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1 밀가루백작
작성
11.12.04 15:52
조회
2,015

거대한 무대 위, 그곳에는 낡고 작은 나무 의자가 외로이 서있었다. 아마 저 의자에선 어느 도둑이 금화를 풀어헤쳐놓고 그것을 세었을 지도 모르고, 고양이가 낮잠을 즐기다 쥐를 발견해서 쪼르르 잡으러 내려갔을 지도 모르는 많은 일화를 가지고 있겠지.

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의자 위에 이번에는 누가 앉게 될까?

그런 의문이 들자마자 무대 위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인물이 있었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생김새가 어떻게 생겼는지조차 알 수 없는 검은 실루엣 속에서 그는 의자 위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안녕하세요? 황금 호밀의 홍보를 맡게 된 <소드 마스터의 리골레토>에요. 후기를 담당하고 있는 <소울젬의 리골레토>과는 동일 인물이랍니다. 참고로 <9클래스의 리골레토>도 있지요."

다소 정신나간 소리를 지껄이는 리골레토에게 소리 없는 야유가 쏟아졌다.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그런 야유를 보내고 있는 한 사람은 아닐까?

"황금 호밀, 풍요로운 이름이지만 그만큼 단조롭고, 게을러보이는 제목이죠. 풍요로움에서 플러스(+), 단조로움에서 마이너스(-) 둘이 합해서 0이라는 수치가 나오게 되니, 제목으로 점수를 딸 순 없겠네요."

무슨 소릴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관중석의 관객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리골레토는 어째서 이런 고급스러운 농담을 이해하지 못하는 거냐며 보이지도 않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이내 수긍하고 어깨를 으쓱거렸다.

"황금 호밀은 마치 연극, 또는 동화같은 이야기에요. 물론 어디까지나 제 감상이므로 그리 신빙성있는 말은 아니지만......"

과연! 자기의 말이 신빙성이 없을 거라는 추측은 충분히 신빙성 있는 얘기였다.

"그냥 대충 미친척하고 기연이나 주면 될 여신께서 뭣하러 황금 호밀이라는 만렙 포션 같은 걸 주시는지 의문인 이야기죠. 갑자기 드래곤 같은 게 우와악! 하고 나와서는 다 쓸어버린다거나, 이계의 고등학생이 깽판을 친다거나. 왜 굳이 편한 길을 놔두고 이런 수고를 하는지 저는 이해를 못하겠어요."

리골레토가 푸념을 늘어놓다가 문득 자기가 홍보를 하러 나왔다는 사실을 상기하고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할 게 없어서 이런 걸 홍보해야 한다니......

"대체 어떻게 하면 홍보가 될까요? 모두의 입에 맞는 글은 아닐 테고, 워낙 저자가 변덕스러운 작자라서 언제 우로부치가 될 지 몰라요. 그러니까 꽤나 많이 나가 떨어지실 걸요?"

이건 제법 도전적인 말투다.

"연극, 동화, 이야기. 아니면, 폐지 위의 잡문(雜文)일지는 관객들의 몫이니 제가 나와서 홍보랍시고 왈가왈부해도 소용 없거든요. 그러니 굳이 열심히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관객들은 이때 세 가지 선택지를 만나게 된다.

리골레토의 말대로 그런 것 같다고 생각을 해보는 부류와 쟨 뭔데 헛소리를 늘어놓냐며 눈살을 찌푸리는 부류, 마지막으로 이런 건 그냥 무시하고 마우스 스크롤을 내리는 부류.

아마 세 번째가 가장 많지 않을까?

"그러니까 직접 읽어보시라 이 말이라고요. 뭐, 처음부터 포기하신다면 할 수 없지만... 하지만 아무도 밀겨를 씹고 맛있다고 하는 법은 없어요. 밀겨 속에 있는 알맹이가 맛있는 법이지. 중간에 뱉으셔도 상관은 없지만... 아아, 너무 주제 넘었나요? 그럼 저는 이만 빠지겠습니다."

리골레토가 의자를 내버려두고 멋대로 무대의 막을 내렸다. 관객들은 이게 뭐냐며 신경질을 내고 있었지만, 리골레토는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애초부터 소드마스터가 뭐가 아쉬워서 이런 홍보에 나타나는지 이해하지 못할 노릇이다.

(물론 거짓말의 거짓말이지만.)

포탈 : http://www.munpia.com/bbs/zboard.php?id=bn_022

"쓴 맛을 알아야 단 맛도 아는 법. 하지만 어디 이런 걸 읽고 단 맛을 느낄 수나 있겠어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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