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허담
작품명 : 화마경 / 무천향 / 제국무산전기
출판사 : 청어람
먼저 이 글은 비평은 아닙니다. 쓸 자리가 없어서 여기에 쓸 뿐....
근간 화마경 1,2권을 읽고 재미있다는 생각에 6권까지 빌려왔습니다. 그런데 3권을 넘기는게 너무 힘이들었습니다. 고검추산 이후로 허담님의 글은 3권 이상 넘길때마다 더 봐야하나 하는 생각이 한번씩 꼭 들더군요. 왜 그럴까 생각하다가 그 이유를 이렇게 글로 남겨볼까 하는 생각에 씁니다.
이 후 글은 고검추산 이후의 허담님의 세 작품 무천향 / 제국무산전기 / 화마경에 대한 제가 느끼는 문제점입니다.
1. 긴박감이 없는 전투씬
많은 분들이 동의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위 3작품을 읽어보신 분들은 어느정도 감을 잡으실겁니다. 무협이라면 전투씬이 상당수 등장하고, 허담님의 글에서도 적지 않은 비중으로 빈번하게 등장합니다만, 위 3작품의 전투씬에서 긴박한 호흡은 쉽게 찾아보기 힘듭니다. 왜 긴박감이 없는지 세 가지 이유를 들어볼까 합니다.
1) 전투신 사이사이에 과도한 생각과 설명들
예컨데 무천향 1권을 보면 주인공이 마장에서 마적때의 습격에 싸우는 장면이 있습니다. 칼이 왔다갔다 하고, 사람이 죽어나가는 촌각에 주인공과 마적은 참 많은 생각을 차분하게 하는 것을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겁니다. 단지, 한 예일 뿐이지만 각종 전투와 관련된 글의 진행이 상당히 긴박하게 전개되는 와중에도, 막상 싸우는 당사자들은 한 칼 한 칼 맞대는 그 사이사이에 차분하게 여러 생각들을 하고 있는 모습들이 묘사됩니다. 이런 묘사들을 보고 긴박한 전투 상황에 몰입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럴수가 없더군요.
화마경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상황은 자기편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는데, 주인공이나 몇몇 인물은 너무 평온하게 지켜보는 모습들이 나옵니다. 이게 과연 서로의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장인가? 하는 의문을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그저 글의 진행상 싸우고 있구나 정도? 이렇게 되면 전투씬엔 몰입이 되지 않습니다. 결과만 보면 되니까요.
2) 전투씬 자체의 묘사가 너무 비현실적인 경우가 있습니다
제국무산전기 초반의 경우입니다. 주인공은 그저 고만고만한 실력에 + 알파가 있는 정도인데, 수많은 적중에 조원들을 이끌고 딱 자신에게만 맞는 적을 찾아서 싸운다는 묘사가 나옵니다. 예컨데 감당못할 적들을 주인공이 다 피해갑니다. 그 부분을 기억하시는 분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중간중간 나오는 설명이라던가 전투행위 묘사는 제 머릿속에서는 마치 영화 찰영장에 온 것 같았습니다.
"거기 엑스트라1,2,3 주인공 피해서 왼쪽으로 빨리 치우치라고~ 자 주인공 피곤해서 쉬는동안 다들 좀 더 떨어지고 자~ 쉬었으면 다시 레디 액션!" 이런 느낌이랄까요?
이 전투씬은 긴박한 상황묘사를 위해 쓰인 것 같은데, 막상 읽고나면 주인공의 뛰어난 능력을 설명하기 위해 쓰인 것 같은 작위적인 느낌들, 이 부분을 읽고 '과연 이게 수백명이 싸우는 전장인지 영화찰영장인지....' 하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3) 허담무협에 등장하는 호한들에 대한 공감 부족
무천향에도 등장합니다만, 화마경에서도 등장하는 인물들이 있습니다. 말그대로 호한이죠. 자기편이 죽어나가도 그저 "허허~" 상대가 악랄한 수로 나와도 그저 "허허~"
허담님 무협에는 이런 호한들이 꽤나 등장하는 편입니다. 화마경에서도 그렇습니다. 상대가 공격하면 다 받아줍니다. 도망가면 쫓지 않고 보내줍니다. 상대는 자신들이 준비한 것으로 교묘하게 공격하지만, 이 호한들은 정공법으로 다 당해주면서 당하고도 그러려니 합니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전장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기에는 너무나 "비현실적" 인 사람들이라 그 상황에 공감을 하거나, 몰입을 유지할 수가 없습니다. 나의 친인을 죽이고, 상대의 친인을 내가 죽였는데, 만나면 그저 "허허"라....
