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10 CatReadi..
작성
11.06.27 00:54
조회
1,631

일주일을 마무리하며, 또 내일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일주일을 대비하며 문피아에 들러 이것저것 글들을 찾아봤습니다.

그런 도중에 [토론마당]의 어느 글에서 이런 덧글을 보았습니다.

--------------------------------------------------------

뛰어난 작품이나 저질 작품이나 뚝같은 인세를 받는 시장...

힘들게 공들여 쓰나 대충 발로 쓰나 똑같은 인세를 받는 시장...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나요?

네, '공산주의'와 상당히 유사해 보입니다.

어차피 똑같은 돈을 받는다면 누가 공들여 씁니까.

대충 대충 발로 쓰고 오히려 그렇게 많이 써야 돈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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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판타지 소설 시장의 아픈 곳을 아주 정면으로 찌르는 상당히 날카로운 글입니다. 아프지만 그게 현실이지요.

그러면서 문득 저는, 저의 졸작이 출판 계약을 할 때 담당자분께서 말씀해주신 [판타지 소설을 쓰는게 사실 돈이 별로 안되거든요]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자유시장을 가진 자본주의 국가에선, 누구나 자신이 일한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만약 대가가 없다면 자연스레 의욕이 없어지고, 의욕이 없으면 정성이 없어지기 마련이지요.

그렇다면 이런 환경에서, 과연 작가는 얼마만큼 자신의 작품에 정성을 쏟을 수 있을까요?

문피아에서 돌아다니다보면 [정말 좋은 글인데...대여점에선 잘 안나가요]라든가 [대여점에서 잘 나가는 글은 결국 양판소에요]라는 글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말은, 안타깝지만 제가 출판사와 몇번 싸우면서 진실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주인공이 멋지고 강해야합니다]라든가 [복잡한 내용은 없어야합니다]라든가...

결국 아무리 정성들여서 복잡한 플롯과 깔끔한 결말, 철저한 현실 고증을 거친 제대로 된 글을 쓴다해도, 그런 정성을 들인 시간과 노력이 무색할만큼 소위 말하는 [양판소]와 비슷한 돈을 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양판소를 쓰는 것이 낫지요. 훨씬 많이 빨리 쓸 수 있으니까.

물론 예외가 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 예외라는 것이, 현실에서 정말 드물게 일어난다면 결국 그것은 그저 예외일뿐입니다. 아무리 환경이 나빠도 성공하는 사람이 한 둘은 있기 마련인데, 그 한 둘을 내세워서 [환경이 나쁘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너무나 성급한 일반화겠죠. 그런식이라면 북한이나 소말리아에도 잘먹고 잘사는 사람 한 둘은 있을 겁니다.

아무튼, 종합해서 이야기하자면 작가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나마 글에 정성을 들이는 방법]은 한가지 밖에 없습니다.

즉...[돈에 구애받지 말고 그냥 애정으로 글을 써야합니다]

사실 이런 말은 어디서 많이 본적이 있으실 겁니다. [이공계의 상황이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과학자는 돈보다는 꿈을 쫓아야합니다]라고 어느 높으신 분들이 이야기하기도 했으니까요. 물론 덕분에 유능한 과학자들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판타지 문학계는 몰라도, 비슷한 만화계에서는 위와 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재능이 있는 작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일본 진출을 노리고 있지요. 우리나라에서는 만화가로 살아간다는 것이 많이 힘들기에 그런 것 입니다.

즉 이런 현상을 피하고자 한다면 일개 작가로서는 우리나라를 벗어나는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싶다면? 우리나라 사람인데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싶은 것이 사실은 당연하지 않을까요?

예, 그래서 많은 이공계 분들이, 그리고 많은 만화가 분들이, 그리고 많은 소설가 분들이 [그저 애정으로] 자신의 일에 몰두합니다. [그저 애정으로] 자신의 일에 정성을 쏟습니다.

저 또한 되도않는 졸작을 쓰는 한 사람의 창작자로서, 작품이 막히거나 고민이 될때마다 [이 작품을 쓰는 이유가 뭘까? 내가 왜 이리 고민을 해가면서 작품을 써야하는가?]라고 자문할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럴때 제가 내리는 답은 결코 [돈을 벌기 위해]라든지 [작가로서 먹고 살려고]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재밌게 읽어주시는 분들이 있으니까], [아내가 즐거워하니까]...뭐 그렇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70년대 정신론]으로 무장하여 글에 정성을 쏟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결과물은 그다지 대단치 않아 부끄럽습니다만.

하지만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끔은 자조스럽게 [어차피 돈 벌려고 하는 것도 아닌데, 그냥 빨리 조기완결 당하고 천천히 즐기면서 글 쓰는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예, 가끔은 진짜로 조기완결을 바랍니다. 농담이 아닙니다.

그러다 문득 다른 분들의 글들을 봅니다. 다른 분들은 저보다도 더 훨씬 많이 자신의 작품에 정성을 쏟으십니다. 그럼 이분들도 아마 저처럼 [그저 애정으로] 정성을 쏟으시고 계실겁니다. 아니, 저보다도 훨씬 더 자신의 글에 애정을 가지고 계실겁니다.

그러니 아마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분들이 자신의 작품에 애정을 담아, 정당한 대가 같은 것은 바라지도 않고 그저 재밌게 읽어주는 독자분들을 위해 글을 쓰고 계실겁니다.

여유가 된다면 그런 분들을 직접 만나 생각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술 한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겠군요.

그리고 부디, 아무쪼록 그런 분들이 글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길 바랍니다...


