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글쓴이들 전체의 의견을 대변하는 건 아닙니다. 애당초 그럴수도 없죠.
* 저와 제 주변, 그리고 여태까지 글 써보면서 느낀 나름대로의 일반론입니다.
1. 피드백
가장 간단하면서도 명확한 이유입니다. 애당초 글쓴이들이 공개된 공간에 자신의 글을 내놓는 이유가 뭘까요.
글쓰는 이들은 자신의 글에 덧글 달리면 좋아합니다. 왜 좋아할까요.
혼자 자판 두들기며 소설을 씁니다. 작자만의 세계입니다.
누군가가 덧글을 달고 그 세계를 함께 공유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그 세계에 대해 호기심을 가집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작자는 그때 자신이 만든 세계가 살아숨쉬는 기분을 느낍니다.
인물 A가 있습니다. 작자 혼자 두들길 때 A는 그저 뇌내망상 속에서 존재하는 인물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작자 외의 타인이 A라는 인물을 공유하는 순간 A는 오버 좀 해서 생명을 얻습니다.
아무런 피드백이 없으면 불안해집니다. 세계를 공유하는 기분도 들지 않습니다. 묻히는 기분이 들죠.
이건 연재때보다 출판 때 더 절실해집니다. 연재 때는 그나마 간단한 덧글이라도 달려서 아, 이 사람들이 좋아하는구나 싫어하는구나 하는 정도라도 아는데 출판하면 덧글이고 뭐고 없으니까요. 감상이라도 한줄 올라오기 전까지는 아무 것도 알 수 없습니다.
시장에서 대차게 쪽박을 친 글이건, 욕만 더럽게 얻어먹고 사장된 글이건,
연재할 때는 인기 좋던 글들입니다. 인기가 좋았으니 출판이 됐죠.
그런 나름의 인기를 구가하다가 하루아침에 독자들과 단절되어 버리면 그 소외감은 생각보다 큽니다.
2. 홍보
연재보다는 출판일 때 절실해지는 이유입니다. 시장이 망하네 어쩌네 해도 글은 여전히 엄청나게 많이 쏟아집니다. 작자에게는 소중한 내 글이지만 독자에게는 엄청나게 많은 글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합니다.
최소한 '이런 글이 있어요'라는 사실조차 알리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감상이나 비평이 올라오면 적어도 '아, 이런 글이 있구나'라는 것 정도는 세상에 알리게 되죠.
세상에는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것도 있습니다. 일단 관심이라도 끌어야 하는데 다들 아시다시피 이 바닥에는 이렇다 할 홍보 수단이 없습니다. 고작해야 2천부 팔리는 시장에서 개별 작품별로 돈 드는 광고 같은걸 하는 건 불가능하죠.
독자가 올리는 감상, 비평이 거의 유일한 홍보수단이라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출판사에서 가끔씩 그나마 밀어주는 책에 감상문 이벤트 같은거 하는게 괜히 하는게 아니죠.
글쓴이들이 독자들에게 '도와주세요'라는 말을 하는 건 대체로 이것 때문입니다.
연담란에서 '홍보'가 '추천'보다 효율이 극단적으로 떨어지듯이 자기가 자기 글 재밌다고 해봐야 아무 소용 없으니까요. 독자는 같은 독자의 행동에 반응합니다.
3. 모든 글에 감상문이 올라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앞서 올렸던 글에서 밝혔듯이 '글에 그만한 힘이 없기 때문에' 가장 큰 이유입니다.
독자가 감상문 하나 올리는데는 장벽이 많고도 많습니다.
1) 귀찮음 2) 부끄러움 3) 부담감 4) 평소 글을 안 써봄. 글 쓰는 것에 대한 부담감 5) 자신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의 공격 6) 판타지를 보는 사람에 대한 주변의 시선
저것들을 다 제껴야 합니다.
