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담 관련 사이트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는 이야기 하나가 있었지요.
왜 빔 세이버를 빔 사벨이라고 부르나.
세이버가 영어라서 맞는 거고, 일본 놈들 혀가 짧아서 사벨이라고
하는 거다.
정당한 외래어는 영어뿐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에네르기, 사벨, 비루스...등등이...
에너지, 세이버, 바이러스가 되어야 한다면서 말이지요.
문제는 에네르기가 일본어가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독일및 네델란드 등 유럽식 발음이라는게 문제지요.
일본 애들도 '세이버'라는 표현은 아주 잘 씁니다.
실제로 동일 작품인 건담 내에서도 '세이버 피쉬'라는 전투기가 등장
하지요. 빔 사벨이라는 이름은...
스타워즈의 라이트 세이버에서 따온 무기인 만큼 명칭이라도 바꿔볼
생각으로 네델란드어를 차용한 겁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서양문화는 '란학' 곧 네델란드 문화로 취급되었
었지요. 네델란드와만 국교를 열어 놓았기 때문에...
서양의 문물이 네델란드 식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
니다. 사벨이라면 '서양식 한손검'을 의미하게 바뀌었지요.
한자 문화권에서 한글 중심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흔히 쓰이지 않던 것들이 자연스럽게 쓰이게 되면서 전에 없던
표현들이 생겨났습니다.
예를 들면 ~님같은 표현이지요.
이것도 일본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 사장님, 아버님, 어머님, 오라버님, 등등 죄다 일본식 외래어
라고 해야 할까요? 그러니 쓰지 말아야 할까요?
선생, 사장, 아범, 어멈, 오라비라고 아랫사람이 부르는 것이
좋은 겁니까?
나병이라는 병이 있습니다. 한센병이라고도 부르지요.
일본에서는 나병 환자를 '나병 환자'라고 부르면 큰일 납니다.
왜냐면 나병 환자들이 많은 차별을 받아서, 나병 환자라는 표현
자체가 '차별'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본에선 나병을 '한센병'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나병'이라는 말이 차별용 용어가 아닙니다.
나환자, 나환우 같은 표현이 그리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왜?
문둥병, 문둥이라는 아주 끔찍한 차별용어가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나병이라는 말은 차별 용어가 아닙니다.
일본에서 죄금 주워듣고 온 놈이...
우리나라에 와서는 나환자라는 표현을 차별 용어라고 하면서..
'한센병'이라는 말을 써야 한다고 하더군요...--;
백정이라는 말은 세종대왕께서 천민 취급받던 이들을...
정당하게 대우해주도록 붙여준 이름입니다만...
그것을 차별용어로 만들어 버린 걸 보면, 세상이 순리대로만
풀리는 것은 아닙니다.
언어는 바뀌는 것이고, 흐르는 것입니다.
과장이 사원들에게 '김양, 뭣좀 해와.' '박군. 이거 좀 날러.'라고
말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 덕택에...
'유식씨. 이거 좀 해와.' '희선씨. 이거 좀 해줘.'라고 바뀌었습니다.
차별용어라는 이유로 덜 쓰이게 된 것일 뿐, 일본식이라고 탈락된
것도 아닙니다.
'김씨''박씨'라고 부르면, 이것도 사실 차별용어 쥐급받지요..--;
해방 이후에 일본 국화라는 이유로 벚꽃들을 죄다 잘라버렸지요.
우리나라 고유의 왕벚꽃들도 덕분에 깡그리 날아갔습니다.
그 결과, 벚꽃은 '일본만의' 꽃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내가 모르면 다 일본 것이라는 식으로 거부 반응 보이는 것도...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 아닐까요.
일본과 같은 표현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쓰는 사람을 매도하는 것은
참 난감합니다. 정말 격세 지감이라는 말 밖에는 안나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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