序
전쟁을 끝내고 조용히 살고 싶었다.
남아있는 식구들과 정말 조용히 살고 싶었다.
내 손으로 지켜낸 조선의 운명을 생각하면서,
그리고 함께 싸우다 죽어간 내 부하들의 죽음을 조상하면서.....
인정이 살아 숨 쉬는 정든 고향땅에서,
사랑하는 내 가족들과 같이 오순도순 살고 싶었다.
그러나, 나의 운명은 나를 그대로 놓아주지 않았다.
조선이라는 나라를 전란에서 구해내고도
내가 쉴 곳은 조선 땅 아무 곳에도 없었다.
운명을 관장하는 신이시여!
내게서 더 무엇을 원하시는가?
내 지금까지 그대가 원하는 대로
죽음과도 싸우면서 말없이 살아왔다.
이제 나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이별을 해야 한다.
사랑하는 내 나라 내 땅을 떠나야한다.
나는 이제 사랑하는 내 나라, 내 땅을 떠나지만
내게 오는 운명을 거부하고 싶다.
그것이 과연 거부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거부하는 그 자체가
또 다른 나의 운명인지도 모르겠지만
이제
진정으로
나만의 삶을.......
나만의 운명을 살고 싶다.
그것이 잘 될 지 안 될 지 모르지만.........
조선의 왕이 되라하는 수하들의 말을 뒤로 하고
어쩌면 왕이 되어
중원을 정복할 수도 있었겠지만
나의 운명이 아니라 생각하고
모든 것 다 떨쳐버리고
말없이 묵묵하게
떠나 가련다.
사랑하는 아우들과
검을 하나 들고서
저 중원의 무림이라는 곳으로
진정으로 떠나 가련다.
아무 것도 해준 것 없지만
사랑할 수밖에 없는 가족들을 두고
목숨보다 아꼈던 부하들까지 다 두고서
정든 내 나라
내 땅을
마음속에 담아두고
이제 나는
말없이 떠나 가련다.
내가 가는 길이여!
그 길이
앞으로 어떤 길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걷는 그 길에
영원한 축복이 있으라.
---충무공의 기도---
Commen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