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Lv.1 밀가루백작
작성
11.11.27 00:22
조회
650

"네 소원은 뭐지?"

호밀밭의 까마귀는 나를 사람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저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가련한 계약자, 혹은 좋은 먹이. 좀 더 신랄하게 꼬아보자면 똘똘한 호구 쯤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내 소원은......"

사람들은 소원을 빌 때, 머리를 굴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소원을 비는 것으로 모든 게 끝나는 걸까? 행여나 인과율의 법칙이랍시고 소원으로 흥하면, 소원으로 망하는 그런 시스템은 아닐까?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소원을 빌지 않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우리들이 계약자들을 호구로 보는 이유? 아마 그런 점이 원인이겠지.

"좋아, 거래는 성립됐어. 그럼 이제 네 '호밀'을 가져갈게."

나는 정확히 까마귀가 말하는 호밀이 뭔지 모르고 있었습니다. 딱히 알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고요. 왜냐고요? 소원을 대가로 뭘 잃었는지 알게 된다면, 그건 그것대로 비참할 테니까요. 차라리 아무 것도 모른 채, 서서히 가라앉다보면 까마귀에게 소원을 빈 내 처지가 이보다 더 비참해지진 않겠지. 라는 일종의 보험이었습니다.

"호밀이래봐야, 별 건 없고. 네 경우엔 '만족감'을 가져갈 테니까. 잘 해보라고."

우리가 호밀을 가져가는 기준? 그건 우리 의지로 어떻게 해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계약자들이 바라는 소원을 우리가 마음대로 조율할 수 없는 것처럼, 그로써 잃게 되는 대가 역시 우리가 멋대로 정할 수 없는 노릇이지. 우리는 단순히 중매자 역할을 할 뿐이라고. 뭐, 정확히 말하자면 중매자라기 보다는 중간에서 호밀의 껍질이나 얻어 먹으면서 공복을 채우는 거라고나 할까?

"그런 걸 가져가버리면 정작 소원을 이뤄도 난 행복해질 수 없는 거잖아?"

호밀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소원의 대가는 아주 크나큰 것이었습니다. 까마귀들이 말하는 호밀이란 대체 무엇을 말하는 건지, 아직까지 난 알지 못했지만 한 가지 알아낸 사실은 호밀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잃어선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이미 늦어버렸기에 또한 내 일부나 다름 없을 호밀이 저 까마귀의 피와 살이 됐기에 나 또한 그들과 '동류'가 됐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앞으로 저들과 계약할 이들이 속출하지 않기만을 바라기만 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분명 소원을 이뤄준다고 했을 뿐이야. 행복해지는 건 내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잖아?"

누가 누굴보고 동류라는 거야? 너희 같은 녀석들은 결코 우리를 이해하지 못해. 아니, 오히려 그 편이 더 낫겠지. 우리에 대해서 알아가면 알아갈 수록, 이해하려 하면 할 수록..... 너희는 더 비참해질 테니까. 이건 운명이나 숙명 따위의 문제가 아냐. 어디까지나 우리의 일이거든.

"...... 너무해."

내 일부가 까마귀의 피와 살이 됐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사람인가요. 아니면, 까마귀인가요? 그보다도 내 일부는 이미 사라지고 없는데, 그럼 이제 그것은 내 일부가 아니게 되지 않는 게 아닌가요? 머리가 복잡했지만 해결되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 무렵이었을까요?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일어나는 자괴감과 아릿한 절망. 이제 나를 '나'라고 해주는 요소가 사라졌으니, 이제 '나'를 나라고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스스로의 존재마저 부정당하게 됐다고 느꼈을 때. 나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니게 됐습니다.

나는 까마귀일 뿐이죠. 까마귀의 피와 살이 됐으나, 정작 내 스스로 날개를 펼칠 수 없는 그런 까마귀요.

그때, 그분이 내 앞에 나타나셨습니다.

"...... 한심하군."

누구냐고 묻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내가 더 이상 사람이라 부를 수 없게 됐기 때문일까요? 제게 한심하다고 말한 사람은 아직 앳된, 하지만 눈빛만은 결코 어린 티가 나지 않는 소년이었습니다. 소년의 옆에는 멋진 정장을 빼입은 아저씨가 서있었습니다.

소년의 손에는 호밀이 들려있었습니다. 사실 이젠 호밀이라고 하면 지긋지긋할 정도였지만, 어쩐지 소년이 들고 있는 호밀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그 호밀은 황금처럼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 황금빛에 매료됐을 때, 비로소 나는 입을 열고 소년을 맞이할 수 있게 됐습니다.

"누구시죠?"

"호밀 백작. 황금 호밀의 주인이다."

<황금 호밀 홍보용 이야기. '사실 이런 이야기는 본문에 없어요.' 에서 발췌.>

포탈 : http://www.munpia.com/bbs/zboard.php?id=bn_022

(저번 주, 홍보가 Fail... 마크를 달아버렸기 때문에 이번 주 홍보는 왕도로 가봅니다. 생각보다 볼 만합니다. 쏟아지는 현대물 속에서 좀 특이한 여흥거리를 찾으실 생각이 있으시다면야....)


Comment ' 4

  • 작성자
    Personacon Pasionar..
    작성일
    11.11.27 00:39
    No. 1
  • 작성자
    Personacon 셸a
    작성일
    11.11.27 03:37
    No. 2

    저번엔 작가님께 제목 태클만 걸고 홍강을 깜빡했었던;;; 몹쓸 독자도
    홍강합니다.+2
    아직 전개될 나날이 호밀밭처럼 남아서 더 기대되는 글입니다.
    연재분도 적지 않아요! 40편.
    기대하고있으니 훌륭한 떡밥회수 부탁드립니다+ㅁ+♡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1 은묘한마리
    작성일
    11.11.27 19:50
    No. 3

    흠흠...자...속편을 올려주세요!!!

    언제나 N이 뜨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페시아
    작성일
    11.11.27 20:11
    No. 4

    홍강입니다! 지금 밀린 과제를 무시하고 미친듯이 읽고있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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