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Personacon Pasionar..
작성
11.01.23 23:00
조회
641

-

(홍보 맞습니다, 맞고요...)

그 일이 일어난 것은 세인이 황립 경찰대학에 입학한 지 꼭 1000일이 되는 날이었다.

그 날은 세인이 마술사 일족 장로회로부터 <대마법사>의 칭호를 수여받은 날이기도 했다. 평범한 인간들이라면 1000년이 걸려도 이루지 못했을 일이었지만 그녀는 지난 24년 동안 남자 손목 한 번 잡아보지 못한 순결한 동정녀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수많은 청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번쩍이는 훈장이 옷깃에 꽂혔고, 여러 겹의 황금 장식줄이 목에 걸렸다. 최고 장로가 손수 세인의 어깨에 대마법사의 표식인 붉은빛 비단 휘장을 걸쳐주었다. 하지만 그 모든 화려한 꾸밈으로도 그녀의 추함을 가릴 수는 없었다. 그 사실을 세인 자신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이제 그대를 이 시대의 유일무이한 <대마법사>로 인정하노니..."

최고 장로는 더할 나위 없이 엄숙한 태도로, 화려하게 금박 글씨로 씌어진 대마법사 인증서를 수여했다. 더할 나위 없이 정중한 태도로 허리를 굽혀 인증서를 수여 받은 세인은, 곧 몸을 일으키며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당연히 악수를 할 거라고 예상했던 최고 장로는 약간 머쓱한 얼굴로 들어올렸던 손을 내렸다. 최고 장로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세인은 곧 비릿한 웃음을 띠며 인증서를 둘로 짝 찢어 바닥에 내팽개쳤다.

"아, 아니 이게 무슨...!"

공회당에 둘러앉아 있던 청중들은 뜻밖의 돌출 행동에 저마다 분노와 당혹감에 휩싸여 소리를 질렀다. 세인은 씩 웃으며 손을 들어 천장을 가리켰다. 그러자 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마술사 일족의 공회당 지붕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졌다. 경악하는 장로들을 향해 세인은 광소를 터뜨렸다.

"내 목적은 달성되었도다. 나는 오늘로 대마법사가 되었도다! 자, 이제 내가 황립 경찰대학에 입학했던 진짜 목적을 알려주겠다. 사실 나는 2천 년의 역사를 지닌 비밀 조직 <추녀 해방 전선>의 337대 수장이다!"

그 자리에 있던 청중들은 너나할 것 없이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몸을 떨었다. 설마 황립 경찰대학에 입학하기까지 했던 세인이, 모두가 쉬쉬하며 차마 입에조차 올리지 못했던 그 저주스러운 마녀 집단ㅡ단지 그 사악함뿐만 아니라 천하의 박색들만 모였다는 용모만으로도 이미 세상을 살 자격이 없는 하수종말 처리장 같은 무리의 두목이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터였다.

얼빠진 청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세인은 광소를 터뜨리며 공중으로 날아 올랐다. 저주스러운 이름을 육성으로 듣고 만 마술사들도 한동안 충격에 빠져 그녀를 그저 바라보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마술사 일족들은 내가 추하다는 이유로 나를 그들의 족속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파시아로의 유학도 거부당했다. 그래서 나는, 제국에서 마법을 가르치는 유일무이한 기관인 황립 경찰대학에 입학할 수 밖에 없었다. <대마법사>가 되기 위해서, 그래서 이 세상에서 미녀란 미녀들은 모조리 절멸시키기 위해서! 하지만 대학에서 생활하는 동안, 나는 깨달았다. 아무리 세상에서 미녀를 없애고 또 없앤들, 어리석은 세상 사람들은 또 다시 갖가지 종류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어 미녀와 추녀를 가르리라는 것을, 세상이 영속하는 한 그러한 짓거리도 계속되리라는 사실을!"

세인의 말을 듣는 모든 사람들은 몸을 떨었다. 세인의 모든 말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그녀가 의도하고자 하는 바는 마지막 말에 분명히 드러나고 있었다. 정신을 차린 몇몇 마술사들이 그녀를 끌어 내려 포박하려는 시도를 했지만, 예외 없이 공중으로부터 쇄도하는 사나운 얼음창의 공격을 받고 작살에 꿰인 물고기처럼 파득거리는 신세가 되었다. 그들이 흘린 피가 흘러 공회당의 대리석 바닥을 붉게 물들였다.