2. 세력이나 인물들의 비상식적인 행태나 행동
허담님의 글은 전반적인 스토리 라인이 잘 잡혀있습니다. 처음부터 글의 줄기를 잘 잡아놓고 시작한다고 할까요? 그런 느낌이 드는 글입니다. 그렇기에 허담님의 글 풍을 좋아합니다. 전작들이 제 취향에 맞지 않았다해도 또 다시 새로 나온 글에 손이 가게 된다고 할까요? 그런데 꼭 글에 공감하기 힘든 비상식적인 부분들이 한 번씩 등장하곤 합니다. (그래서 제가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무천향은 무림의 인물이라면 환상을 가질만한 곳입니다. 독자로서도 무천향이 언급되면서 점점 환상을 가지게 됩니다. 글의 흐름또한 그렇게 유도하는 듯 하구요. 그런데 막상 묘사되는 무천향속의 인물들 또, 무천향을 찾아간 인물들은 상당수가 말 그대로 시정잡배 수준의 인물들입니다. 잔뜩 기대감을 품고 봤는데, 마치 덩치는 성인인데 생각하고 말하는 것은 아이인 것처럼, 무공은 신화경인데 생각하는 것은 저 밑바닥이니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도대체 무천향이란 소재를 왜 끌고 와서 기존 무림을 바보로 만들었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할까요.
제국무산전기에서는 깨작깨작 반격하며 각개격파 당하는 천년마교의 행태가 공감이 가지 않았습니다. 천년마교와 십육문은 말 그대로 천하를 이분한 세력입니다. 그 비중에 걸맞는 무게감을 충분히 글에서도 설명하고 있구요. 그런데 천의맹에서는 상당수 힘을 모아 적극적으로 원정을 나섰는데(그 원인이야 어찌되었든), 공격당하는 천년마교는 힘을 모아 싸울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십육문의 상황이나 대처에 대해서 어느정도 설명이 나옵니다만, 공감하기 힘든 면이 많습니다.
이번 화마경을 읽으면서 가장 넘어가기 힘들었던 부분은 고소요라는 인물로 인해 발생하는 상황들 때문이었습니다. 고월산장과 혁가장의 싸움은 가문의 생사존망과 자신들을 도우러 온 지인들의 생사까지도 장담할 수 없는 싸움입니다. 그런데 이 고소요라는 인물로 인해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고월산장측 인물들의 대처는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고소요가 자신이 친모에게 버려졌다는 것을 알고 전투에서 발광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한 번 이렇게 발광을 했으면 주변의 어른이나 전투의 실권자가 나서서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못하게 막거나 돌려보내야 하는데, 그냥 그대로 전투에 참여하도록 놔둡니다. 따라서 기습은 실패하고, 전장은 난장판이 됩니다. 그런데 이후로도 질책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오히려 건곤일척의 마지막 승부에 그녀를 다시 집어넣습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지요.
고월산장에서 이 여자가 없으면 승부가 안되는 상황이냐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주인공이란 엄청난 고수를 또 이여자의 보호를 위해서만 사용합니다. 이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말 답답한거죠.
다른 분들은 이 부분을 어찌 넘겼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게 연속해서 3번에 걸쳐 약 50~60페이지 분량으로 등장하는데, 정말 이걸 계속 봐야하나 하는 생각을 버릴수가 없더군요. 게다가 이러한 상황을 대하는 주인공의 행동도 공감이 가지 않더군요. 주인공의 기존 성격이라면 벌써 이 여자애의 마혈이나 수혈을 짚어서 어디 한쪽에 조용히 치워놓았어야 할 상황인 것 같은데, 고무룡의 부탁대로 이 발광녀를 묵묵히 따르며 보호합니다. 이전까지 주인공에 대해 생각했던 모습과 공감이 잘 안되더군요.
위에서 제가 지적한 것들은 허담무협에서 고질적으로 등장하는 문제점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허담무협의 스토리라인과 문체는 상당히 좋아하는데도 이렇듯 몇 가지 맞지 않는점으로 인해서 글을 몰입해서 읽을 수 없다는 것, 이러한 점이 좀 더 나아졌으면 하는 바램에 이 글을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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