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를 꿈꾸는 A군은 열심히 머리를 굴립니다. 그러다가 문득 기똥찬 아이디어가 생각났습니다. 주인공의 범상한 태생. 그래서 열심히 <가>라는 글을 씁니다. 잘 나갑니다. 독자들, 특이한 주인공이라고 몰려듭니다. 그리고...
다른 소설들과 똑같아집니다.
다시 A군은 머리를 굴립니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또 떠올랐습니다. 주인공의 범상한 무공. 열심히 <나>라는 글을 씁니다. 잘 나갑니다. 독자들, 특이한 무공이라고 몰려듭니다. 그리고...
다른 소설들과 똑같아집니다.
또 굴러갑니다. 데굴데굴... A군은 다시 글을 씁니다. 주인공의 특이한 무기. 열심히 <다>라는 글을 씁니다. 잘 나갑니다. 독자들, 주인공의 특이한 무기에 몰려듭니다. 그리고...
다른 소설들과 똑같아집니다.
요즘 잠깐 반짝하고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글들을 보면, 초반 주인공 설정 아이디어 하나로 무작정 시작했다가 흐지부지 끝나는 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스토리라인도 없이 말이죠.
모 소설을 봅시다. 당시 이종족 환생이란 게 없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이게 처음입니다. 처음엔 재밌었습니다. 흥미롭더군요. 그런데 중반쯤 가다 보니 영 아닙니다. 목적도 없이, 그냥 돌아다니더군요. (이 소설이 출판되고 이렇게까지 큰 인기 얻은 데 제가 방아쇠를 당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반성하고 있습니다.)
다시 모 소설을 봅시다. 주인공, 무림의 인간이었지만, 동물로 환생했습니다. 수련했습니다. 막 천계로 올라가려는 순간, 차원이동을 합니다. 드래곤을 때려잡습니다. 왕궁에 들어가서 마법사가 됩니다. 그리고 진행되는 음모. 주인공, 드래곤들과 놀더니 유치해졌습니다. 주인공에게 목적은 있습니다. 승천하는 것. 그런데 중간과정은 다른 소설들과 비슷합니다. (그러고보면 요즘 소설들 중 음모가 안 나오는 게 적더군요. 구무협으로의 회귀?)
많은 분들이 머리와 꼬리만 만들어 놓고 글 쓰시는 것 같습니다. 어떤 분들은 머리만 만들어놓고 일단 시작하고 보자, 하는 사람들도 계시는 듯하더군요. 뭐, 괜찮습니다. 인물들 설정만 제대로 해놓으면, 지들이 알아서 움직이면서 알아서 스토리를 만들어 가니까요. 다만 등장인물들 성격이 다 똑같으면 문제가 됩니다. 설정은 이렇다, 해도 실제 하는 행동이 똑같으면 역시 문제가 됩니다.
그리고 주인공 이외의 등장인물들이 다 똑같습니다. 똑같이 멍청한 드래곤, 똑같이 재수없는 귀족, 똑같이 불쌍한 거지소녀(+ㄴ), 똑같이 주인공을 이용해먹으려는 암중세력, 똑같이 아무 쓸모도 없이 주인공 등쳐먹는 여주인공 등등...
요 앞에서 말씀드린 등장인물 성격 문제는 작가의 노력(다독, 다작, 다상량) 외에는 방법이 없지만, 이번 거는 의외로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이 글 첫머리에서 말씀드린 소설 <가>, <나>, <다> 주인공들을 한 소설에 모으세요. 주인공을 여러 명으로 늘리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필력만 된다면, 늘리셔도 됩니다.) 라스트보스도 좋고, 턱시도가면처럼 암중서포트도 좋습니다. 소재가 늘어난 것만으로도 글은 훨씬 흥미롭게 흘러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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