블로그 같은 개인적인 공간에 감상을 올리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블로그에 다니는 자신과 친분 있는 사람들에게 '나는 이런 글을 재밌게 봐.'라고 선언하는 꼴이 되는데, 그거 어떤 의미로는 연재사이트에 감상문 올리는 것보다 훨씬 힘든 일입니다.
1,2,3,4를 어떻게든 다 제꼈어도 5번에 무너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례로 저 같은 경우는 꽤나 호불호가 갈리는 스타일인지라, 제 글의 감상문이나 추천문이 올라오면 공격적인 덧글을 다는 분들도 꽤 계십니다. 어떤 분들은 그런 덧글 달리는게 무서워서 글을 못 올리겠다고 하시더군요.
즐거운 마음으로 추천글이나 감상글을 썼는데 이따위 글 보고 그런 기분이 들었어?하는 식의 비꼬는 덧글이 달리면, 적어도 그런 경험을 한 번이라도 했다면 솔직히 저라도 더는 감상문 쓰기 싫을 거 같습니다.
저것들을 다 제끼게 하는 건 작자에 대한 연민이나 동정, 인간적인 친분 뭐 그런게 아닙니다. 그냥 글이죠.
다음 이유는 본 사람이 별로 없어서입니다.
감상문이 줄기차게 올라오는 글들은 대개가 잘 팔린 글들입니다. 그만큼 본 사람이 많고, 저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글을 올리는 독자들의 수 역시 많죠.
안 팔린 글은 본 사람이 적습니다. 당연히 저 고난을 극복한 독자 역시 적어지죠.
강철의 기사들 감상이 없다고 제가 징징거리긴 했는데, 마지막권을 제가 알기로 400부 찍었습니다. 400부 팔린 것도 아니고, 400부 찍었으니 과연 마지막권까지 다 보신 분이 몇 분이나 될까요. 다시 그 중에서 감상문을 올릴 정도로 제 글을 재밌게 본 분을 추려내면...
감상문이 안 올라오는 것도 당연합니다.
밑에 글에 '안 팔린 글도 감상 올라올 글이면 다 올라온다.'라고 적었는데 그건 그 글들이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뭔가를 해낼 건덕지가 있었기 때문이겠죠. 그리고 예로 들었던 글들도 강철 처럼 극단적으로 판매부수가 줄어들지는 않았고요. 제 생각에 대충 천부 이상만 팔리면 그래도 어떻게든 최소 독자가 확보되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건 또 결국 힘이 있어야 된다는 소리긴 한데... 감상 게시판 보면 '좋은 글인데 이상할 정도로 감상이 없어서...'라는 시긍로 시작하는 감상문들이 종종 눈에 뜨입니다. 저건 독자가 아, 난 이거 진짜 재밌게 봤는데 왜 사람들이 모르지?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들었다는 거죠. 독자도 어떤 의미에서는 작자와 똑같습니다. 작자가 인물 A를 아끼듯이 독자도 인물 A를 아낍니다. 다른 사람과 A에 대한 느낌을 공유하고 싶어합니다.
힘이 필요합니다.
4. 당부의 말
글쓰는 분들, 여간하면 감상 구걸 하지 마세요. 해봐야 글에 그만한 힘이 없다면 소용 없습니다. 출간 이벤트도 어느 정도 자신있는 상황 아니면 감상 이벤트는 하지 마세요. 성공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박탈감이 굉장합니다.
그리고 그렇다고 독자분들을 원망하지도 마세요. 감상문 쓰는건 위에 구구절절히 나열했듯이 독자에게는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하나의 글 속에서 함께 하하호호 웃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글쓴이는 생산자고 독자는 소비자입니다. 그 벽은 지켜져야 할 선입니다. 허물어지면 양자 모두에게 좋지 못합니다.
5. 결론
글이 산으로 간 탓에 결론도 산으로 갔(...)
아무튼 결론은,
힘이 있는 글을 씁시다. 쓸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독자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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