Comment ' 10

  • 작성자
    Lv.34 청혈랑
    작성일
    11.06.27 01:05
    No. 1

    여러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글입니다.
    여러 좋은 작품들을 애독하는 독자로서, 그리고 이공계인 과학도로서 참 많은 부분이 공감가고 안타까운 현실을 뼈저리게 느끼기도 합니다.
    문피아에서 훌륭한 작품들을 많이 보면서 저는 이렇게 감동받는 멋진 글을 대중들은 왜 찾질 않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달랑 글 몇편 읽으면서도 참 많은 생각을 하게하고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기도 하며 때론 부끄럽지만 저를 울리기도 하는 그런 절절한 글들인데 말입니다.
    사람들은 쉽게 읽히고 한번읽고선 단지 한순간의 쾌감을 느끼고 넘어가기 쉬한 소모성 작품들에 더 환호하곤 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글을 쓰고자 하는 열의를 계속 품기 힘든것도 사실이지요.
    그래도 이 공간에서 멋진 작품을 써주시는 많은 분들이 계셔서 오늘도 전 즐독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제가 돌려드릴것은 그저 잘 읽었다는 한마디 밖에 없어서 죄송스럽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출판이 되어도 기껏 대여해 보거나 책 몇권 사는 정도밖에 해드릴 것이 없거든요. 모든 작가분들께 좋은 작품 감사하단 말 드리고 싶고 독자는 해드릴 수 있는게 없어 참으로 죄송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1 아랫분
    작성일
    11.06.27 01:10
    No. 2

    제가 알기로 환상문학 소설의 책값은 8000원인데 용대운 작가님이 인지세를 더원하셔서 책값인상으로 +@ 받으셔서 인세가 다른예가 있는걸로 알고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2 동방천
    작성일
    11.06.27 01:43
    No. 3

    확실히 과학자들에게 돈보다는 꿈을 쫒으라고 한다면 해외로 갈수밖에
    없겠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파장
    작성일
    11.06.27 01:49
    No. 4

    .........................

    달리 드릴 말씀이 없군요. 그저 健筆뿐!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水原
    작성일
    11.06.27 01:53
    No. 5

    정말 공감가는 글입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문라이더
    작성일
    11.06.27 02:28
    No. 6

    미국 게임시장이 질적하락과 양적증가로 인해 오히려 시장규모가 30분의 1로 줄어들고 게임시장이 침체되어 아예 시장이 사라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게 아타리쇼크인데요.

    우리나라 장르소설이나 만화시장이 비슷한 모습입니다.
    일본의 경우 그 해결책을 게임제작회사가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것을 방지하고 회사마다 연간 생산 게임 숫자를 제한해서 질적인 향상을 시켰고, 어느정도 성과를 냈지요.

    -_- 아타리쇼크는 현재도 진행중이라 북미에서 게임시장은 현재도 게임시장이 별로 크지 않지요. 우리나라 장르 문학도 이미 출판 혹은 문학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 뿐입니다.

    아예 출판사들 문을 다 닫고 새로 시작해야 할 정도일거라 생각듭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7 무한행복해
    작성일
    11.06.27 02:48
    No. 7

    요즘 화두인 '애정'에 관한 말씀이시네요.이공계와 문피와는 다릅니다. 이공계의 70%는 생각도 없는놈들이 돈만쫓아서 or 그냥 떠밀려서 갔다가 나중에 되서야 아차! 하다 현실에 순응하고 취업을 하는것이죠.
    문피아는 다릅니다. 그렇게 믿고싶구요. 여긴 적어도 떠밀려서 오는사람은 절대없습니다. 작품에 애정이 없으신분들이 어디있겠습니까. 질이떨어지는 이유는 두가지라고봅니다. 1- 별생각없이 취미로 쓴글이 인기를얻어 출판을했다. 2-글쓰는게 너무좋아 전업작가를 꿈꾸지만 현실이 너무구리다.
    1번분들이 취미로쓴글은 깨놓고말해 거의 질이떨어지죠. 전업작가만큼 인세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그냥 하는거죠. 그러다보니 장르문학 전반적으로 질이떨어지고, 이 후폭풍-현실은 시궁창-으로 2번분들의 작품이 피해를본다고 생각해요 전.2번분들은 제대로 취급못받고, 먹고는살아야하니 다작으로 눈을돌리는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결론은?이라하시면 . 제가생각하는 대안은 1번분들은 그냥 알아서살아라이고, 2번분들의 공부-연구 아니겠습니까? 해리포터는 못되더라도 묵향을 노려볼정도의, 연구-공부가 있다면, 그만한 대우를 충분히 받는다고 봅니다.
    회귀의장이나, 후생기, 스펙테이터 급의 소설들이 과연 로x미디어의 양판소와 같은인세를 제의받을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주형이
    작성일
    11.06.27 08:44
    No. 8

    가슴에 절절히 와 닿는 말들입니다. 장르문학을 사랑하는 1인으로서 이런 현실에 마음이 아픕니다. 저는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일-대여점에서 열심히 빌려보거나 마음에 들면 구입하는 등-을 할 뿐입니다. 에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9 검미성
    작성일
    11.06.27 21:31
    No. 9

    우리나라엔 역시 반공정서가 너무 심한 것 같네요. 저런 괴상한 인용이 어찌 되남...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문라이더
    작성일
    11.06.27 22:42
    No. 10

    현실은 이미 시궁창...
    저작권 어쩌고 하지만

    대놓고 말해서 작가도 저작권 제대로 지키는 사람 없으니 인간적으로 할말 없는 인간들 뿐.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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