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글을 읽기가 힘이 듭니다.
예전에 문피아 들어왔을 때는 참 행복했었습니다.
맛있는 글들이 너무 많았고 전 쟝르를 불문하고 닥치는대로
꼭꼭 씹어 먹었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손이 가는 글들이 많지 않습니다.
작품들이 재미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제가 조금씩 편협해져서 편식을 하고 있다고 할까요?
'난 이 쟝르는 안 맞아!'
'여자 주인공이 나오는 건 웬지 거부감이 생겨!'
'주인공이 너무 바보 같아!'
'아니 주인공 얘기하다가 왜 자꾸 삼천포에 빠져?"
'쓸데없는 설명이 왜 이리 많아!'
'또 리메이크냐?'
기타등등
끝없이 쏟아지는 불만과 핑계로 작품에 집중을 못하게 되고
결국은 중도에 읽기를 포기하고 맙니다.
행복했던 지난 시절이 그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점점 내가 작은 사람이 되어 종국에는
글을 읽는 기쁨을 완전히 빼앗겨 버릴까 두렵습니다.
예전에 저는 가비님의 '귀혼환령검'을 읽다가
주인공이 음모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자기때문에
여러 사람을 죽게 하면서 하는 말과 행동에 분노를 느껴
더이상 읽는 걸 포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제가 지나치게 감정이입을 해서 그런 거라고
시간이 어느정도 흐르고 다시 읽으면 괜찮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오늘 다시 그 작품을 읽으려고 하는데
같은 장면에서 주인공을 경멸하고 있는 저를 느끼고는
스스로도 깜짝 놀랐습니다.
근 일 년 만에 글 속의 주인공을 접하는 건데요...
이런식으로 하나씩 작품들을 잃어간다는 것이 슬픕니다.
아- 어찌해야 할까요?
점점 더 좁아지는 이 마음을 확 넓힐 방법은 정녕 없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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