어도 별 의미가 없는 수준입니다. 지금까지 본 가장 기억에 남는 복선이 초반부에 몇 페이지 등장한 암살자가 후반부에 몇 페이지 다시 등장하는 정도로군요. 일단 모든 것이 야금야금 먹어 커지는 정해진 수순이며, 주인공이 하고싶은 것, 만들고 싶은 것을 그때그때 생각해내고 만들고 일을 벌이는 것이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입니다. 대부분의 주인공의 행동은 매우 즉흥적이며 그 행동들은 의도치않게, 혹은 우연히 좋은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주변인물들은 그 결과를 보면서 '역시나!'를 연발합니다. 하지만 '작가님'이 설명문을 통해 꾸준히 강조하듯이, 바히발할은 그다지 그런 목적을 노렸다거나 크게 힘쓴 일이 없습니다. 그저 그렇게 '흘러갔을' 뿐이지요. 때문에 깽판소설 특유의 절대감과 맞물려서 소설 전체에 '긴장감'이라는 것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분명 주인공의 능력은 부각되나 무언가 어정쩡하며 만족감은 있으나 일체의 위기도 긴박함도 기대도 없는, 일관된 평이함이 초반부터 지속됩니다.
넷째로, 주인공은 매우 이중적인 성격을 가졌으며, 작가님은 수천년을 산 주인공을 너무 여리게 설정하였습니다. 이 두 부분운 맥을 같이합니다. 작가님은 아군을 최대한 보호하고 지원해줍니다. 그렇기에 지금까지 적군은 수십만이 죽어나갔으나 아군은 병사들을 1권부터 쓸어담아도 사망자가 천명을 넘지 않을겁니다. (참고로 아군도 수십만명입니다.) 더군다나 기사들의 희생은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이건 작가님의 보호의식이 과도하게 적용되어서 만든 설정상의 오류입니다. 더더군다나 주인공은 작가님의 그런 의식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적에게는 인권이고 자시고 일고의 망설임이나 한줄의 고려조차 없습니다. 부랑민과 거지에게조차 관심을 보이지만, 적에게는 가차? 고려? 그런 것보다는 그냥 관심도 없습니다. 병사부터 노인, 아이까지 수만을 하룻밤에 홀로 때죽음을 시켜도 '음, 아군에게 생길 공포심의 부작용이 과하겠구나' 이정도입니다. 수천년을 살아서 무감각하다고 한다면, 응당 아군에게도 무관심해야 정상이나 그렇지 못하기에 매우 애매한 이중성을 가지며, 잔혹성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을 좋은 사람으로 부각하고픈 작가님의 마음이 합쳐져 위선적인 인간상이 만들어졌습니다. 영지를 관리하면서 모든 정책에 인권이 고려될만큼 인권주의자이고 선구자이지만 동시에 지독한 위선자입니다. 소설 전반에서 '내 편이 이득을 보기 위해 내 편아닌 모든 이들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는' 혹은 '먹다 남은 것 좀 던져주는' 상황이 지속됩니다. 또한 정치적인 구조에서도 작가님은 일관되게 민주공화정을 이상향, 탈시대적인 선진 정치로 설정하고 주인공의 영지에만 적영시켜주는 배려심을 보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그 반대죠. 백성들에게 좋은 일을하고 관리들에게 책임을 부여한다지만, 주인공이 '절대 군림'으로 독재를 실시하는 것은 결국 눈가리고 아웅하는 꼴입니다. 심지어는 철저한 감시체계와 첩보시스템의 운영으로 일말의 적세력이나 반대세력을 싹부터 잘라버리는 공포정치를 선보입니다. 단지 작가님이 원하기 때문에 주인공의 영지민중에 반대인물, 불순분자가 없을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주인공은 스스로 모순에 갇혀버렸습니다. 주인공은 먼치킨과, 국가 번영의 대리만족이 합체하여 주인공의 영지는 하루가 멀다 성장하고 세계를 정복하고 있습니다. 그에 반면에 주인공이 속한 왕국은 아직 답보 상태에 1권부터 제국1(중국으로 추정되는)과 지루한 '전면전'을 벌이고 있을 뿐입니다. 이제 뭔가 이상해해졌죠. 첫 1권에서 주인공은 왕에게 '당신을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영지를 하사받았습니다. 하지만 작금은 딱히 왕을 조력하기보다는 그냥 자기 욕심만 열심히 채우고, 먹다 남은 떡고물이나 혹은 한세대 뒤떨어진 마장기들만 선심쓰듯이 던져주고 있습니다. 그것도 자신의 전력은 '숨겨' 가면서 위선과 기만이 반복됩니다. 사실 왕에게 은혜를 입은 것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이미 주객전도는 확실하게 지나갔고 왕과 국가가 주인공의 눈치보기에 급급합니다. 이미 영토상으로는 대륙에서 가장 큰 영지를 가졌기에 이쯤되면 완전히 주도권이 넘어가야 옳지만, 주인공은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첫 권에서 선언한 '왕에 대한 조력'이 발목을 잡고있기 때문이지요. 이 선은 바이발할을 이중적이지만 '善人'으로 설정한 이상 극복할 수 없는 것입니다. 어떻게 포장하든 주인공이 국가를 먹어버리면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악인이며, 지금까지 이중적으로나마 유지해온 주인공의 인격에 어긋나는 행동이기에 주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묵묵부답, 조력만 계속할 뿐입니다. 하지만 이미 반독립, 갈때까지 간 상황에 '국왕님 이것 다 가지세요!'라고 하기에도 무리가 있습니다. 설령 작가님이 처음부터 밀고있는 민주 공화국을 완성하더라도 이는 이미 왕에 대한 배신이죠. 왕이 '아 그거 좋구나 따르겠다'라고 한다면 말도 안되는 억지설정입니다. 주인공은 우주인이지만 중세 수준의 지구인의 현재 가치관에서는 전무후무한 불가능한 설정이죠.(실제로 공화정은 주인공의 영지 한곳 뿐입니다. 그나마도 과거의 영지만 그랬고 현재 확장된 영지는 공화정을 가장한 주인공의 독재정치입니다.) 아마 후반으로 갈 수록 이 압력은 더욱 거세어질 것이고, 어쩌면 마무리의 파국이 예견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몇몇 오류를 제하고, 단점을 지목하여 부각하지 않는다면 마도시대 마장기는 무난하면서 평이한 소설입니다. 그렇지만 작가님의 글실력이 뛰어난 편이기에 평이한 내용으로도 괜찮은 글이 많들어졌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아쉽습니다. 충분히 더 다양하고 훌륭한 만족감을 줄 수 있을테니까요. 아마 마도시대 마장기의 경우 조만간 완결이 날 듯 하고, 다음 소설에서 복선과 인과의 실타래만 조금 꼬아서, 주변 인물들에게도 조금 조명과 개성을 부여해주신다면 기대할만한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Comment ' 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