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것은 상대와의 정당한 대결을 위한 예의'라고.
근데 그 소리가 너무 억지 같았거든요.
마치 무슨 일이 발생한 후에야, 억지로 이거저거 끼워 맞춰 만든 법칙 같이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 찾아보고, 생각해 본 결과...
중국/대만에서는 김용, 와룡생,고룡을 기준점으로 삼는다더군요.
이 세 작가 이전은 고무협이고, 이후는 신무협이라구요.
또한 무협작가들 대부분이 무술에 어느 정도 조예가 있었고, 어느 정도 공부를 한 사람들인데 무술에 전혀 문외한인 작가가 바로 김용이랑 고룡이라더군요.
와룡생의 경우 '소림사'에서 출간된 무술서적을 펼쳐보면서 작품을 집필했다고 합니다.
무술에 대해 문외한인 고룡은 역시 무공 묘사보다는 심리적인 묘사를 장기로 했는데.
김용에 이르러서는.
이 분은 무술에 대해선 전혀 모르지만 원래가 한시漢詩와 바둑에 정통했는 지라, 무공초식에다가 한시 절구나 바둑용어 등을 써먹었다고 합니다.
실제의 중국 무술에서는 왠만해선 멋들어진 이름은 볼 수 없다고 그러더군요.
김용은 무술의 묘사를 잘 할수 없었기에 한시의 풍류 가득한 싯구로 그걸 대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김용의 작품 속에서도 지 무공 이름을 외치는 사람은 없죠.
대부분은 그걸 구경하고 있던 다른 사람이 '저 초식은 이름이 어쩌고 저쩌고 해서 어떻게 공격하는...'하고 또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식이죠.
근데 김용의 작품을 영화화 하거나 드라마화 한 것에서는 그렇게 설명해주는 친절한 해설자(?)가 없지요. 몰입도도 떨어질 뿐더러, 그 한 명의 해설자 출연료도 제작비에 미치는 영향이 클 테니까요.
그래서 무술을 하는 사람 스스로 자신의 초식명을 외치지 않나 하는...
물론 그 이전의 무협 드라마나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뭐 영화야 그래도 나름의 제작비가 있으니 상당한 연출을 할 수 있었을 테지만 드라마의 경우 지금처럼 CG가 발달한 시대도 아닌데다가 지금처럼 발육이 좋지 않았을 때이니 얼굴은 잘생겨도 키는 작달막한 배우들이 짧은 팔다리를 휘둘러 대니 그게 멋지면 얼마나 멋져보이겠습니까. 그러니 차라리 초식명을 외치며 공격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 아닐까, 하는.
그런 것들이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대세화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글쓰는 입장에서는 편하겠지요.
저는 잘 모르지만 예전 한국의 1세대 작가 중에 제대로 무술을 배운 사람은 별로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입장에서 주인공의 입으로 멋진 초식 한 마디 외치면 모든게 끝나는 묘사가 얼마나 편했겠습니까.
사실 제가 틈만 나면 헌책방에 가서 예전 중국 작가들의 번역본을 구하는 것이 취미인데 그렇게 구한 작품들 속에서도 주인공이 초식을 외치는 것은 거의 못봤습니다.
'A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의 앞섶은 빨갛게 물들었다.
B가 사용한 것은 '무슨무슨 검법'의 절초인 '깡총깡총'으로 알고서도 막기 어려운 변화막측한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나중에 설명하는 것이 대부분이더군요.
결국 초식을 외치는 경우는 중국의 무협드라마(영화는 거의 외치지도 않더군요. 화려한 연출이 가능해서인지.)랑 한국 무협의 특색이 아닌가, 하고 감히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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