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집에서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저희 집도 보일러를 사용해 난방을 합니다.
방안에 설치된 계기는 언제나 실내온도를 표시해 적정온도를 설정할 기준을 제시하죠.
오늘 아침에 문득 잠에서 깬 저는 충격적인 광경을 보고 말았습니다.
실내온도를 표시한 계기에
‘07’
이라는 수치가 나타난 게 아닙니까!
아무리 웃풍이 심한 집에 산다지만 이건 너무했습니다.
알고 보니 상당히 추운 날씨였고 수도가 고장나 집에는 물이 나오지 않는 상태였죠.
빨래와 설거지를 앞둔 어머니깨서는 걱정을 한가득 담은 표정을 하셨습니다.
음음, 동파사고구나. 조금 귀찮겠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
물론 큰일이었지만 저는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겨 컴퓨터에 전원을 넣고 언제나처럼 소설을 쓰는 일에 열중했습니다.
그리고 일은 그때 발생했습니다.
키보드 위에서 열심히 손가락을 놀리는데 난데없이 뒤통수가 쩍! 하고 울리는게 아닙니까!
어머니였습니다.
“물이 안 나와서 큰일인데 넌 지금 컴퓨터나 하고 있니?”
억울했습니다.
어머니, 어차피 누가 와서 고쳐줄 텐데, 그렇게 발만 동동 굴러봤자 발바닥만 아프다구요.
어머니, 물론 제가 무신경했다는 건 인정합니다만 손바닥으로 내리치는 과정에서 반지를 낀쪽과 아닌쪽을 구별해 사용하는 절차를 생략하시는 건 너무합니다.
어머니, 아픕니다. 눈알이 튀어나올 뻔했어요. 반지 자국이 남아 머리 감을 때 물이 고일 지경이에요.
여러분, 제가 뭘 잘못했습니까. 저는 정말 억울합니다!
조용히 글만 쓰고 싶었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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