"예쁜 여자만 찾는 더러운 세상에 고한다! 이제 너희는 티끌도 남지 않고 모조리 사라지리라! 인간의 외면만 보고 판단하는 이 엄혹하고 흉악한 세계에 어울리는 징벌이 파멸 이외에 또 무엇이 있겠느냐! 으하하하하하하하하!"

말을 마친 세인은 크게 손을 한 번 휘둘렀다. 그러자 공회당은 물론 그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녀가 손을 두 번 휘두르자 천원 대륙이 사라졌다. 그녀가 손을 세 번 휘두르자 세상에는 미녀도 추녀도 남지 않게 되었다. 모두 재가 되어 우주 속으로 흩어졌기 때문이었다.

세인은 마지막으로 손을 한 번 크게 휘둘렀다. 그리고 그녀는, 오늘에서야 그녀를 평새 동안 고통스럽게 속박해 온 육체의 굴레에서 풀려나 자유를 얻었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의 추함 때문에 괴로워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일 리가 없지만!

하지만 심지어 독자분들마저도 '사실은 주인공이 초미녀였음'이라는 전개를 바라고 있는 판이라 쓰는 사람과 주인공 모두 좀 열이 받아 있는 상태고, 이대로 가다간 정말 저렇게 열폭덩어리 개막장 결말로 치달을지도 모릅니다. 핫핫핫핫.

자칭타칭 제국 최고 명문대학이라는 <황립 경찰대학>에 어찌어찌 입학하기는 했는데...동기고 선배고 간에 죄다 반짝반짝 빛나는 미남 미녀인데다 머리까지 좋은 수재 중의 수재들 뿐인 서러운 세상.

그 틈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남으려고 아둥바둥 애쓰고 있는 못난이의 이야기, 정말 주인공이 미운오리 새끼에서 벗어나 우아한 백조가 될 가망성이 있는지...아니면 그냥 늙고 추한 몸이 되어 쓸쓸히 죽을지, 아직은 좀 더 두고봐야 할 <비밀의 수호자> 입니다.

포탈 얃얃

http://www.munpia.com/bbs/zboard.php?id=cn_198

p.s. 주인공이 미녀인지 아닌지 물어보는 것을 그만 두신다면, 유혈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제발)

-


Comment ' 6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1.01.23 23:13
    No. 1

    아이고 맙소사, 이런거 좋아합니다.
    보러가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4 살신성의
    작성일
    11.01.23 23:32
    No. 2

    예쁜걸 좋아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라 생각합니다. 심미안이란게 있죠. 인간이라면 어쩔수 없죠 보아서 구역질 또는 눈을 감아버리고 싶은 다신보고싶지 않은 그런데 거짓으로 다독다독 헛소리 늘어놓을순 없겠죠 . 당연한 것을 자기가 못난 운명을 타고 났는데 남을 미워 한다면 안되겠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Pasionar..
    작성일
    11.01.23 23:43
    No. 3

    위의 구구절절한 내용은 본 줄거리하고는 별 상관이 없습니다 -ㅂ-;;
    독자 분들이 주인공이 미녀인지 추녀인지 궁금해 하셔서, (그걸 알려주면 미리니름이 된다고 말씀드렸는데도!) 좀 씁쓸하지 않을 수가 없더군요. 추녀에게 세상이 얼마나 잔인한 곳인지, 실제 추녀로 살아보지 않고는 이해 못하시리라는 점만 덧붙여 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1.01.24 01:01
    No. 4

    추남에게도 가혹하지요. 저 같은 사람 말입니다. 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4 와메크투
    작성일
    11.01.24 13:35
    No. 5

    핫핫핫. 홍강+1
    근데 정말 궁금한건 궁금한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1.01.24 17:13
    No. 6

    경찰학교... 신선해요 ㅋㅋ 재미있어보여서 바로 포탈탑니다 ㅋㅋ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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