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의 정파라고 한다면 당연히 구파일방일 것입니다. 그 중 일방을 차지하고 있는 개방은 항상 조연이었지 주연은 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간단히 생각해서 더럽고 멋지지도 않은 거지란 존재가 주연이 되기에는 힘들었나 봅니다. 그래도 개방의 거지가 나오지 않은 무협소설은 없었던 걸로 생각되네요. 그만큼 거지란 존재가 무협소설을 한층 재밌게 만들어 주었던 요소였기에 그렇지 않았을까요. 그렇게 여러 무협소설을 접하던 중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지가 주인공이 되어 본다면 어떨까?'
그렇게 해서 찾아낸 소설이 '후개무적'입니다.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현실의 소매치기가 무림에 넘어가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의문이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도 거지가 아니었던 주인공이 거지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겪는 고난과 개방에 관련된 여러 에피소드들이 너무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작가님이 글의 부족함을 깨닫고 글의 수정을 결심하게 됬을 때 저는 선작을 빼고 말았습니다. 솔직한 이유로는 저는 기존의 글이 더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작가님은 기존의 쓰셨던 부분과는 다르게 새로이 글을 쓰시는 게 예전보다는 전개가 느리고 답답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후개가 되어서 거지생활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도 더 느려지고 무공을 익히는 데도 재미난 부분보다는 훨씬 진지해져서 재미가 떨어졌다고 느꼈습니다. 그래도 심심해서 간간히 보았는데 점점 편수가 늘어감에 따라 차츰 성장해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뭔가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그 가능성을 위해서 작가님은 재미난 설정 하나를 던지시더군요.
무공을 꼭 사부한테 배울 필요는 없지 않는가. 그래서 등장한 것은 무림쌍귀 중에서도 괴짜라고 소문이 난 후개의 사부의 사부, 바로 태산방주가 등장하게 됩니다. 처음부터 말도 되지않는 개낚시를 하는 태산방주와 그 개낚시에 낚인 불쌍한 주인공은 태산방주의 희생양으로 괴이한 방법으로 무공을 배우게 됩니다.ㅎㅎ 어느 무협 소설에서 개한테 무공을 배우는 주인공이 있겠습니까? 진정한 타구봉법의 묘리를 깨닫기 위해서 개한테 무공을 배우기 시작한 주인공...저는 그 뒷이야기가 절로 기다려지더군요.
처음에 시작하는 서장부분에서 보았듯이 주인공의 성장이 기다려지는 유쾌하면서도 주인공의 행보가 기다려지는 소설입니다. 선작을 망설이시거나 수정을 해서 재미가 없어졌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16편 연재된 글을 읽다보면 잔잔한 재미와 그 뒷이야기가 한껏 기대되는 소설임에는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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