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며 똥싸는데, 똥꼬 속에 쇠똥구리 한 마리가 굴러들어오더니 내 똥을 데굴데굴 굴리자 열받아서 가라앉은 키보드 워리어, 액시움입니다. [아니면 말고]
연재한담에 어울리는 글인지는 모르지만, 요새 신문, 소설, 수필, 교과서, 시(詩) 등을 가리지 않고 줄줄이 쏟아지는 '그(he)'와 '그녀(she)'에 대해서 지적하고자 합니다.
가끔 국어사전에서 남성 가리킴대이름씨(指示代名詞)로 나오는 '그'는 '이', '저' 같은 매김씨지, 결코 남성을 뜻하는 대이름씨(代名詞)가 아닙니다.
'그 사람, 그이'의 준말인 '그'가 남성만을 가리키는 3인칭 가리킴대이름씨라면, 그 본딧말인 '그 사람, 그이'도 마땅히 남성만을 가리켜야 할 텐데, 과연 그럴까요?
그렇다면 '이 사람, 이이'의 준말은 '이'고, '저 사람, 저이'의 준말은 '저'가 되는데, 그것도 남성만을 가리키는 3인칭 대이름씨가 돼야 합니다.
'그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녀'는 1926년 8월에 발표된 양주동의 '신혼기'에 처음 보입니다만, 널리 쓰이기 시작한 때는 1954년 이후입니다. '그녀'는 '그 女(녀)'의 합성어므로 토박이말(순 우리말)이 아닙니다.
'그녀'란 말은 널리 쓰이면서 비판도 많이 받은 말입니다.
현대문학 1965년 3월호에서 최현배, 이숭녕, 허웅, 김형규, 류창돈, 김석호, 김동리 등 일곱 명의 견해가 실렸는데, 최현배는 '그녀'가 일본말의 조어(措語) '카노죠(彼女, かのじょ)'를 흉내낸 말이라며 반대했습니다.
일본에서는 19세기말, 영어의 'he'와 'she'에 대응한 번역어로서 '카레(彼, かれ)'와 '카노죠(彼女, かのじょ)'라는 번역어를 만들어 쓰기 시작했습니다. 최현배가 반대한 까닭은, 문법적인 요소 외에도 "그녀는……" 하고 소리낼 경우, "그 년은……"처럼 욕설로 들린다는 점도 있습니다.
그래서 최현배가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그미'인데, 여기서 '-미'는 '할미', '어미' 등과 같이 여성을 가리키는 뒷가지(접미사) 구실을 합니다. '그미'를 사용하는 문인은 박영준(종각), 김용운(안개꽃), 이영미(91년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작, 매듭풀이굿) 등이 있습니다.
본디, 우리말에는 여성 3인칭 대이름씨가 없습니다. 신문화(新文化)가 들어오면서, 신(新)문학을 중심으로 'she'에 대응하는 말을 쓰는 것이 고민거리였습니다. 위에서 설명했던 '그'도 본디 우리말에서는 3인칭 대이름씨로 쓰이는 것이 아니었는데, 처음에는 "궐(厥)" "궐자(厥者)" "그이" 등이 시도되다가 "그"로 낙착된 것입니다. 1919년, 이광수는 매일신보에 연재된 처녀작 "무정"에서 "그"를 여성과 남성을 가리키는 대명사로 함께 사용합니다.
나중에는 김동인, 양주동 등이 "궐녀(厥女)를 쓴 적이 있고, 그 뒤에 다시 해외문학파에서 "그네"를 쓰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으니, 그 놈의 3인칭 대이름씨 두 개 때문에 우리의 지식인들은 쉰 해가 넘게 고민한 꼴이지요.
그리고 'they'에 대응하는 말인 '그들'도 마찬가지로 본디 우리말에 없는 말입니다.
남성 3인칭 가리킴대이름씨인 '그'에, 체언에 붙어서 그 수가 둘 이상임을 나타내는 도움토씨(補助詞) '-들'이 붙어서 생긴 듯한데(아니면 말고), '그' 자체가 본디 없는 말이니 '그들'도 마찬가지로 옳은 말이 아니겠지요.
제가 자주 쓰는 야후 국어사전에서는 '그들'에 대응하는 말로 '그네(들)'가 있습니다.
사람의 한 무리를 나타내는 뒷가지(接尾辭) '-네'가 붙어서 생긴 말인 듯한데, '그미'가 옳다면 '그네'도 마찬가지로 옳게 쓸 수 있을 듯합니다. 농기구 '그네'나 놀이터에 있는 '그네'와 헷갈린다면, 도움토씨 '-들'을 붙여서 '그네들'로 쓰면 될 것입니다.
저는 '그'와 '그녀', '그들'가 본고장인 일본에서 그 족속의 문화와 전통, 관습에 맞게 제 구실을 하겠지만, 영어→일본어→토박이말+한자음의 번역 과정을 통해 우리말에 끼어든 것은 아무런 의식도, 느낌도, 넋도 없는 소리덩이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황순원 님의 '소나기'가 유명해진 것은 '그'와 '그녀'는 하나도 없이 두 사람의 순수함이 여실히 느껴지는 '소년'과 '소녀'가 쓰인 탓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아니면 말고]
손색없는 우리말을 버리고, 말이 안 되는 '소리'를 만들어서 진기한 양 쓰니, K2를 두고 M16A2를 쓰며, 고급 맥궁을 버리고 서양식 목궁을 주어다가 좋아서 마구 쏴대는 꼬락서니와 다를 바가 없지요.
1920년대에 이런 말장난을 한 철부지 지식인들은, 마치 자신들이 대단한 업적을 이룬 듯이 자화자찬을 늘어놓았지만, 우리말에 좀처럼 지워지지 않고 번져 나가는 얼룩을 남겼다고 생각합니다.
정리 :
그 -> 그 사람, 그 사내, 그 남자, 그이 등
그녀 -> 그미, 그 여자, 그 처자, 그 여편네(?) 등
그들 -> 그네, 그네들, 그 사람들 등
뱀다리 : 내신 반영율이 6할인 중3이 중간고사 사흘 앞두고 이런 글이나 쓰다니, 저도 정말 개념을 우거지국에 말아 먹은 듯합니다. -_-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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